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관된 일부 미국인들이 그린란드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비밀스러운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는 덴마크 정부가 하루 만에 미국 대사관을 소환해 항의하며 미국과 덴마크 간의 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덴마크의 공영방송 DR은 26일 보도를 통해,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최소 3명의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되어 그린란드에서 '영향력 공작'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미국인은 그린란드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그린란드 내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사람들과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공작은 미국 언론에서 덴마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기 위한 정보 수집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영향력 공작'이라는 용어는 특정 집단이 정치적 또는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수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덴마크 매체에 따르면, 이들 미국인들은 정치인, 사업가, 현지 주민들과의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활동은 그린란드 내 대(對)덴마크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덴마크 외교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은 이와 관련하여 27일 성명을 내고 "외국 세력이 그린란드와 덴마크의 지위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며,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떠한 시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인들의 정치적 개입 시도가 덴마크 정부에 의해 엄중히 경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낱낱히 드러내며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덴마크 정부는 미국과 북극에서의 안보 협력에는 열린 입장이지만, 그린란드의 편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약 5만7000명의 인구를 가진 지역으로, 300년 이상의 덴마크 지배를 받다가 1953년에 식민지 관계에서 벗어나 덴마크 본국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현재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해 자치권을 부여받은 상태이며, 풍부한 천연자원(광물, 석유, 천연가스)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제적 자립성은 취약한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