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규모 확대, 국내 투자 절반 수준…제조업 공동화 우려 커져

올해 상반기 한국 내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98억 9000만 달러에 달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약 130억 9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해외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외국 기업과의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보다 많아지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해외 투자액이 국내 투자액보다 2.1배 많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이 격차가 2.3배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과 함께, 외국인은 국내에서의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내 기업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대미 직접투자는 2016년 처음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최근 4년 동안 2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추세다. 반면, 과거 중국에 대한 투자는 연간 80억 달러를 초과하던 시기에 비해 작년에 20억 달러 이하로 급감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의 허정 교수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대미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국내 제조업의 고용 및 부가가치 비중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정 기업들이 미국을 겨냥해 국내 공장을 철수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미국에서의 생산 확대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이 산업부에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철회한 기업은 지난해 6곳에서 올해 12곳으로 2배 증가했다. 또한, 리쇼어링 지정을 받았다가 자격 미달로 취소된 기업도 1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의 제조업에 대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향후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기술 변환의 시대에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기업들이 어떤 경로로 정책 방향을 조정할 것인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현재의 해외 투자 확장은 단기적인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결정을 통한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