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와 실리콘밸리, 젊은 수학 인재 채용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미국 금융 시장인 월가의 퀀트 운용사와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최근 20대 초반의 수학 전공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고액의 보수를 제시하며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채용하려 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출현 이후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퀀트 기업과 AI 기업의 신입 직원에 대한 보상 패키지는 약 35만에서 50만 달러(한화 약 5억에서 7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높은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입사 초기의 낮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몇 년 안에 연봉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초과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뉴욕의 헤드헌팅 업체인 스테빌 서치의 설립자인 맷 스테빌은 "몇 년 전만 해도 신입사원이 연봉 100만 달러를 받는 것은 드문 일이었으나, 지금은 그 자체로 놀랍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적 금융 전문가인 케빈 카사타는 현재의 채용 환경이 마치 스포츠 팀의 스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과 같다고 비유한다. 뛰어난 여름 인턴을 다른 회사로 보내지 않기 위해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과거의 보상을 초과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조기에 인재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물게 신입 직원의 첫해 보상이 150만 달러(약 21억 원)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수학 인재들의 몸값이 급등하는 배경에는 AI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학습하기 위한 기술과 퀀트 금융의 머신러닝 알고리즘 간의 높은 기술적 유사성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최근 퀀트 운용사들의 실적이 급상승하고,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점도 이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제인스트리트는 지난 분기 동안 103억 달러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직원 수가 적은 이 업체가 대형 투자은행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였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수학 경시대회 후원, 체스 및 큐브 대회 개최, 대학 캠퍼스 초청 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은 '너드 문화'에 익숙한 젊은 수학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인재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옵티버는 신입 채용의 70%를 차지하는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모든 신입을 인턴십을 통해 선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졸업하기 1년 이상 전부터 사전 채용을 확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 경쟁은 학계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소나 순수 학문 분야 대신 고액 연봉이 제공되는 산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상이 지속될 경우, 순수 학문 분야의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