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이자, 국민과 은행 중 누가 가질 것인가?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재무부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금리 규제안을 담은 ‘GENIUS Act’ 시행령 초안을 만들자, 암호화폐 업계와 은행들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자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금융의 기회로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의 주체에 대한 것이다.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금지하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비자 보호가 아닌, 기존 은행 시스템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속내가 도사리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이 직접 이자를 제공할 경우, 최대 6조6000억 달러의 예금이 은행계좌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는 이에 대해 반박하며 “법은 발행사만 규제할 뿐, 거래소나 플랫폼에서의 이자 지급을 막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디지털 달러(USDC)를 거래소에 예치하더라도 사용자들은 기존 은행 예금과 유사하게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자율의 주권’을 둘러싼 치열한 전투로 해석될 수 있다.
은행들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는 “안전해야 하며,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라 권력의 이동이다. 예금이 은행을 떠날 경우, 금리, 유동성, 신용의 통제권이 개인과 기술 플랫폼으로 분산하게 된다. 이는 돈의 흐름이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까지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국내 은행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관련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여전히 규제 리스크를 우선시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금융권에서도 유사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은 “소비자 보호”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그 이면의 두려움은 예금의 유출이다. 한편, 플랫폼 기업들은 “금융 민주화”의 이름 아래 새로운 독점이 형성될 우려도 내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의 핵심은 누가 이 기회를 이용하느냐가 아닌, 누가 국민의 편이 되는가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머니 시대의 본질적인 변화는 금융의 중심이 권위에서 참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돈은 이제 중앙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이자는 특정 기관이 아닌 전체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이 탈중앙화의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GENIUS Act와 관련된 논쟁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자의 주인은 누구인가?” “금융의 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할 의지가 있는가?” 은행 중심의 규제가 지속된다면 혁신은 사라지고, 금융은 과거로 회귀할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금융의 주권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
디지털 머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용기이다. 금고를 지키려는 손보다, 미래를 여는 손이 많아질 때 비로소 ‘진정한 금융 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