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성, 런던에서 10대들에게 집단 폭행당해… 경찰의 느린 대응 논란

영국 런던에서 20대 대만 여성이 10대 여성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경찰이 적시에 대응하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천 모 씨(25)는 지난 20일 귀가 중에 이 사건을 겪었다고 전했다.
사건은 천 씨가 저녁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던 도중 발생했다. 자신의 어깨에 의도적으로 들이받은 17~18세로 보이는 백인 여성 네 명에게 시비가 걸린 것이다. 천 씨는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며 상황을 피하려 했으나, 이들은 오히려 천 씨를 밀치고 주먹과 발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천 씨는 폭행 중에도 버스 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버스 기사는 현장을 떠나 버렸다. 결국 천 씨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에 갔고, 얼굴과 몸에 멍이 생기는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같은 날 퇴원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느린 대응이었다. 천 씨가 즉시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들이 재차 신고했을 때, 경찰은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 상황이 아니라면 출동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해진다. 천 씨는 "사건 발생 후 약 3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자 대만 내외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천 씨는 자신의 얼굴 사진과 함께 사건의 경과를 공유하며 "이 황당한 일을 단지 운이 없었다고 넘겨야 하느냐"라고 분개했다. 그녀는 특히 영국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에게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런던 경찰청의 '증오 범죄 신고 플랫폼'을 반드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런던 경찰청은 대중의 질타를 받았고,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 측은 23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이해하며, 초기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사건은 인종차별적 증오범죄의 가능성이 있는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런던 내에서의 안전 문제는 물론, 경찰의 공공안전 책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 및 폭력 사건에 대한 대처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