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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이이, 배터리 불량 잡던 회사가 AI서버 기판 뚫는 기계를 판다

서학개미 0 14 0
피아이이가 불량 판정을 받은 검사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실제 결함과 정상 제품의 오판을 구분하는 과정

지름 46mm짜리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에서는 카메라가 지나가는 배터리를 초고속으로 찍습니다. 그 고화질 이미지를 AI 알고리즘이 넘겨받아 이상이 있는지 가립니다. 이 배터리가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지, 라인 밖으로 빠질지는 그 판정이 정합니다. 판정을 내리는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피아이이(452450)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26년 7월 맺은 계약은 배터리와 거리가 멉니다. 자회사 피아이이로보틱스가 AI서버용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디엔피코퍼레이션에 약 50억원 규모의 드릴링 장비를 공급합니다. 전자부품을 올려 서로 잇는 판에 구멍을 뚫는 기계입니다. 불량을 보던 회사가 기판을 뚫는 기계를 팝니다.

곁가지처럼 보이지만 이 계약은 회사가 밟아 온 순서 위에 정확히 놓여 있습니다. 피아이이는 검사장비의 두뇌인 판정 소프트웨어를 남에게 빌리지 않겠다는 판단 하나로 세워졌습니다. 두뇌를 먼저 쥐고, 그 두뇌가 들어갈 몸체를 하나씩 붙여 왔습니다. 배터리 검사기도, 유리기판 검사기도, 기판 드릴도 그 순서가 낳은 물건입니다.

피아이이가 장비업체와 제조사에 검사 소프트웨어와 장비, 공장 데이터 운영 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 구조

이 회사, 뭐 하는 회사인가

피아이이는 카메라로 찍은 제품 영상을 AI로 분석해 불량을 골라내는 소프트웨어와, 그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검사장비를 함께 만듭니다. 제품의 겉모습을 평면(2D)과 입체(3D)로 찍어 보는 머신비전이 한 축이고, 제품을 뜯거나 부수지 않고 살피는 비파괴검사가 다른 축입니다. 비파괴검사 쪽에는 초음파·엑스레이·CT·열화상·와전류가 들어갑니다. 원통형·각형·파우치형 배터리의 모든 형태, 모든 공정에 쓸 수 있는 검사 솔루션을 갖춘 곳은 국내에서 피아이이뿐이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돈을 내는 쪽의 중심은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전극 공정 등 배터리 제조 시 거쳐야 하는 공정 프로세스 대부분에 당사의 검사장비가 배치”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중국·헝가리에는 현지법인을 두고 해외 공장의 고객을 챙깁니다.

이 구조는 창업자의 이력에서 나왔습니다. 최정일 대표는 삼성SDI에서 10년,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장비 회사 디아이티에서 부사장으로 14년을 일했습니다. 그가 본 국내 장비 회사들은 해외 상용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로 빌려 썼고, 그 탓에 기술은 남에게 매이고 이익률은 묶여 있었습니다. 독자 기술을 갖겠다며 2018년 세운 회사가 피아이이입니다. 검사장비에서 이익이 남는 자리는 기계의 몸체가 아니라 무엇을 불량으로 볼지 정하는 소프트웨어라는 계산입니다.

그다음 순서가 이 회사를 설명합니다. 2020년부터 AI 솔루션 회사 아하랩스, 자동화장비 회사 에프원테크, 산업용 컴퓨팅과 시스템 구축을 하는 비즈하이시스템을 잇따라 인수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먼저 서고, 기계를 만드는 회사를 뒤에 붙였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사다 쓰는 장비 회사들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최 대표 스스로도 “피아이이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모인 AI 회사입니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조명 노후화와 렌즈 오염, 카메라 각도 변화가 검사 판단에 영향을 주고 AI가 불량 판정 데이터를 재분석하는 과정

고객이 사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판정입니다

검사기가 불량이라고 찍은 제품이 전부 불량은 아닙니다. 피아이이의 IR 자료는 조명이 낡거나, 렌즈가 더러워지거나, 카메라 각도가 바뀌는 것을 검사 판단을 흔드는 요인으로 꼽습니다. 제품은 멀쩡한데 제품을 보는 눈이 변한 경우입니다. 피아이이는 기존 검사기가 불량으로 분류한 데이터를 AI로 한 번 더 분석해 진짜 결함과 오판을 가려내는 방식을 내놓았습니다.

공장에서 이 차이는 곧 돈입니다. 멀쩡한 배터리를 불량으로 빼면 그만큼 원가가 새고, 진짜 불량을 내보내면 그 값은 더 비싸게 돌아옵니다. 배터리 회사가 피아이이에 돈을 내는 이유는 카메라나 조명이 아니라, 버릴 것과 내보낼 것을 얼마나 정확히 가르느냐입니다. 창업자가 소프트웨어를 쥐어야 한다고 본 까닭이 여기서 선명해집니다.

그 판정이 한 공정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 무게를 더합니다. 배터리 3사 공정의 대부분에 장비가 깔려 있다면, 이 회사를 빼는 일은 검사기 한 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여러 공정의 판정 체계를 한꺼번에 갈아엎는 일입니다. 한번 공장 전체에 퍼진 판정 소프트웨어는 쉽게 나가지 않는 물건으로 봐야 합니다.

판정은 겉에서 속으로도 들어갔습니다. 2024년 6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3D CT 검사 기술을 이전받아, 배터리를 뜯지 않고 전량을 검사하는 역량을 키웠습니다. 최 대표는 그때 회사를 “배터리 내·외부 검사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이라고 불렀습니다. 2025년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는 원통형 배터리 검사, 컨베이어 공정 검사, 두루마리처럼 감긴 소재를 풀며 보는 롤투롤 검사, 초음파 검사 장비를 실제로 돌려 결함을 잡아내는 과정을 보여 줬습니다.

생산라인의 검사 결과와 설비 데이터를 함께 모아 제품 품질과 공장 가동 상태를 살펴보는 운영 시스템

검사 기록에 공장 기록을 붙이면 떼어 내기 어렵습니다

피아이이는 검사 결과만 넘기고 끝내지 않습니다. 공장 곳곳의 데이터를 모아 품질과 설비 가동 상태를 함께 보게 하는 관제 소프트웨어 Data CAMP도 공급합니다. 앞의 오판 문제를 떠올리면 왜 이게 붙는지 보입니다. 렌즈가 더러워졌는지, 조명이 낡았는지는 제품 사진만으로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설비 쪽 기록을 나란히 놓아야 판정이 흔들린 원인에 다가갑니다.

최 대표는 상장을 앞두고 “AI 비전 솔루션과 데이터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동시 공급하는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무게는 ‘유일’보다 ‘동시’에 있습니다. 검사 소프트웨어와 공장 데이터 소프트웨어가 서로의 기록을 물고 돌아가면, 고객은 한쪽만 떼어 다른 업체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판정을 판 회사가 판정의 근거가 되는 공장 기록까지 쥐는 셈입니다.

같은 두뇌는 배터리의 쓰임새가 바뀌어도 그대로 따라갑니다. 2026년 8월 회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중심이던 수요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검사로 넓혔다고 밝혔습니다. 북미를 비롯한 해외 고객사에서 ESS용 검사장비를 수주했고 관련 시스템 공급을 늘렸다는 설명입니다. 배터리가 자동차에 들어가든 전력 저장 설비에 들어가든, 공장에서 불량을 가르는 일은 같습니다. 새 시장마다 새 기술을 만들 필요 없이 판정 소프트웨어를 옮겨 싣는 구조입니다.

필에너지와의 배터리 공정용 비전 시스템 공급계약을 통해 장비업체와 최종 제조사의 관계를 설명하는 공급 경로

같은 판정을 반도체 쪽으로 옮겨 심습니다

2026년 4월 피아이이는 배터리 장비업체 필에너지와 93억1986만원 규모의 이차전지 공정용 비전시스템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기간은 2026년 2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입니다. 배터리 공장에 들어갈 설비를 만드는 회사가, 그 설비의 눈과 판정을 피아이이에서 사 가는 구조입니다. 기계의 몸체는 남이 만들어도 판정은 피아이이 것을 씁니다. 창업 때의 계산이 계약서로 옮겨진 장면입니다.

배터리 밖으로 나간 첫 행선지는 반도체입니다. 반도체 패키징에 쓰는 유리기판에는 유리를 위아래로 관통하는 구멍(TGV)이 뚫립니다. 피아이이는 2025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가운데 ‘반도체 패키징 유리기판용 레이저 스캐닝 TGV 공정기술 및 공정장비 개발’ 과제의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뽑혔습니다. 2028년까지 총 85억6천만원 규모이고, 과제를 주관하는 곳은 유리기판 레이저가공장비를 만드는 필옵틱스입니다.

2026년 9월 세미콘 타이완에는 그 방향의 장비를 들고 나갔습니다. 고해상도 TGV AOI는 빛으로 유리기판 구멍을 들여다보는 장비로, 구멍의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초점을 여러 번 바꿔 가며 분석합니다. 홀로토모그래피 장비는 빛이 꺾이는 정도의 변화를 읽어 소재가 고른지, 미세한 금(크랙)이나 빈틈(보이드)이 있는지 찾습니다. X-ray CT와 초음파 검사 시스템도 함께 나왔습니다. 최 대표는 이 전시를 “차세대 소재와 첨단 패키징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피아이이의 검사 솔루션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불렀습니다.

돈도 같은 쪽을 향합니다. 2025년 8월 이사회는 46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전환사채는 정해진 값(이번에는 주당 8,944원)에 주식으로 바꿀 권리가 붙은 채권이라, 주식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회사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이자는 표면·만기 모두 0%입니다. 빌린 돈의 쓰임새는 검사장비 제조와 AI 연구 인프라를 짓는 시설자금, 그리고 반도체·유리기판 공정검사 기술개발에 들어갈 연구개발비입니다. 연구개발비로 적힌 몫은 이름부터 반도체와 유리기판입니다. 배터리 밖으로 나가는 길을 회사는 빚을 내 가며 닦고 있습니다.

이 길목에는 낯익은 이름이 있습니다. 최 대표가 부사장으로 14년을 보낸 디아이티입니다. 디아이티는 자동 광학 검사(AOI)·레이저·비전AI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자동차 시장을 상대하고, 2026년 1월에는 SK하이닉스와 2,116억원 규모의 HBM용 레이저어닐링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최 대표는 2026년 2월 기준 이 회사 지분 9.75%(184만3700주)를 가진 2대주주입니다. 피아이이가 이제 들어가려는 반도체 패키징 검사는 디아이티가 서 있는 시장과 겹칩니다. 창업은 옛 회사와의 결별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두 검사장비 회사에 걸쳐 선 채, 자기 두뇌를 들고 같은 반도체 시장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보던 회사가 이제 뚫는 기계를 만듭니다

첫머리의 드릴 계약은 이 흐름의 끝에 있습니다. 2026년 7월 피아이이로보틱스는 AI서버용 PCB를 만드는 디엔피코퍼레이션과 약 50억원 규모의 차세대 드릴링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장비는 2026년 4분기부터 2027년까지 차례로 들어갑니다. 그보다 한 달 앞선 6월에는 일본의 PCB 정밀가공장비 업체 비아메카닉스와 차세대 PCB 드릴링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기 위한 비밀유지계약을 맺었습니다.

2026년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 이 회사가 내건 코너의 이름은 ‘피지컬 AI’였습니다. 자율주행로봇에 협동로봇을 얹은 CNC 드릴러 로봇 핸들러가 한가운데 있었고, 자동차 헤드램프 자동검사기, 물건을 집어 옮기는 물류 로봇, 부드러운 집게(소프트 그리퍼)가 곁에 놓였습니다. 한 해 전 같은 전시에서 배터리 검사 장비를 돌려 보이던 회사가, 이번에는 스스로 움직이며 일하는 기계를 들고 나왔습니다.

유리기판과 AI서버용 PCB는 서로 다른 판입니다. 유리기판에서 피아이이가 내놓은 것은 이미 뚫린 구멍을 들여다보는 장비이고, PCB에서 자회사가 파는 것은 구멍을 뚫는 장비 그 자체입니다. 둘의 차이가 이 회사의 다음 걸음을 보여 줍니다. 검사기는 남이 돌리는 공정 옆에서 결과를 지켜보는 기계이고, 드릴은 공정을 직접 돌리는 기계입니다. 판정하는 두뇌를 먼저 쥔 회사가 이제 판정을 받는 쪽의 기계까지 만들고 있다고 읽는 것이 이 회사의 순서와 맞습니다.

시장은 한 번 이 회사의 숫자를 돌려보냈습니다

피아이이가 증시에 들어온 길은 한 번 끊겼습니다. 처음에는 상장만 해 둔 빈 회사인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치는 방식으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로 164억원을 내놓았는데, 실제 실적은 39억원이었습니다. 고평가 논란 속에 합병 뒤 기업가치를 4,888억원에서 2,700억원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45% 낮췄습니다.

그래도 개인 주주들은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2024년 4월 12일 임시주주총회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안건이 폐기되며 합병은 취소됐습니다. 판정의 정확도를 파는 회사가 제 실적을 내다본 판정에서는 네 배 넘게 빗나갔고, 주주들은 그 오차를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피아이이는 주관사를 하나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바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다시 신청했고, 49영업일 만에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2월 4일 스팩을 거치지 않고 코스닥에 직접 상장했습니다. 지금 종목표에 오른 이름 뒤에는 주주 투표에서 한 번 멈춰 선 이력이 붙어 있습니다.

빌려 쓰던 쪽에서 판정을 파는 쪽으로

배터리, 유리기판, AI서버 기판. 대상은 셋으로 흩어져 보여도 피아이이가 쥐고 넓혀 온 것은 하나입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보낼지 정하는 판정, 그리고 그 판정이 돌아갈 기계입니다. 인수도, 전환사채도, 로봇 자회사도 그 한 가지를 넓히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최정일 대표가 떠난 것은 남의 프로그램을 빌려 써야 기계를 팔 수 있던 장비업계였습니다. 이제는 필에너지 같은 장비업체가 피아이이의 판정을 사다 제 설비에 싣습니다. 그리고 그는 떠나온 회사의 2대주주로 남은 채, 그 회사가 서 있는 반도체 시장으로 제 두뇌를 들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피아이이 앤트가드 시그널 — 진입·손절·목표가

피아이이 · 앤트가드 시그널
기준가 5,350원 (2026년 9월 23일 종가)
진입 5,360원 (기준가 대비 +0.19%)
손절 4,630원 (기준가 대비 -13.46%)
목표1 5,670원 (기준가 대비 +5.98%)
목표2 5,970원 (기준가 대비 +11.59%)
퍼센트는 기준가 대비입니다. 네 값 모두 앤트가드 금융공학 모델이 산출했습니다.

진입 기준폭손익비
손절까지 위험-730원 (-13.62%)—
목표1까지 보상+310원 (+5.78%)0.42 대 1
목표2까지 보상+610원 (+11.38%)0.84 대 1

신호 산출 기준일은 2026년 9월 23일 종가입니다.

언제는 모델이, 왜는 리서치가.
네 값은 금융공학 모델이 계산하고, 공시·실적·테마·수급은 우리가 확인합니다.
앤트가드 시그널.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전적으로 독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 종목 위험 등급: 주의 (2026년 9월 24일 확인).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투자경고·단기과열 지정 여부와 전자공시(DART)의 감사의견·불성실공시 이력을 확인했습니다.

본문 수치는 각 출처가 명시한 날짜를 따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전 전자공시(DART)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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