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별대우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이 결정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왔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발표가 일종의 외교적 제스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특혜 포기 선언에는 개도국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지만, 여전히 중소득국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개도국으로서의 지위를 고수해왔다. WTO는 개발도상국 국가에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와 기술 지원, 농업 보호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WTO 내부에서 '개도국'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아서, 약 160개국이 스스로 개도국임을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는 한 WTO 개혁은 불가능하다며 강력히 반대해온 반면, 일본과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의 이번 선언은 WTO 개혁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를 “중대한 진전”으로 환영하며, 보다 공정한 글로벌 무역 체제를 향한 긍정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의 특혜 포기 발표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미중 간의 무역 협상이 계속해서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경색된 외교관계를 완화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새로운 협상에서만 개발도상국 특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확보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존의 협정에서 개도국 지위를 더 이상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실제로 중국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 조치를 어느 정도 실행할지는 물론이고, 미국과 EU가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해 보인다.

전 중국 통상 외교관 루 시엔쿤은 “이제 공은 미국과 EU 등 주요국의 손에 있다”며, 그들이 무역 체제와 개혁을 위한 책임과 의지를 보여줄 차례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개발도상국 특혜를 포기함으로써 앞으로 WTO 개혁의 성공 여부가 주요국의 대응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선언이 WTO 개혁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