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자들, 공격형 ETF로의 투자 성향 강화
최근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방식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던 투자자들이 더 이상 회사채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안정형 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와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등의 공격형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의 규정 상 직접 주식에 투자할 수 없는 가입자들은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27일 매일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순매수 상위 ETF 중에서 공격형 상품이 각각 9개, 8개를 차지했으며, 이는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변화된 양상이다. 분석에 따르면 안정형 상품으로 분류된 ETF는 줄어들고 반면 공격형 상품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단기 및 중기 회사채, 우량 회사채, CD금리와 MMF 등이 안정형으로 구분됐으며, 주식형 및 특정 산업이나 테마에 속하는 ETF들이 공격형으로 분류됐다. 특히,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초장기채 ETF조차도 최근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며 공격형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의 스트립 구조를 가진 초장기채 ETF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커 주식과 유사한 위험성을 갖춘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중반까지도 IRP 계좌에서 순매수된 상위 10개 ETF 중 안정형 상품이 4개, DC 계좌에서는 3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IRP 계좌에서 안정형 ETF가 2개, DC 계좌에서는 단 1개에 그쳤다. 특히 DC 계좌의 경우 상위 20개 ETF 중 19개가 공격형이라는 점에서 공격형 투자 성향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개별 ETF의 순매수 현황을 살펴보면, IRP 계좌 내에서 ‘TIGER 우량회사채액티브’가 가장 많은 1618억원어치가 순매수됐다. 이 상품은 A- 이상 등급의 우량 회사채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며, 환율이나 증시의 변동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이 상품은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DC 계좌에서도 878억원어치가 순매수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IRP 및 DC 계좌에서 S&P500이나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가 각각 1~2개였으나, 올해는 각각 4개씩 포함됐다. 특히 DC 계좌에서는 ‘TIGER 미국 S&P500’이 1517억원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되었고, ‘TIGER 미국나스닥100’이 90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 지수 ETF는 이제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처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AI와 같은 고성장 테마를 겨냥한 ETF도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공격형 투자의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TIMEFOLIO 글로벌 AI 인공지능액티브'는 IRP와 DC 계좌의 순매수 3위 및 5위를 기록하였고, 금 관련 ETF도 최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공격형 ETF에 대한 관심 증가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투자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투자에서 공격적인 투자로의 전환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중요한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