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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미국 두부 브랜드를 사고도 왜 시간이 더 필요했을까

서학개미기자 0 344 0

2016년 풀무원은 미국의 두부 브랜드 나소야가 포함된 식품사업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두부회사가 미국의 유력 브랜드를 품은 소식이라면, 보통 이야기는 여기서 성공담으로 끝납니다.

풀무원의 미국 두부 사업: 인수 이후 남은 생산·배송·조리의 과제

그런데 2020년 8월, 풀무원은 다시 미국 소식을 발표합니다. 미국 진출 29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분기가 나왔다는 내용입니다. 인수 발표로부터 약 4년 뒤였습니다. 매장에 많이 들어가는 것과 장사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 사이에 다른 일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풀무원의 2020년 실적 발표

미국에 간 두부와, 미국에서 자란 두부

풀무원이 미국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1년입니다. 출발 고객은 교민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익숙한 식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파는 길과, 한국 음식을 잘 모르는 현지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길은 같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에는 풀무원보다 먼저 두부를 만들던 나소야가 있었습니다. 브랜드가 소개하는 출발점은 1978년, 매사추세츠의 개조한 헛간입니다. 한국 상표를 번역해 붙인 제품이 아니라 그곳에서 자라난 브랜드였습니다. 나소야 브랜드 이야기

두 회사의 시간이 만나기 전, 풀무원은 다른 현지 기업부터 인수합니다. 2004년의 와일드우드입니다. 풀무원의 2016년 설명에 따르면 와일드우드 제품은 홀푸드마켓에 들어갔고, 트레이더조에는 매장 자체상표 제품으로 공급했습니다.

두부를 만드는 회사는 풀무원 쪽인데 손님이 보는 포장에는 다른 이름이 붙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외 진출이 꼭 한국 간판을 더 크게 거는 방식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부 제조법보다 쉽게 가져올 수 없던 것

2016년 인수 대상에는 나소야와 아주마야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월마트와 세이프웨이 같은 대형 유통망에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거래를 통해 이어받으려던 것은 제품과 상표만이 아니라 생산시설, 물류와 판매 관계였습니다. 2016년 인수 계약 발표

두부를 만들 줄 안다는 것과 매장 냉장 진열대에 계속 공급한다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제품을 들여놓을 거래처가 있어야 하고, 그곳으로 물건이 도착해야 합니다. 이미 그 일을 해온 사업을 가져오는 인수에는, 새 상표를 처음부터 알리는 것과 다른 출발점이 있습니다.

지도에서도 맞물릴 부분이 있었습니다. 풀무원USA의 기반은 서부였고, 인수 대상 사업에는 동부 매사추세츠의 공장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당시 두 지역의 생산·물류와 영업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발표 뒤에는 두 지역의 실제 생산과 배송을 맞추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인수 뒤 생산과 물류를 통합한다는 말도 발표문에서는 짧습니다. 실제 사업에서는 무엇을 어디서 만들고 어느 매장으로 보낼지의 문제입니다. 판매처가 넓어지는 동안 공급 비용이 더 빠르게 커진다면 매출 성장과 이익 성장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통망 확보와 운영 개선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풀무원의 미국 두부 사업: 인수 이후 남은 생산·배송·조리의 과제

브랜드를 샀다고 식탁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판매처가 생겨도 소비자가 어떻게 먹을지를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두부를 보면 찌개나 부침을 떠올리기 쉽지만, 다른 식탁에서는 두부를 고르는 기준과 준비법부터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나소야의 조리 안내에는 단단한 두부의 물기를 누르는 방법, 단단함에 따라 맞는 요리, 물기를 따로 누르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 나뉘어 있습니다. 두부 한 종류를 놓고 알아서 먹으라고 하는 대신, 실제 조리에서 생기는 질문에 답하는 구성입니다. 나소야 조리 안내

이 안내는 현재의 소비자에게 하는 설명입니다. 2020년 흑자의 원인으로 거슬러 붙일 수는 없지만, 매장에 들어간 뒤에도 남는 일을 보여줍니다. 소비자가 집에서 요리하고 다시 고를 제품이어야 합니다.

2020년 풀무원은 현지 취향에 맞춘 제품과 유통 확대, 사업구조 개선을 미국 실적 변화의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나소야 인수라는 한 번의 거래 뒤에도 제품과 운영을 바꾸는 시간이 이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29년 끝에 나온 숫자는 ‘한 분기’였다

회사가 발표한 첫 흑자는 2020년 2분기였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해에 계속 흑자였다는 뜻도, 현재 미국 사업의 성적표도 아닙니다. 오래 걸린 사업의 한 시점입니다.

그래도 이 시점을 알고 2016년 인수 소식을 다시 읽으면 초점이 달라집니다. 유명 브랜드를 사는 순간 미국 사업이 완성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장에 들어갈 기반을 확보한 뒤에도 생산과 물류를 맞추고, 현지에서 팔릴 제품을 공급하는 일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해외 진출 뉴스를 읽을 때 브랜드 인수는 눈에 잘 띕니다. 그 뒤 제품이 매대에 도착하고, 소비자가 먹는 방법을 익히고, 다시 구매하는 과정은 덜 보입니다. 풀무원의 미국 두부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은 그 보이지 않는 시간에 있습니다. 무엇을 샀는가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계속 팔 수 있게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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