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원유와 천연가스 아시아로 집중…한국의 에너지 의존도 심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충격이 적은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정제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해협의 폭은 약 21마일에 불과하며, 이는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란의 상선 공격이 시작된 이후, 통과하는 선박의 수는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양 데이터 플랫폼인 마린 트래픽의 분석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 수는 단 220척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쟁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이다. 그 결과 국제 유가는 급등하여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으며,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초과하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91%가 아시아로 수출되었다. 이중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어 인도가 14%, 일본과 한국이 각각 12%로 집계되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수입 비율은 각각 3%와 4%에 그친다. 이러한 통계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수출국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38%를 차지하며, 이어 이라크 22%, 아랍에미리트 14% 순이다. 흥미롭게도 봉쇄를 주도하고 있는 이란의 수출량은 고작 11%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LNG(액화천연가스)의 교역에서도 주요 경로로 자리잡고 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물량의 93%는 카타르에서 공급된다. 아시아 국가는 이 LNG 흐름의 90%를 수입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은 자국 LNG 수입량의 2/3 가량을 호르무즈 통과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카타르 LNG에는 우회 경로가 없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최대 500~700만 배럴을 홍해 쪽으로 돌릴 수 있으나, 이미 최대 가동 상태라 대규모 대체가 불가능하다. 아랍에미리트의 우회 파이프라인 용량도 하루 150만 배럴에 불과하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은 단일 실패 지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55%에 달한다. 이는 일본(57%), 인도(50%), 대만(40%), 중국(35%)과 유사한 수준으로, 반면 미국은 10%, 캐나다는 5%에 불과하다.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미국과 중동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아시아 국가들 간의 구조적 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을 경우 원유 인프라 및 발전소 공격을 예고했다. 협상은 진행 중이며,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피해는 아시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해협 봉쇄 사태는 에너지 안전 보장에 대한 지정학적 불균형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