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62조 '유령 비트코인' 사건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통제 문제 드러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2조원 규모의 '유령 비트코인' 사건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통제 부실 문제를 드러냈다. 이 사고는 지난 2월 6일에 발생했으며, 랜덤박스 이벤트의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한 사용자가 2000원을 받을 대신, 2000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 비트코인(BTC) 가격이 급락하는 연쇄 충격이 발생했다.
먼저, 이 사건으로 인해 지급된 '유령 코인'의 규모는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13배에 달하는 수치로, 시세로 환산했을 때 약 19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무려 240명에게 이러한 잘못된 지급이 이루어진 후, 약 30~40분 뒤 거래는 차단되었지만,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10% 이상 하락했다. 패닉셀과 저가 매도는 다른 투자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즉시 특별 검사를 실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닥사(DAXA) 등이 합동으로 5대 거래소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6일 발표된 조사 결과는 예상을 넘어서는 심각한 취약점을 드러냈다. 점검된 5개 거래소 중 3곳은 이용자의 자산 잔고를 하루에 한 번만 대조하며, 대규모 불일치가 발생했을 경우 거래를 자동으로 중단하는 '킬스위치' 시스템이 부재했다. 더욱이 일부 수작업 거래는 담당자 한 명의 승인만으로 자금이 집행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당국은 모든 거래소에 5분 단위의 상시 잔고 대조 시스템과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 통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대부분 '사후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해당 거래소를 점검했으나, 단순한 입력 오류로 62조원이 풀리는 사건은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2024년에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잔고 검증과 같은 기본 안전 장치는 사고 발생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빗썸은 최근 1년 반 동안 5건의 오지급 사고를 경험했으며, 대다수의 사고가 내부 통제의 미비로 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오지급 금액은 회수되지 않았고, 과거 사고에 대한 설명과 실질적인 내역이 불일치하며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책 환경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027년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정치권과 업계 간의 갈등이 커지는 반면, 거래소 규율의 핵심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과세는 불확실하며, 자산의 안전성 또한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일정 부분 제도권에 편입되었지만, 투자자가 느끼는 안전성은 도리어 위축되고 있다. 제도는 사고 이후의 보완이 아닌 사전적으로 위험을 차단하는 구조로 되어야 하며,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을 넘어서 시장의 신뢰성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따라서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보다 강력한 규제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