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연휴, 중국 극장가 흥행 부진… 애국심이 흥행 변수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면서, 극장가에서는 한국전쟁 관련 애국주의 영화들이 상위권에 오르고 있지만 전반적인 박스오피스 성적은 예년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연휴 이틀째인 10월 2일 오후 기준으로 올해 국경절 박스오피스 수익이 약 5억 위안(약 982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연휴 첫날 오후에는 이미 4억9000만 위안을 넘겼으며, 2023년에는 연휴 시작 이틀 만에 영화 예매 총 규모가 10억 위안을 돌파한 바 있다. 명절 특수 효과가 감소하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대개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스오피스 1위는 천카이거 감독의 '지원군: 욕혈화평(浴血和平)'으로, 이 영화는 한국전쟁에서 중국군이 참여한 전투부터 정전협정 체결까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전에 개봉한 1편과 2편도 각각 2023년과 2024년 국경절 연휴 동안 좋은 성적을 내며 기대를 모았다. 2위는 판타지 액션 영화 '척살소설가'의 후속작인 '척살소설가2'이며, 3위에는 일본군의 세균전과 생체실험을 다룬 영화 '731'이 올라 있다. 이 영화는 만주사변 발생 직후인 지난달 18일에 공개된 후 관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경제 매체 이차이가 분석하기에, 현재 영화 시장에서 이른바 '주선율' 장르가 여전히 관객들에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주선율'은 공산주의 이념이나 국가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포괄하는 장르로, 관객들에게 애국심을 자극하며 흥행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흥행성 있는 작품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관객들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현상도 확인된다.
중국 영화 산업에서 국경절 연휴는 춘제(음력설) 다음으로 가장 큰 시즌으로 여겨지며, 극장 매출은 중국 내수 경제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그러나 흥행작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더불어 관객들의 선택이 더욱 신중해지면서 극장가는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활력을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영화 제작자들은 관객의 흥미를 끌 새로운 콘텐츠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경절 연휴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실제 결과가 엇갈리며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향후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성이 커졌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들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의 부재가 관객의 극장 방문을 저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의 영화계 뿐 아니라 중국 영화계 역시 콘텐츠의 다양성과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