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자금,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월스트리트의 숨겨진 영향력

최근 비트코인(BTC)의 가격이 12만 5천 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 1월부터 시작된 현물 ETF의 출시 이후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무려 160% 이상 상승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지난주에는 현물 BTC ETF에만 32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었다. 이 중 블랙록의 IBIT ETF만으로도 18억 달러 이상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자금 유입이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월스트리트 자금, 즉 ETF 자금이 비트코인 가격을 이끌고 있다는 주장은 자명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합적인 시장 구조 변화가 존재한다. 카이코(Kaiko) 리서치의 심층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트코인과 ETF 자금 간의 관계를 파헤쳐 보려 한다. 단순히 자금 유입과 가격 상승 간의 상관관계만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ETF 출시 직후, 초기 8주 동안의 데이터 분석 결과, ETF의 순유입량과 BTC 가격 변화 간에 95%의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이는 ETF 자금의 유입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지배적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석은 매우 특정한 시점에 국한된 결과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시장 환경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동조 현상일 수 있으며, 이 결과를 일반화하거나 인과관계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 긴 기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까? 카이코는 ETF 출시부터 최근까지 약 9개월간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R 제곱 값은 15%로 나타났다.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ETF 유입량에 의해 신뢰성 있게 예측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즉, 자금이 유입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가격 움직임의 패턴 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이코의 연구에 따르면 ETF 출시 이전의 1일 수익률 분포는 0% 근처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출시 이후 분포의 양쪽 꼬리 부분이 두꺼워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즉, 극단적인 가격 변동, 즉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이 나타나는 날의 빈도가 증가했다는 관찰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변동성은 대부분 외부 거시경제 요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ETF 자금의 유입이 비트코인 가격의 단기적인 움직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블랙록, 시타델 시큐리티스와 같은 주요 기관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전체 시장의 구조가 개선되었으며, 유동성이 극적으로 증가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월스트리트의 자금은 BTC 시장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더 안정적인 자산 시장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즉, 월스트리트 자금이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아니라, 금융 시장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비트코인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