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4억6400만 달러(약 6500억 원) 규모의 사기 대출 관련 벌금이 뉴욕 항소법원에 의해 21일(현지시간) 취소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 자산 가치를 부풀린 혐의는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벌금이 위헌적으로 "과도하다"며 취소 결정을 내린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운영하는 트럼프 그룹이 금융 기관으로부터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기 위해 자산 가치를 과장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항소법원의 결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일정 기간 동안 뉴욕에서 기업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제재는 여전히 유지된다. 또한, 독립 감사인에게 재무 기록을 제출하라는 명령도 유효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트럼프 그룹은 지난 2022년 9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에 의해 민사소송을 당했다. 이 민사소송에서 트럼프는 자산 가치를 허위로 보고하여 불법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혜택을 얻었다는 주요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두 아들에게 각각 벌금을 부과했으며 총액은 이자가 포함되어 5억1500만 달러에 달했다. 항소심에서는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에게 각각 부과된 400만 달러의 벌금도 취소되면서, 최종적으로 5억2700만 달러 규모의 벌금이 무효화됐다. 제임스 검찰총장은 즉시 항소할 것을 밝히면서, 최종 결론은 뉴욕주 대법원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후 그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큰 승리"라고 표현하며, 법원이 뉴욕주 내 기업에 미친 불법적 결정을 취소한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정적 승리를 안겼음에도 불구하고, 사기 혐의가 인정된 점은 미 대통령의 민감한 위치를 더욱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재선 성공 이후 법적 부담을 덜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에 따라 두 건의 형사 사건을 취하한 바 있으며, 그가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입막음 돈'과 관련된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형은 면하였다. 이러한 법적 정황은 향후 그의 정치적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