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국민연금과 개인 해외투자가 원화 가치 하락 주도"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화 가치가 급락한 주요 원인으로 국민연금과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가 급증한 것을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요인보다 국내 외환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원화 하락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9월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이 달러 인덱스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원화 가치는 지난해 9월 1370원대에서 시작해 12월 말에는 1480원대까지 하락하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이후 역사적인 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거주자 해외증권 투자 규모는 1294억 달러로, 이는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초과하며, 특히 9월부터 11월 간에는 407억 달러의 해외증권 투자로 경상수지 흑자 325억 달러를 웃돌았다.
해외로의 투자는 개인과 비금융 기업이 150억 달러,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 정부가 112억 달러를 차지하며 달러 수요를 대폭 증가시켰다.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대한 자기실현적 기대와 원·엔 환율의 동조화 현상이 해외 투자를 더욱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대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환율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증가하고,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 상승으로 인해 은행의 자본 비율이 감소해 신용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외화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은 재무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해외 주요 금융 기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및 글로벌 금융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올해 중 원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연구원은 외환당국이 과도한 기대에 대한 점검을 통해 시장 안정 조치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생산성과 경제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