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채권시장과의 상반된 시각
최근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AI 기술의 발전이 생산성 향상과 디스인플레이션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채권시장과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워시는 AI 혁명이 궁극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지만, 채권시장은 AI의 영향을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손꼽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5년물 5년 선도 실질금리(5y5y real rate)'가 물가보다 약 2%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50%~3.75% 선이며,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전년 대비 3.8% 상승하며 2023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 모드로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워시 의장이 주장하는 AI 기반의 생산성 향상 이론과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AI의 발전으로 인해 비용이 줄어들고 생산성이 증가하여 물가 상승이 완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나, 월가에서는 AI 붐이 장기적으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기업들은 AI 관련 설비에 7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도 물가 상승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메모리 반도체(DRAM) 가격은 17배나 뛰었으며, 미국 내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액세서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AI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금리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3000억 달러가 넘는 채권을 발행했고,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이러한 채권 발행이 장기 국채 공급을 10% 이상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리거 코메르츠방크 금리 및 신용 리서치 책임자는 AI 기술이 앞으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도 AI 관련 채권 발행이 금리 수준을 높이고 대출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Fed가 오는 7월과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각각 86.8% 및 72.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각각 10.3%와 23.3%로 집계됐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뱅가드는 AI 투자가 경제 성장률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급 충격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