일본, 이란전쟁 여파에 따른 식품 수급 대란…바나나와 아이스크림의 운명은?
이란전쟁의 장기화로 일본의 서민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에서 발생한 갈등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일본 역시 그 심각한 여파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특히 바나나, 키위와 같은 열대 과일과 여름철의 필수품인 아이스크림의 공급에 큰 차질이 예상되면서, 석유 수급 문제가 일본 내 생활물가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식품산업은 석유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바나나는 동남아시아와 같은 열대 지역에서 완전한 녹색 상태로 수입되며, 이를 노랗게 익히는 후숙 과정에는 에틸렌 가스가 필요하다. 이 가스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로부터 생산되는데, 일본은 나프타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해왔기 때문에 현재 에틸렌 가스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후숙되지 않은 바나나는 상업적 가치가 없어져 판매가 불가능해진다. 이 문제는 바나나에만 그치지 않고, 키위, 망고 등 대부분의 열대 과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열대 과일 전반의 공급 대란이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스크림 시장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주재료인 바닐라 향신료는 천연 원료가 비쌉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화학약품인 벤젠을 주 원료로 한 합성 바닐라를 사용하며, 이 벤젠 역시 나프타의 원료로부터 제조된다. 결국 나프타 수급의 부족은 아이스크림과 같은 여름철 필수품의 공급에도 직격탄을 주고 있는 상태다.
나프타 부족의 여파는 식품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의 식품업체 가루비는 자사 감자칩의 포장지 색상을 변경하는 이유로 나프타 원료의 잉크 공급 문제가 거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수지, 인쇄 잉크, 도료, 포장재 등의 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인 원료이므로, 앞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유독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나프타 자급률이 30%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나프타를 중동에서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은 자국산 나프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일본보다 나은 상황이다. 한국은 나프타의 55%를 자급하고 있으며, 대규모 정유 시설을 보유해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수입된 석유를 가공하여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런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중동에서의 나프타 수입량이 7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미국, 알제리, 호주 등에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산 나프타의 수입량을 지난해 대비 200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전쟁의 장기화 앞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프타의 부족 문제는 일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추가 매입이 국제 나프타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전쟁의 종전 합의가 이루어져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항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한편으로는 일본 내 에너지 절약 정책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급등하는 물가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국외에서 수입을 전혀 하지 않는 나라로서 한국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