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및 반도체 기업들, 홍콩 증시에서 급격한 주가 상승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부터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정부가 AI 및 반도체 자립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 비런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지난 9일 전 거래일 대비 1.31% 상승한 34.06 홍콩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비런테크 주가는 상장 이후 6거래일 연속으로 공모가인 19.60 홍콩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며 누적 기준으로 7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런테크는 중국에서 저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로, AI 업계 선두주자인 센스타임의 창립자 장원과 퀄컴, 화웨이 출신의 자오궈팡이 2019년에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비런테크는 2022년에 발표한 고성능 GPU ‘H100’에 필적하는 칩의 성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한 또 다른 중국 AI 기업인 즈푸AI는 공모가 대비 13.1% 오른 131.5 홍콩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첫날부터 성공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즈푸AI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중국 생성형 AI 스타트업 6곳을 지칭하는 'AI 스타트업 육소호'의 선두주자로 오픈AI가 공개적으로 경쟁 상대로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날 상장한 경쟁사 미니맥스도 시초가 165 홍콩달러에서 시작해 105.2% 상승한 338.6 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신규 상장사들뿐만 아니라 기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새해 들어 약 4% 상승했으며, 화훙반도체는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20% 이상 오른 상황이다.
이러한 주가 상승은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변화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강하다. 중국 정부는 AI 생태계 전반의 자립을 핵심 산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기업들은 정책 수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율형 AI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이어지는 기술주 상장이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에 따라 AI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부동산과 금융 주식 중심이던 홍콩 증시는 AI, 반도체, 바이오테크 등 첨단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 증시에 비해 상장 제도가 유연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점이 홍콩 시장의 강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펑 즈푸AI CEO는 홍콩 상장의 배경에 대해 “홍콩은 국제 도시로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훌륭한 관문이자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AI 기업들의 홍콩 상장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불리는 쿤룬신이 올 초 홍콩 증시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중국 GPU 설계업체 상하이 일루바타 코어엑스 반도체도 지난달 홍콩증시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을 개시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