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뉴스 > 개미백과
개미백과

LG생활건강은 작년 영업이익의 83%를 음료에서 벌었다 [기업해부사전 23화]

서학개미기자 0 17 0
LG생활건강 커버 — LG생활건강 이익의 83%는 음료에서 나왔다

9월 18일, LG생활건강(051900)이 경기도 여주에서 숲을 가꾸고 있다는 소식을 냈다. 2022년부터 여주시, 한국 코카-콜라, 세계자연기금(WWF) 등과 함께 가꿔 온 숲이 495ha로 여의도의 약 1.7배다. 올해 상반기에도 금사면 일대 50ha에서 어린나무를 솎고 천연림을 돌봤다. 「후」와 「숨37°」를 파는 화장품 회사가 숲에 물을 품게 하는 일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여주에 LG생활건강 자회사 코카콜라음료의 국내 최대 공장이 있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꺼내는 코카콜라는 미국 음료처럼 보인다. 그 병에 콜라를 채우고, 트럭에 싣고, 냉장고 칸까지 채워 넣는 회사는 LG생활건강의 자회사다. 뉴스는 대개 「화장품 회사가 음료도 한다」는 데서 멈춘다. 장부를 펴 보면 이야기가 더 크다.

2025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1,707억원이었다. 그중 1,420억원, 83%가 음료에서 나왔다. 지금 LG생활건강을 떠받치는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남의 레시피로 한국 땅의 물과 캔과 트럭을 굴리는 장사다. 이 장사는 맛과 이름을 빌리는 대신 그 밖의 원가를 거의 다 떠안는 구조로 짜여 있고, 이익도 손실도 그 떠안은 쪽에서 난다.

「후」가 적자를 낸 해, 이익은 냉장고에서 나왔다

LG생활건강의 사업은 셋이다. 화장품(뷰티), 샴푸·세제 같은 생활용품(HDB), 그리고 음료다. 이름만 보면 화장품이 맏이다. 그런데 2024년에 이미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그해 영업이익 4,590억원 가운데 음료가 1,68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화장품은 1,582억원, 생활용품은 1,328억원이었다. 세 사업 중 돈을 가장 많이 번 곳이 콜라를 담는 쪽이었다.

2025년에는 격차가 벌어진 정도가 아니라 판이 뒤집혔다. 화장품 매출은 2조3,500억원으로 16.5% 줄었고, 영업손실 976억원을 냈다. 생활용품은 1,263억원을 벌었다. 음료는 매출 1조7,707억원에 영업이익 1,420억원이었다. 화장품의 적자를 음료와 생활용품이 메우고 남은 것이 회사 전체 1,707억원이다. 화장품 회사의 이익 가운데 8할 넘게를 음료가 댔다.

LG생활건강 — 화장품 적자, 음료가 메웠다 도판

83%라는 숫자에는 화장품 적자가 전체 이익을 깎아 낸 몫도 들어 있다. 그래도 음료가 2년 연속 세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이 번 사업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음료 부문에는 2010년 일본 아사히에서 사들인 해태htb도 들어 있지만, 부문 매출의 약 9할은 코카콜라음료 한 회사에서 나온다. LG생활건강의 이익을 이해하려면 코카콜라 병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봐야 한다.

맛과 이름만 빼면 전부 LG 몫이다

코카콜라는 두 회사가 나눠서 만든다. 원액을 만들고 상표와 광고를 맡는 쪽이 코카콜라사다. 한국에서는 1974년에 세운 한국 코카-콜라 유한회사가 이 일을 한다. 그 원액을 받아 완제품을 만들고, 가게로 나르고, 파는 쪽을 병입사(보틀링 파트너)라 부른다. 한국의 병입사가 코카콜라음료이고, 지분은 LG생활건강이 90%, 코카콜라 본사 계열이 10%를 갖고 있다.

병입사가 하는 일은 원액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허가받은 캔과 페트병, 유리병에 담아 가게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말을 장부로 옮기면 목록이 길어진다. 공장과 생산 라인, 창고와 트럭, 편의점과 식당을 도는 영업 인력, 캔과 페트병 값이 전부 병입사 몫이다. 콜라 한 병에서 LG 것이 아닌 것은 맛과 이름, 두 가지뿐이다.

원액 값을 누가 정하느냐가 이 구조의 핵심이다. 코카콜라 본사는 미국 증권당국에 내는 연차보고서에 대부분의 병입 계약에서 원액 값과 판매 조건을 정할 폭넓은 재량이 자기에게 있다고 적는다. 실제로는 시장 경쟁이 그 재량을 묶는다는 단서도 함께 붙인다. 병입사의 이익은 원액을 사 온 값과 가게에 파는 값 사이에서, 캔·병·트럭·사람 값을 다 치르고 남는 몫이다. 파는 값은 시장이 누르고, 원액 값은 맛의 주인 쪽에 재량이 있다. 병입사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 사이의 원가다.

LG생활건강 — 맛과 이름만 빌린다 도판

이 관계는 한번 맺으면 길게 간다. 2022년 9월, LG생활건강과 코카콜라의 원액 판매 계약이 10년 연장됐다. 보통 5년 단위로 다시 맺던 계약의 두 배다. 당시는 코카콜라 제로 같은 무설탕 음료가 불티나며 음료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던 때였다. 남의 레시피를 빌리는 장사에서 계약 기간은 곧 사업의 수명이고, LG는 그 수명을 한 번에 10년어치 확보했다.

호주 주인이 손해 보던 병입 회사를 샀다

한국에서 코카콜라를 처음 정식으로 병에 담은 회사는 1968년의 한양식품이다. 그 뒤 오랫동안 병입은 지역마다 주인이 달랐다. 서울·경기·강원은 두산음료, 부산·경남은 우성식품, 광주·호남은 호남식품, 대구·충청은 범양식품이 맡았다. 1997년 한국코카콜라가 범양식품을 뺀 세 곳의 병입 사업을 사들여 한국코카콜라보틀링으로 묶었고, 이듬해 지분 100%를 호주의 병입 전문 회사 코카콜라 아마틸에 넘겼다.

호주 주인 아래서 이 회사는 뒷걸음질했다. 매출은 2002년 5,990억원에서 2005년 4,984억원으로 줄었다. 2003년 처음 적자를 냈고, 2004년 255억원, 2005년 343억원의 손실을 냈다. 건강을 따지는 소비가 늘며 탄산음료가 덜 팔리던 때다. 2007년 8월, LG생활건강이 이 회사를 빚을 포함해 3,853억원에 샀다. 이름은 이듬해 코카콜라음료로 바뀌었다.

LG 아래서 이 회사는 그룹 이익을 받치는 기둥이 됐다. 음료 영업이익이 2023년 줄었을 때, 그것이 9년 만의 첫 감소였다. 주인이 바뀌어도 맛과 이름은 그대로 코카콜라의 것이었다. 적자 회사가 캐시카우가 되는 동안 LG가 손쓸 수 있었던 것은 병입사 쪽, 곧 자기가 떠안은 원가와 영업뿐이었다. 이 사업에서 잘하고 못하고가 갈리는 자리가 거기다.

첫 적자는 캔과 사람 쪽에서 났다

2025년 4분기, 음료 부문이 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3,8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6.7% 줄었다. 2007년 인수 이후 음료 사업의 첫 분기 적자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인력 효율화에 들어간 일회성 비용이다. 코카콜라음료는 2024년 11월 1971년 이전에 태어난 영업·물류 직원을 대상으로 처음 희망퇴직을 받았고, 2025년 11월에는 대상을 1980년 이전 출생으로 넓히며 인사·전략 같은 스태프 조직까지 포함했다. 생산직은 대상에서 뺐다.

일회성 비용을 걷어 내도 흐름은 아래를 향한다. 음료의 2분기 영업이익은 2023년 602억원, 2024년 518억원, 2025년 425억원, 2026년 361억원으로 3년 내리 줄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4,614억원으로 오히려 0.5% 늘었다. 덜 팔려서가 아니라, 팔고 남는 몫이 줄었다. 올해 알루미늄 값은 연초 톤당 3,000달러에서 3,500달러대로, 페트병 원료의 뿌리인 나프타는 톤당 500달러에서 700~800달러대로 뛰었다.

LG생활건강 — 팔고 남는 몫이 줄었다 도판

앞에서 본 구조에 이 숫자를 얹으면 그림이 맞아떨어진다. 캔 값이 오르면 캔을 사는 병입사의 원가가 오른다. 페트병도 트럭도 영업사원도 병입사 장부에 있다. 그사이 젊은 소비자는 설탕 든 탄산에서 저당·기능성 음료로 옮겨 가는 중이다. 이익이 눌릴 때 LG가 손댈 수 있는 원가는 자기가 떠안은 원가뿐이고, 첫 적자에 찍힌 비용이 정확히 그 자리, 영업·물류·사무 조직의 사람에게서 나왔다.

화장품이 무너진 해에 회사를 받친 것도, 지금 이익이 새는 곳도 같은 자리다. 맛을 새로 짜는 일도, 광고로 이름값을 키우는 일도 원액 쪽의 몫이다. LG가 직접 쥔 손잡이는 물을 아끼고, 캔과 병을 싸게 들이고, 트럭을 덜 돌리는 쪽에 달려 있다.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은 콜라 회사가 아니라, 남이 만든 콜라를 한국 구석구석에 싸고 빠르게 가져다 놓는 회사로 봐야 정확하다.

여주의 숲으로 돌아가 보자. 숲이 품은 물은 콜라 한 병에 들어가는 재료 가운데 LG생활건강이 가장 먼저 책임지는 것이다. 그 병에서 LG가 고를 수 있는 것은 물과 캔과 트럭이고, 고를 수 없는 것은 맛과 이름이다. 작년 이 화장품 회사 이익의 8할이, 고를 수 없는 그 맛을 빌린 자리에서 나왔다.

근거 자료: LG생활건강 여주 숲 가꾸기(2026년 9월), LG생활건강 2025년 4분기·연간 실적, LG생활건강 2024년 4분기·연간 실적, 음료 부문 인수 후 첫 분기 적자, 코카콜라음료 지분 구조와 희망퇴직, 코카콜라음료 첫 희망퇴직과 음료 매출 비중, 2026년 2분기 음료 수익성과 원부자재 가격, 코카-콜라 시스템의 역할 분담, 한국 코카-콜라의 역사, 코카콜라 연차보고서의 병입 계약 조항, 원액 판매 계약 10년 연장, 계약 연장 당시 음료 실적, 1997년 지역 병입 회사 인수,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의 아마틸 매각과 적자, 2007년 LG생활건강 인수.

함께 읽기: 동아제약은 캄보디아에서 박카스를 팔지 않는다 · KT&G는 왜 스타필드 수원의 투자자 명단에 있을까

2026년 9월 30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한국 병입 계약의 세부 조건과 원액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 , , , , , , , , , , , , ,

0 Comments

공지사항


광고제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