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백악관에 콜럼버스 동상 설치… 역사적 논란 재점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을 백악관 경내에 설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사회 내의 역사적 논쟁이 다시 한번 불붙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데이비스 잉글은 "백악관에서 콜럼버스는 영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세대에 걸쳐 그를 영웅으로 지켜주고 싶어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동상은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 앞에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설치되었다.
콜럼버스에 대한 평가는 미국 내에서 정치적 이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보수 진영에서는 콜럼버스를 미국 건국의 기초를 다진 '건국 영웅'으로 두고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통해 미국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덧붙여, 워싱턴 D.C.의 공식 명칭도 콜럼버스의 이름을 따온 '컬럼비아구(District of Columbia)'라는 점이 강조된다.
그러나 진보 진영에서는 콜럼버스를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을 학살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하며, 그의 업적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해왔으나, 같은 날 '원주민의 날'로 명명하며 맞서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원주민의 날을 기념한 바 있다.
특히 2020년에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콜럼버스 동상이 쓰러지거나 파손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시위대는 콜럼버스 동상을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는 행동이 있었다. 이번 백악관에 설치된 동상은 2020년 7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철거된 동상을 복원하여 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좌파들이 위대한 영웅인 콜럼버스를 모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콜럼버스를 "미국의 원조 영웅"이라 칭하며 그의 중요성을 알렸다. 또한, 그는 진보 진영을 "역사를 지우고, 영웅을 모욕하며, 유산을 공격하는 사람들"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하기로 한 '미국 영웅 국립정원'에는 콜럼버스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 정원은 미국 건국에 기여한 250명의 인물들을 기리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콜럼버스 동상 설치는 미국 사회 내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가치관의 대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앞으로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