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는 왜 스타필드 수원의 투자자 명단에 있을까 — 담배공장 땅의 두 번째 장사
스타필드 수원에서는 책장이 네 개 층을 가로지릅니다. 2024년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입니다. 건물을 보러 가든, 커피를 마시러 가든, 이곳에서 담배회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세계프라퍼티의 사업 파트너 명단을 펼치면 낯익은 이름 하나가 나옵니다. 스타필드 수원 투자자, KT&G. 에쎄를 만드는 회사가 여기에는 어떤 자격으로 들어와 있을까요. 답은 입점 매장보다 오래된 곳에 있습니다. 쇼핑몰이 들어선 땅입니다. 사업 파트너
쇼핑몰보다 먼저 있었던 장사
이 일대는 KT&G의 수원 연초제조창 부지였습니다. 담배를 만들던 사업장의 땅이 훗날 다른 용도로 개발된 것입니다. 담배와 쇼핑몰을 상품끼리 놓고 보면 연결이 어색하지만, 땅을 가운데 놓으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공장에는 기계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계를 놓을 건물과 땅도 필요합니다. 생산시설의 역할이 바뀌어도 그 자산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장으로 쓰던 땅에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소유한 회사에는 별개의 일이 남습니다.
오래된 공장 부지를 가진 회사 앞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계속 원래 용도로 쓰거나,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거나, 다른 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땅의 위치만 보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현금이 필요한 시점과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장소의 변화는 회사의 기록에 어떻게 남았을까요. 2018년 이사회 안건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날, 땅을 팔고 회사에 돈을 넣기로 했다
그해 6월 20일 이사회에는 두 안건이 나란히 올라왔습니다. 하나는 합작투자법인을 만들고 자본금을 출자하는 일. 다른 하나는 수원 연초제조창 부지 안의 업무·상업 복합용지 일부를 파는 일이었습니다. 9월에는 해당 토지의 매매계약 안건도 의결됐습니다. KT&G 당시 이사회 기록
땅을 판다는 것과 사업에 출자한다는 것은 얼핏 반대로 보입니다. 하나는 가진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넣어 앞으로의 사업에 참여하는 거래니까요.
매각은 거래 조건에 따라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개발사업에 출자하면 그 뒤의 사업 결과에도 이해관계가 남습니다. 대신 자금이 묶이는 시간과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사회 기록에서 매각과 출자를 구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단어를 모두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고 뭉개면 회사가 어디까지 참여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안건명에서 확인되는 것은 부지 일부를 팔기로 한 결정과 합작법인에 출자하기로 한 결정입니다. 이 기록만으로 두 거래의 자금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경영진이 어떤 수익을 기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땅을 판다는 안건만 읽고 KT&G가 이곳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생각하면, 처음 보았던 투자자 명단을 놓치게 됩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KT&G를 스타필드 수원의 투자자로 소개합니다. 옛 부지의 소유주라는 이력과 쇼핑몰의 투자자라는 이름표가 함께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 사이 이 장소는 어떻게 손님을 맞게 됐을까요. 이번에는 이사회 안건에서 눈을 돌려, 신세계가 공개한 개장 설명을 봅니다.
신세계가 모으려는 것은 사람들의 시간이었다
그 사업이 손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4년 1월입니다. 신세계가 내세운 스타필드 수원의 콘셉트에는 오래 머무는 공간이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별마당 도서관, 먹을거리, 운동과 취미 공간을 쇼핑과 엮었습니다. 스타필드 수원 개장 발표
신세계가 손님에게 내민 것은 물건을 살 장소만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보고,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러 올 이유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오래 머무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개장 설명은 그 장면들과 이어집니다. 이 설명이 KT&G의 투자 동기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간을 운영하려는 쪽이 손님에게 무엇을 제안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다만 손님이 카페에서 결제한 돈을 곧바로 KT&G 매출로 셀 수는 없습니다. 카페의 판매, 쇼핑몰의 운영, 투자자의 수익은 각각 다른 관계입니다. KT&G가 이 사업으로 실제 얼마를 벌었는지는 별도 실적을 봐야 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그보다 앞선 변화입니다. 담배를 만들던 부지에 쇼핑몰이 들어섰고, 그곳의 투자자 명단에도 KT&G가 등장한다는 것.
그래서 이 이야기는 숨겨진 땅값을 찾아 주가에 더하는 계산으로 끝내기 어렵습니다. 자산이 있다는 사실, 그 자산으로 거래를 했다는 사실, 그 결과 주주에게 현금이 돌아온다는 사실 사이에는 각각 확인할 단계가 있습니다. 쇼핑몰에 사람이 많다는 장면은 이 가운데 맨 마지막 질문까지 답해주지 않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을 찾은 사람에게는 하나의 쇼핑몰입니다. 기업의 기록에서는 토지, 매각, 출자, 운영이 서로 다른 장면으로 나타납니다. KT&G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던 이유는 담배라는 상품만 보고 회사를 생각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회사의 오래된 장사는, 그 장사를 위해 쌓아온 자산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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