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해외에서 캐나다인으로 위장하는 '신분 위장' 다시 유행

최근 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경향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플래그 재킹(flag jacking)' 현상으로, 여행지에서 반미 감정을 피하고 보다 우호적인 대우를 받으려는 자구책으로 알려져 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미국인들은 여행 중 가방에 캐나다 국기 패치를 부착하거나 자신을 온타리오 출신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확실한 재집권 가능성과 그의 강경한 대외 정책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세계적으로 반미 정서를 자극하면서 나타났다. 따라서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국적을 드러내는 것이 불이익을 초래할까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A씨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휴가지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던 중 미국 팀을 응원하다가 관광객과 언쟁이 벌어져 이후로는 캐나다 국기 패치를 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미국인 여행객이 그의 억양을 알아보면서 정체가 발각되어 어색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미시간주 출신의 B씨에게도 발생했다. 유럽 여행 중 자신을 캐나다인이라 소개했으나, 점원이 온타리오 지역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세부 질문에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B씨는 "그 이후로는 그냥 조용히 다니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신분 위장 행위는 2000년대 초반에도 유행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해외에서 미국을 향한 비난이 거셌으며, 이에 따라 미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캐나다인 코스프레'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당시 이와 관련된 장면은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도 재현되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캐나다인들은 이러한 신분 위장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 보복을 단행했으며, 캐나다 총리를 공공연히 비난한 사건들로 인해 캐나다인들의 반미 정서는 더욱 깊어졌다. 토드 매핀 문화평론가는 "우리는 미국인의 대체 여권이 아니다", "캐나다는 독립적인 국가이지 미국인이 잠시 걸치는 의상이 아니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미국의 상황이 불편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정체성을 빌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며, "진정한 해결책은 자기 나라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국인들의 캐나다인으로의 신분 위장은 단순한 생존 전략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반미 정서의 심화와 함께 각국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시점에 이르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