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년 전 사우디 사막에서 발견된 암각화, 독특한 특징으로 학계 이목 집중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의 나푸드 사막에서 발견된 암각화가 1만2000년 전 존재했던 인류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드러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발굴팀은 이 지역의 사암 절벽에서 낙타, 가젤, 당나귀와 같은 포유동물의 그림이 실제 크기인 약 1.8m로 새겨진 것을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이 암각화가 낮은 해의 각도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그림이 아침 햇살이 비추어지는 특정 시간대에만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약 90분의 짧은 시간 동안만 사람의 눈에 띄는 이 현상은 학자들에게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고대 인류의 예술적 기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이런 발견은 그동안의 일반적인 가설, 즉 해당 지역이 약 7000년 전 인류에 의해 점유되었다는 이론에 도전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암각화와 함께 발견된 타조알, 굴 껍데기, 그리고 화덕의 숯 등을 방사성 동위원소로 연대 측정하여 이 암각화의 연대가 약 1만2800년 전에서 1만1400년 전으로 나타났음을 밝힘으로써 사막에서의 인간 생활이 그 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독일 막스플랑크 지구인류학 연구소의 고인류학자 마리아 구아그닌 박사는 “발견된 그림들은 매우 섬세하게 그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 인류가 상당한 기술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림 속에 표현된 동물 중 하나인 오록스는 가축화된 소와 들소의 조상으로, 17세기에 멸종한 종이지만 당시 사막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학자들은 고대 인류가 건기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이 지역으로 돌아와 오록스를 관찰한 후 암각화로 기억을 남겼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추가 연구는 당시 사막 지역의 물웅덩이나 계절에 따라 잠시 나타나는 담수원이 인류의 정착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음을 밝히고 있다. 암각화와 함께 발견된 도구들은 기존의 연구에서 추정한 것보다 이 지역에 인류가 2000년 더 이르게 살았다는 것을 입증하며, 이는 중동 지역 고대 연구에 중대한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발견은 또한 중동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 야생 동물 그림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학계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고대 인류의 문화적 전통과 예술이 어떻게 발달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이 발굴은 고대 인류의 삶을 조명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