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부천·음성 공장은 왜 칩보다 설계 도구를 먼저 건넬까
휴대폰 충전기를 꽂으면 배터리로 들어가는 전기의 양을 조절하는 작은 칩이 일을 시작합니다. 자동차와 공장 기계 안에서도 같은 일을 하는 칩이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이런 칩은 설계하는 회사와 만드는 회사가 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가 도면을 들고 찾아가는 곳 가운데 하나가 DB하이텍(000990)입니다.
그런데 이 공장이 고객에게 먼저 건네는 것은 완성된 칩이 아닙니다. 칩을 설계할 때 쓰는 설계 도구입니다. DB하이텍은 2026년 9월 9일 8인치 1,200V SiC MOSFET 공정의 신뢰성 검증을 마쳤다고 발표하면서, 이 공정에 맞춘 설계 도구 묶음 PDK를 이미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도구를 받은 고객은 첫 줄부터 이 공장의 규칙으로 칩을 짭니다. DB하이텍은 칩을 찍어 주는 공장이 아니라, 고객이 자기 공장으로 들어오는 길을 미리 닦아 두는 회사입니다.
투자 참고용 글입니다. 작성 기준일은 2026년 10월 6일이며, 앤트가드 시그널 가격(2026년 10월 2일 종가 기준)과 유의사항은 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이 회사, 뭐 하는 회사인가
DB하이텍이 하는 일을 한 줄로 줄이면 '남이 설계한 칩을 대신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부릅니다. 고객이 설계한 시스템반도체를 웨이퍼 위에 만들어 공급합니다. 웨이퍼는 칩을 새기는 얇고 둥근 실리콘 판입니다. 공장은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의 상우캠퍼스 두 곳이고, 부천·음성에서 만든 웨이퍼가 국내외 고객에게 나갑니다.
주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기를 조절하는 전력반도체, 다른 하나는 현실의 신호를 처리하는 아날로그 반도체입니다. 소리·빛·온도처럼 세상에서 들어오는 신호는 끊김 없이 이어지는 값이고, 이 값을 기계가 다룰 수 있게 바꾸고 처리하는 것이 아날로그 칩의 일입니다. 이 회사의 대표 공정인 BCD는 성격이 서로 다른 소자를 한 칩 안에 함께 넣는 방식입니다. 신호를 계산하는 부분과 큰 전기를 버티는 부분을 한 칩에 담을 수 있어 전력 관리 칩에 쓰입니다.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이미지센서와 통신용 칩을 위한 특화 공정도 갖고 있습니다.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2026년 5월 15일 낸 1분기 보고서의 주요 제품 표를 보면 웨이퍼 등의 비중이 94%입니다. 나머지는 연결로 묶인 골프장·부동산, 건설, 합금철 같은 사업입니다. 종속회사 DB글로벌칩은 디스플레이구동칩, 곧 화면의 점 하나하나에 신호를 보내는 칩 사업을 맡습니다. 그래서 회사 전체를 위탁 생산만 하는 곳으로 부르면 사업 범위를 놓칩니다. 이 회사의 옛 이름은 동부하이텍이고, 2017년 11월 1일 지금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DB하이텍은 왜 칩보다 설계 도구를 먼저 줄까
PDK는 공장이 고객에게 주는 설계 규칙집이자 부품 상자입니다. 공장마다 쓰는 장비와 공정 조건이 달라서, 같은 칩이라도 어느 공장에서 만들지에 따라 설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선의 굵기, 소자 사이의 간격, 얼마나 높은 전압을 견디는지 같은 조건이 전부 공장 사정에 묶여 있습니다. PDK를 받은 고객은 이 공장에서 실제로 만들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설계를 하게 됩니다. 도면이 공장에 도착했을 때 '이건 우리 공정으로는 못 만든다'는 답이 나올 일이 줄어듭니다.
DB하이텍이 이번에 PDK를 내놓은 공정은 SiC MOSFET입니다. SiC는 실리콘에 탄소를 결합한 소재로, 높은 전압과 열을 버티는 데 강해 전력 칩에 쓰입니다. MOSFET은 전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소자입니다. 1,200V는 이 스위치가 다룰 수 있는 전압의 크기입니다. 회사는 2026년 9월 9일 이 공정의 신뢰성 검증, 곧 오래 쓰고 혹독한 조건에 두어도 칩이 버티는지 보는 시험을 마쳤다고 발표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공장이 맡는 일의 폭입니다. DB하이텍은 설계, 제조, 특성평가, 신뢰성 검증을 한꺼번에 지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작은 설계 회사가 새 소재로 전력 칩을 만들려면 이 단계를 하나씩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 짐을 공장이 나눠 지는 구조이고, 회사는 고객의 개발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세웠습니다. 회사의 계획표에는 2027년 양산, 2027년 2분기 전체 고객 대상 서비스 제공이 올라 있습니다.
이 구조의 힘은 설계가 끝난 다음에 나옵니다. 한 공장의 PDK로 짠 칩을 다른 공장으로 옮기려면 설계를 상당 부분 다시 해야 합니다. 설계 도구를 먼저 건넨 공장은 고객이 첫 칩을 내기 전부터 그 고객의 다음 칩까지 붙잡아 둡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공장의 크기보다 설계 단계에서 고객과 맺는 연결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DB하이텍 고객 지도: 중국이 가장 크고, 인도 설계 회사를 찾아간다
1분기 보고서의 지역별 표는 중국·미국·대만·일본·국내로 나뉘고, 이 가운데 중국으로 가는 공급이 가장 큽니다. 부천·음성의 공장이 받는 주문서가 여러 나라에서 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장 문은 한국에 있지만 손님 명단은 세계 지도에 걸쳐 있습니다.
물건이 가는 길도 손님마다 다릅니다. 대만·일본·유럽 고객과 일부 국내·중국 고객은 본사와 바로 거래합니다. 미주와 중국 고객은 해외법인을 거쳐 거래하고, 일부 국내·중국 고객에게는 대리점을 씁니다. 파운드리 영업은 고객이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손님이 많은 지역에 법인을 두고, 손이 덜 닿는 지역은 대리점에 맡기는 방식은 그 일의 성격에 맞춘 배치입니다.
2026년 8월 20일 DB하이텍은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는 전자 전시회 일렉트로니카 인디아에 처음 참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들고 가는 것은 BCD·SiC·GaN 세 가지 공정입니다. GaN은 질화갈륨이라는 소재로, SiC와 함께 차세대 전력 칩 소재로 꼽힙니다. 만나려는 상대는 현지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입니다. 계약 소식이 아니라 새 손님을 찾으러 가는 길입니다.
이 행보는 앞 절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파운드리의 손님은 공장이 없는 설계 회사이고, 그 손님은 설계를 시작할 때 어느 공장의 규칙을 쓸지 정합니다. 인도로 가서 설계 회사를 만나는 일은 칩 주문을 받으러 가는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 한 단계 앞, 다음 설계의 출발점을 잡으러 가는 일입니다.
8인치 공장, 오래된 크기가 다시 값을 받는다
웨이퍼는 지름으로 크기를 부릅니다. 8인치는 지름 약 200mm이고, 요즘 가장 앞선 칩을 만드는 대형 공장은 12인치(약 300mm)를 씁니다. 숫자만 보면 8인치는 한 세대 앞의 크기입니다. 하지만 전력 칩과 아날로그 칩은 선을 가장 가늘게 긋는 기술보다 높은 전압을 견디고 신호를 정확하게 다루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칩은 8인치 공장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합니다.
이 시장에서 요즘 오가는 말은 값입니다. 2026년 9월 8일 KB증권은 DB하이텍 분석에서 8인치 공정의 수급과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다뤘습니다. 만들 수 있는 공장보다 만들려는 칩이 많아지면 공장이 값을 정하는 쪽에 섭니다. 새로 짓는 공장이 큰 웨이퍼로 몰린다면 8인치 생산 능력은 쉽게 늘지 않고, 이미 8인치 공장을 돌리는 회사의 협상력은 그만큼 커집니다.
누구와 겨루는지도 나와 있습니다. 2026년 9월 9일 이데일리가 보도한 DS투자증권 분석은 같은 시장의 비교 대상으로 대만의 UMC, 중국의 SMIC와 화홍반도체를 꼽았습니다. 전력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종합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함께 다뤘습니다. 남의 칩을 만드는 회사와 자기 칩을 만드는 회사가 같은 줄에 놓인다는 것은, 이 시장의 승부가 누가 더 정밀한가보다 누가 이 종류의 칩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는가에서 갈린다는 이야기입니다.
DB하이텍은 이 경쟁에서 전력·아날로그·센서 같은 기능에 맞춘 특화 파운드리로 서 있습니다. 모든 칩을 다 만드는 대신 특정 기능의 칩을 깊게 파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SiC·GaN 같은 새 소재 공정을 고객 설계와 제조에 연결하는 서비스를 넓히고 있습니다. 1,200V SiC를 8인치 공정에서 검증한 일은 오래된 크기의 공장에 새 일감을 붙이는 일입니다.
DB하이텍이 장비를 내준 곳은 국가 나노팹
2026년 8월 6일 DB하이텍은 국가 나노팹 플랫폼 모아팹에 반도체 공정 장비를 지원하는 협약식을 열었고, 8월 10일 이를 발표했습니다. 장비는 나노종합기술원과 나노융합기술원으로 가서 연구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돕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 실제 반도체 공장에서 쓰던 장비가 연구 현장으로 옮겨 가는 협약입니다.
보내는 장비는 고온 열처리 장비와 식각 장비입니다. 열처리는 웨이퍼를 높은 온도로 달궈 얇은 막의 성질을 바꾸거나 안정시키는 공정이고, 식각은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 내 회로 모양을 남기는 공정입니다. 둘 다 칩을 만드는 데 빠지지 않는 단계입니다. 연구자가 이런 장비를 직접 갖추려면 큰돈이 들고, 장비 없이 만든 설계는 시제품까지 가기 어렵습니다.
이 협약을 장비를 내준 일로만 보면 좁게 읽은 것입니다. 시제품을 만드는 연구자와 초기 기업은 언젠가 양산할 공장을 찾게 될 설계자입니다. 이들이 실제 공장 장비로 시제품을 다뤄 본 경험은 공장과 설계 사이의 거리를 줄입니다. PDK를 먼저 건네고, 인도의 설계 회사를 찾아가고, 연구 현장에 장비를 보내는 일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칩이 태어나는 가장 이른 단계에 DB하이텍이 먼저 가 있습니다.
DB하이텍은 웨이퍼보다 먼저 설계의 출발점을 판다
돈의 중심은 여전히 웨이퍼입니다. 하지만 웨이퍼 주문이 생기는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면, 그 출발점에는 고객이 어떤 공장의 규칙으로 설계를 시작하느냐가 있습니다. DB하이텍은 그 출발점에 설계 도구와 지원을 깔고, 8인치 공장에 새 소재 공정을 얹고, 새 나라의 설계 회사를 찾아갑니다.
동부하이텍에서 DB하이텍으로 이름을 바꾼 지 9년, 이 회사는 남의 도면을 받아 만드는 공장에서 남이 도면을 그리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공장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칩 한 장의 값보다, 다음 설계가 어느 공장의 규칙으로 시작되느냐가 이 회사의 내일을 정합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 DB하이텍 공시 및 네이버 금융 재무 정보, DB하이텍 발표(2026-09-09), DB하이텍 2026년 1분기 보고서(2026-05-15), DB하이텍 발표(2026-08-20), KB증권(2026-09-08), 이데일리·DS투자증권 분석 보도(2026-09-09), DB하이텍 발표(2026-08-10)
DB하이텍 앤트가드 시그널 — 진입·손절·목표가
DB하이텍 · 앤트가드 시그널
기준가 140,800원 (2026년 10월 2일 종가)
진입 140,410원 (기준가 대비 -0.28%)
손절 117,710원 (기준가 대비 -16.40%)
목표1 145,460원 (기준가 대비 +3.31%)
목표2 150,520원 (기준가 대비 +6.90%)
퍼센트는 기준가 대비입니다. 네 값 모두 앤트가드 금융공학 모델이 산출했습니다.
| 진입 기준 | 폭 | 손익비 |
|---|---|---|
| 손절까지 위험 | -22,700원 (-16.17%) | — |
| 목표1까지 보상 | +5,050원 (+3.60%) | 0.22 대 1 |
| 목표2까지 보상 | +10,110원 (+7.20%) | 0.45 대 1 |
신호 산출 기준일은 2026년 10월 2일 종가입니다.
언제는 모델이, 왜는 리서치가.
네 값은 금융공학 모델이 계산하고, 공시·실적·테마·수급은 우리가 확인합니다.
앤트가드 시그널.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전적으로 독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 종목 위험 등급: 보통 (2026년 10월 6일 확인). 한국거래소의 관리종목·투자경고·단기과열 지정 여부와 전자공시(DART)의 감사의견·불성실공시 이력을 확인했습니다.
본문 수치는 각 출처가 명시한 날짜를 따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전 전자공시(DART)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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