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박은 계속된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빨리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중요한 경로로, 100일 이상 통제되었던 이 지역의 상황이 물가에 미치는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의 실질적인 성과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다. 해협이 닫히면서 국제 유가와 해상 보험료, 운송비용이 급등하였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주었다. 따라서 해협의 재개방으로 인해 국제유가는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공급망이 곧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뢰 제거와 항만 복구, 선박 재배치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중 사용된 전략 비축유는 미래의 원유 수요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WSJ 보고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이후 글로벌 석유 재고는 2억5000만 배럴 감소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가들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며 공급 부족을 메웠지만, 이는 미래의 공급 여력을 현재로 끌어와 상황을 모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원유 및 관련 제품 재고는 최근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국제 에너지 공급망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종전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안착할 가능성은 낮다.
이와 함께 최근 전쟁으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은 아시아 국가들은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수입하는 비율은 대만 80%, 일본 73%, 한국 72%, 중국 43%에 달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조업 원가를 끌어올려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영향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유럽과 미국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쟁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자재의 수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황(Sulfur)과 같은 주요 원자재의 공급 차질은 비료 가격 상승을 초래했으며, 이는 향후 식품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의 에너지 생산 및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분야로,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60%가 에너지 비용에 해당한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AI 산업의 운영비와 금융비용에 동시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은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 정상화가 이루어질 경우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투자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