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수도원장, 3억원 상당의 종교 유물 밀매하려다 체포

그리스에서 한 수도원장이 수백 년 된 종교 유물을 밀매하려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배경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칼라브리타 마을에 있는 메가 스필라이온 수도원으로, 이곳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 하나로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가 찾는 명소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의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문화유산·고대유물 보호부 소속 경찰은 도난당한 유물을 판매하려는 성직자의 첩보를 입수하자, 유물 거래 중개인으로 위장하여 여러 차례의 통화를 시도한 후, 이 수도원장과 직접 접촉하게 되었다. 수도원장은 그의 조수와 함께 14점의 비잔틴 시대 성상과 1737년 및 1761년에 제작된 두 권의 복음서를 경찰에게 보여주면서 20만 유로, 즉 약 3억3000만원을 요구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경찰의 추가 조사 결과, 이 수도원장이 판매하려고 했던 유물들은 수도원의 소유가 아니었으며, 교구의 공식 목록에도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원장은 유물이 개인 소장품이고, 신고를 잊어버렸다는 주장을 했으나 경찰은 그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하고 유물의 출처를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 수도원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로, 과거 오스만 제국에 맞서 그리스 독립 전쟁(1821-1829)에서 저항 운동에 참여한 바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수도원장의 체포 소식은 지역 사회와 교구에 큰 충격을 안겼으며, 교구는 즉각적으로 수도원장을 해임하고 운영진을 교체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스 교육·종교부의 recent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4000건의 유물 절도 및 파손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리스에는 약 9830개의 교회와 수도원이 존재하며, 이들 대부분은 일반에게 개방되어 있어 유물 밀매업자들이 감시의 허점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유물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