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부족으로 인한 식품 및 화장품 산업 위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황 여파"
최근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소비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식품과 화장품 업계에서도 심각한 포장재 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석유화학 원료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제한되면서 포장재와 합성섬유와 같은 기초 소재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여러 기업들이 긴급 대비에 나서고 있다.
국내 한 식품업체의 관계자는 "포장재가 없다면 제품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거래처에서 '포장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라'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는 현재 재고로 이번 달 말까지는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으나, 다음 달부터는 신선식품 포장재를 중심으로 공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하고 있다.
포장재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식품 제조 원가에서 포장재의 비중은 보통 10-20%를 차지하며, 원료 가격 상승과 불안정한 공급 상황은 필연적으로 최종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식품업계에서 긴장하는 이유는 포장재 공급이 중단될 경우 생산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재료가 부족하더라도 생산량 조정이 가능하지만, 포장재가 없다면 출하가 불가능해진다. 대체재도 찾기 어렵다. 식품 포장재는 보관 기간과 안전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설계되어 변환이 쉽지 않으며, 특정 포장재에 맞춰 구축된 생산 설비가 있어 단기간에 다른 소재로 변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공급선 다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거래처 외에도 중국 등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며 공급망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나프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포장재 생산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 및 패션 업계에서도 원자재 시장에 대한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이들 업체는 일반적으로 수개월 치의 용기와 부자재를 사전 확보해 운영하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재고 소진 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화장품 업계의 경우 용기 사양을 단순화하거나 증정 물량을 축소하는 방안이, 패션 업계는 부자재 변경이나 혼용률 조정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는 석유화학 원료의 수급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여천NCC는 이미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으며, LG화학도 일부 수출 계약 제품에 대해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객사에 통보했다. 롯데케미칼 또한 원료 조달과 운송 수단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공급 지연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 재고는 1-2주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로, 이를 분해하여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 원료가 생산된다. 이들 원료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다양한 산업 소재의 출발점으로 사용된다. 상황이 이처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제한적이며, 결국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