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봉쇄 상황에도 유가 100달러를 넘지 않는 이유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에 따라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그 상승폭이 과거에 비해 한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현재 산유국의 수가 증가했으며,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에너지업체들이 다양한 대체 항로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낮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4.66달러로 전장 대비 0.1달러(0.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보이며 81.36달러에 머물렀다.
FT는 이 현상을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설명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브렌트유 가격은 128달러에 달했지만, 현재 유가는 100달러를 넘지 않고 있다. 1973~74년의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 조치나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의 혼란으로 인한 유가 폭등과 비교해 볼 때,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과거에는 석유 공급의 제한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반면, 현재는 공급원이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고, 가이아나와 브라질 등 신규 산유국이 등장하면서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산업은 코로나19와 최근 전쟁을 겪으면서 위기 대응 전략이 더욱 탄탄해졌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공급 차질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유조선 항로를 재조정하고 있다. MST 파이낸셜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리서치 총괄은 시장이 단기적인 공급 충격에 대한 반응을 늦추고 있으며, 이는 지나치게 안이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역시 원유 비축량을 강화해왔다. 예를 들어 중국은 현재 신규 원유 공급이 없더라도 약 124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원유를 저장하고 있었다. FT는 이러한 비축이 과거 원유 공급이 원활했을 때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제한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약 9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FT는 전쟁의 심각성과 공급 차질 지속 기간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았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2주 이상 봉쇄된다면, 2억5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동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일부 걸프 국가들은 저장 공간 부족으로 인해 원유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유가는 결국 100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S&P 글로벌 에너지의 왕주웨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빠르게 정상화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80~90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