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에 디지털시장법 폐기 요청…삼성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

애플이 유럽연합(EU)에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애플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DMA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이 법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애플은 DMA가 자사의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고, 보안 위험에 노출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최근 마감된 EU 집행위원회의 DMA 공개 의견 수렴 절차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러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에어팟의 실시간 번역 기능이 유럽 시장에 출시되지 못한 점과 아이폰의 '미러링' 기능이 DMA 규제로 인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애플은 주장한다.
또한 애플은 DMA로 인해 경쟁사를 포함한 외부 기기와의 상호 운용성을 의무화할 경우, 사용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경쟁사들이 사용자의 대화에서 수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개인 정보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10년 전에 출시된 애플워치조차 EU에서 출시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DMA는 폐기되거나 더 적절한 법적 대체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스마트폰 공급업체임에도 불구하고 DMA 규제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선정적이지 않고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삼성전자만을 제외한 상황을 문제 삼았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도 "삼성은 유럽 내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DMA 규정은 오로지 애플에게만 적용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에 전면 시행된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된 특별 규제 체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하여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현재 애플을 포함한 7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중 5개는 미국 기업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9월에 삼성전자가 DMA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지만, 규제 대상 조건이 추가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애플은 처음부터 DMA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으며, 최근 EU가 자사의 앱스토어 정책이 DMA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5억 유로(약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결정을 내리자 즉각적으로 이의 제기를 위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 디지털 규제를 겨냥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애플과 메타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은 유럽에서의 규제에 더욱 큰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