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포카칩을 만들려고 감자 종자부터 개발한다 [기업해부사전 20화]
포카칩 봉지에서 꺼낸 얇은 감자 한 장에는 원래 밭이 있다. 보성에서 자랐을 수도, 당진이나 양구에서 올라왔을 수도 있다. 오리온(271560)은 2026년 6월 햇감자 제품 생산 소식과 함께 청주공장의 포카칩 생산 능력을 최대 50% 늘릴 계획을 내놨다. 튀기는 설비가 커지는 이야기의 앞에는, 그 설비에 넣을 감자를 만드는 일이 놓여 있다.
포카칩 사업에서 오리온의 경쟁력은 과자 공장 울타리 밖까지 이어진다. 감자를 사 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종자를 개발하며, 농가와 계약을 맺고, 거둔 감자를 보관하는 기술까지 다룬다. 소비자는 봉지째 과자를 사지만 오리온은 그 한 봉지의 품질을 밭에서부터 맞추고 있다.
과자 연구소가 감자부터 바꾼다
오리온은 포카칩을 내놓은 1988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세웠다. 과자를 출시한 해에 원료 작물을 연구할 자리를 함께 만든 것이다. 이후 두백과 진서 같은 감자 품종을 개발했다. 신제품의 이름이 붙는 곳은 봉지 앞면이지만, 연구의 결과는 흙 속에도 들어간다.
생감자칩은 감자를 얇게 썰어 튀긴다. 원료가 가진 성질을 그대로 안고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칩용 감자는 물기를 제외하고 남는 성분의 비율이 높고, 칩으로 만들었을 때 색이 깨끗한 품종이 적합하다. 집에서 반찬으로 먹기 좋은 감자와 공장에서 칩으로 만들기 좋은 감자를 같은 기준으로 고를 수 없는 이유다.
공장이 원하는 것은 감자라는 이름의 농산물이 아니라, 칩으로 가공하기에 알맞은 원료다. 원료 단계의 차이는 같은 양을 사서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와 연결된다. 이 사업을 이해할 때 구매 단가만 들여다보면 반쪽을 놓친다. 싸게 샀다는 사실과 필요한 품질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별개다.
감자연구소의 역할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완성된 과자에 양념을 더하는 연구보다 앞에서, 가공할 재료의 선택지를 만든다. 연구비가 당장 봉지에 표시되지는 않아도 제품을 반복해서 생산할 바탕에 쓰이는 셈이다.
농가에는 감자값을, 소비자에게는 과자를
감자연구소가 있다고 오리온이 모든 밭을 직접 경작하는 것은 아니다. 2026년에는 전국 24개 지역의 300여 농가와 계약을 맺고, 약 1만 5,000톤의 감자를 포카칩과 스윙칩에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품종을 연구하는 회사와 감자를 재배하는 농가가 역할을 나눠 맡는다.
돈과 물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간다. 농가는 원료 감자를 공급하고 그 대금을 받는다. 오리온은 감자를 가공해 과자로 팔며, 소비자는 재배와 보관, 조리의 과정을 거친 한 봉지를 산다. 농가에 지급하는 감자 대금은 오리온의 원료 구입비다. 매장에서 지불한 과자값 전부가 농가 매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서 오리온은 품종 개발과 영농기술 보급, 원료관리까지 맡는다. 회사가 계약농가를 돕는 장면도 이 거래 안에 놓고 봐야 한다. 2024년에는 당진·예산·해남 지역 농가에 감자 수확기와 관리기 등 1억 2,000만원 상당의 농기계를 기증했다. 공장 안 기계를 사는 것과 별도로 원료를 거두는 쪽에도 자원이 들어간 사례다.
이 지원은 농가의 생산을 돕는 동시에 회사의 조달 기반과 맞닿는다. 감자를 계속 사야 하는 제과업체에는 농가가 계속 생산할 수 있는 환경도 사업의 일부다. 상생이라는 이름만 붙여두면 놓치는 경제적 연결이다. 그렇다고 지원액이 그대로 원가 절감액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감자를 확보하는 관계에 투자한 돈과, 제품을 팔아 남긴 이익은 구별해야 한다.
수확한 날과 튀기는 날 사이에도 기술이 든다
밭에서 나온 감자가 모두 곧장 튀김기로 가는 것은 아니다. 수확한 감자는 청주공장과 감자저장소로 옮겨진다.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품종과 함께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장 기술도 연구해 왔다. 재배에서 공장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보관이라는 단계가 끼어 있다.
2026년 국내산 햇감자를 쓰는 기간은 6월부터 10월로 제시됐다. 수확에는 계절이 있지만 생산에는 원료 투입 일정이 있다. 저장 기술은 이 서로 다른 시간을 이어 준다. 한꺼번에 거둔 농산물을 쌓아두는 일로만 보면, 제과회사가 보관법을 연구하는 이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업의 관점에서 저장소는 원료를 확보한 뒤 과자를 팔기 전까지의 구간이다. 감자를 확보했다고 매출이 생기지는 않는다. 쓸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하고 제품으로 바꾸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감자 구매량이 커질수록 입고와 보관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포카칩을 ‘제철 과자’로 내세우는 것도 이 구조와 이어진다. 보성·당진·양구라는 산지는 생산 쪽에서는 원료가 오는 곳이고, 판매 쪽에서는 소비자가 제철을 떠올리는 단서다. 오리온은 가공을 마친 제품에도 농산물의 계절을 남겨 판다. 밭의 이야기가 봉지의 구매 이유로 돌아온다.
감자가 좋아도 칼날과 기름을 다시 맞춘다
원료를 관리한다고 공장 안 숙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2025년 출시한 ‘포카칩 햇감자 3MIX’가 좋은 사례다. 일자컷·사선컷·직각컷을 한 봉지에 담으려면 포장지만 바꾸어서는 안 됐다. 오리온은 서로 다른 모양의 칼날로 감자를 자르는 설비를 공정에 추가하고, 모양과 두께가 다른 칩을 고르게 튀길 온도를 찾아 적용했다.
소비자가 만나는 차이는 바삭함과 씹는 느낌이다. 만드는 쪽에서는 절단 모양과 두께, 튀기는 조건을 함께 맞추는 과제다. 같은 햇감자로도 가공법을 달리하면 다른 상품이 된다. 품종만 좋으면 끝난다는 설명으로는 이 신제품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사례가 감자연구소의 가치를 깎지는 않는다. 오히려 원료와 가공을 함께 다뤄야 하는 사업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만든다. 연구소는 공장에 넣을 재료를 만들고, 공장은 그 재료로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는 식감을 만든다. 밭에 대한 이해가 튀김 기술을 대신하지 않듯, 튀김 기술도 밭에서 오는 모든 차이를 없애 주지는 않는다.
청주공장의 생산 확대 계획도 이 연결 위에 놓인다. 2026년 6월 발표한 하반기 생산라인 추가 구축은 더 많이 만들기 위한 계획이다. 생산 능력의 최대 50% 확대를 매출이나 이익의 50% 증가로 바꿔 읽어서는 안 된다. 늘어난 설비에 맞는 원료를 조달하고, 완성된 과자를 팔아야 그 능력이 사업의 성과로 이어진다.
베트남으로 건너간 것은 과자만이 아니었다
오리온의 감자 사업은 국경을 넘을 때 더 뚜렷해진다. 2016년부터 자체 개발한 두백·진서 품종의 씨감자를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먹을 감자와 달리 씨감자는 다음 감자를 재배하는 출발점이다. 완성된 과자를 보내는 길 옆에, 현지에서 원료를 길러낼 재료를 보내는 길이 생겼다.
베트남에서 팔리는 생감자칩 브랜드는 오스타다. 현지 소비자가 사는 것은 과자지만, 그 뒤에는 현지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감자를 확보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한국에서 쓰던 제품 이름을 외국어로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2024년 오리온은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 농생물연구소와 신품종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해 7월 베트남 연구진이 방문한 곳도 평창의 감자연구소와 청주공장이었다. 종자 연구시설을 본 뒤, 감자가 입고되고 저장되고 칩이 되는 현장을 함께 봤다. 연구소와 공장을 따로 떼어 설명하기 어려운 사업의 실제 동선이다.
이 회사를 씨감자 수출업체로 다시 분류할 필요는 없다. 포카칩 사업에서 눈여겨볼 선택은 과자를 팔기 위해 원료를 다루는 범위를 넓혔다는 데 있다. 농가를 모두 소유하지 않고도 품종·재배 지원·저장·가공을 연결했다. 오리온이 해외에 넓혀 가는 것은 과자가 놓일 진열대만이 아니라, 그 진열대를 채울 감자를 기르는 방법이다.
근거 자료: 2026년 햇감자 생산·증설 계획, 2024년 한·베 감자종자 협력, 2024년 농기계 지원, 2022년 감자연구소·저장 기술, 2025년 3MIX 가공 사례, 농촌진흥청 감자의 용도별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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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4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사업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이며, 발표된 계획은 완료 실적과 구분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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