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은 최근 코인베이스의 디렉터 코너 그로건(Conor Grogan)에 의해 나타난 데이터에 따르면, 영구적으로 사라진 이더리움이 총 91만 3,111 ETH에 달하며, 이는 현재 시세 기준으로 약 4조 7,102억 원(약 3.4억 달러)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수치는 전체 유통량의 약 0.76%에 해당하며, 이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공급 제한 효과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로건은 이 수치가 보수적 추산임을 강조하면서 실제 유실된 이더리움은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한 번 기록된 거래는 변경할 수 없는 구조에서 사용자 실수나 기술적인 결함이 발생할 때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블록체인의 불변성은 자산의 보존에 유리하지만, 실수로 발생한 오류는 되돌릴 수 없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이더리움 유실의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잘못된 주소로의 이체가 원인이다. 일반적인 오타나 전송이 불가능한 스마트컨트랙트 주소로 자산을 전송하면서 자산이 영영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둘째, 스마트 컨트랙트의 보안 결함 또한 문제로, 코드 오류나 설계에서의 미비점으로 인해 자금이 결박되거나 외부 공격으로 도난당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셋째로 멀티시그 월렛의 구성 오류가 있다. 인증 참여자 중 하나 이상이 인증키를 잃거나 시스템 자체가 삭제되면, 그 월렛에 저장된 ETH는 완전히 접근 불가능해진다.

대표적인 유실 사례로는 파리티 월렛(Parity Wallet)에서 발생한 30만 6,000 ETH(약 1조 5,829억 원)의 손실, 가상자산 거래소 쿼드리가CX(QuadrigaCX)에서의 6만 ETH(약 3,102억 원) 유실, NFT 프로젝트 아쿠타르(Akutars)에서의 스마트컨트랙트 오류로 인한 3,400만 달러(약 4,726억 원) 상당의 손해 등이 있다. 이밖에도 주소의 오타나 실수로 인해 소각 주소로 보내진 ETH도 약 2만 5,000 ETH(약 1,294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유실된 ETH의 대부분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특징상 중앙 통제 기관이 존재하지 않으며, 한 번 검증된 거래는 블록에 영원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로건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손실이 많다고 덧붙였다. 많은 경우 일반 사용자나 프로젝트 측이 손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만으로도 손실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이더리움은 이더리움개선안(EIP)-1559를 통해 자동 소각 기능을 도입한 이후 약 530만 ETH(약 27조 4,839억 원)를 소각함으로써 유통량 자체를 감소시키고 있다. 이는 전체 공급량의 5%를 초과하는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이더리움의 유실 문제는 단순한 사용자 실수를 넘어 생태계의 인프라 보안과 설계상의 허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더리움 보유자는 개인 키 관리와 자산 전송 시의 검토 절차를 강화해야 하며, 개발자들은 보다 안전한 스마트컨트랙트 설계를 통해 유실 사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