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미디어는 작년 노래방 기계보다 일본 노래방 리모컨을 더 팔았다 [기업해부사전 28화]
노래방 문을 열면 테이블 위에 마이크 두 개와 리모컨이 놓여 있다. 번호를 누르면 반주가 흐르고, 달이 바뀌면 새로 나온 노래가 목록에 붙는다. 국내 노래방에 깔린 반주기의 70% 넘게를 한 회사가 만든다. TJ미디어(032540)다. 노래방 반주기 회사 가운데 증시에 오른 곳은 이 회사 하나다.
10월 2일 TJ미디어가 신고가 종목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사는 대개 「노래방 1위」에서 멈춘다. 2025년 사업보고서를 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매출 944억원에서 가장 큰 칸은 반주기(261억원)가 아니다. 일본 노래방에 들어가는 손바닥만 한 선곡 리모컨이 351억원, 36%를 차지했다. 회사는 이 물건을 「전자목차본」이라고 부르고, 한 대도 남김없이 일본으로 보낸다.
TJ미디어는 한국 노래방의 주인이지만, 이 회사에서 가장 큰 단일 매출은 일본 노래방 손님의 손에 들려 있다. 그 칸의 크기는 일본의 손님 회사가 언제 기계를 들이느냐가 정한다. 한국에서 버는 돈은 작아도 꾸준하고, 일본에서 받는 돈은 크지만 들쭉날쭉하다. 이 두 돈을 나눠 보면 노래방 1위 회사의 실적표가 해마다 다른 얼굴을 하는 이유가 보인다.
두꺼운 노래책을 밀어낸 손바닥 화면
회사는 1981년 6월 태진음향으로 출발했다. 1989년 가정용 컴퓨터 노래 반주기 「뮤지콤」을 내놨고, 1993년 8월에는 실제 악기 연주를 담은 영업용 반주기를 국내에서 처음 내놓으며 노래방에 들어갔다. 1997년 태진미디어로 이름을 바꾸고 업계에서 처음 코스닥에 올랐다. TJ미디어라는 이름은 2005년부터 쓴다.
일본 길은 2001년 11월에 열렸다. 일본 가라오케 1위 회사 다이이치코쇼(제일흥상)와 전자목차본 공급 계약을 맺었다. 가수 이름, 곡 제목, 장르, 시대를 눌러 노래를 찾는 터치 화면 단말이다. 두꺼운 종이 노래책을 넘기던 일을 손바닥 화면이 대신한다. 2023년 4월, 이 회사가 다이이치코쇼에 보낸 전자목차본이 누적 160만 대를 넘었다.
일본에서 이 물건이 빠질 수 없는 이유는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직접 적어 두었다. 일본 노래방은 음식과 술을 함께 파는 곳이라 손님의 나이대가 넓고, 고를 수 있는 곡이 30만 곡을 넘는다. 목차 없이는 노래를 찾을 수 없다. 회사는 이 단말을 「노래방에 없으면 안 되는 품목」이라 부르고, 교체 수요가 꾸준하다고 쓴다.
이 단말은 일본으로 가는 노래반주기와 짝을 지어 돌아간다. 그러니 손님은 노래방 업주 수천 명이 아니라 그 노래방에 기계를 대는 회사다. 이 사업에서 TJ미디어는 무대에 서지 않고, 손님 회사의 노래방에 들어갈 부품을 만드는 자리에 선다. 주문서도 대부분 한 회사에서 온다.
기계는 한 번 팔고, 노래는 다달이 판다
국내 장사는 결이 전혀 다르다. 노래방 업주는 반주기를 한 번 산다. 그다음부터는 신곡을 사야 한다. TJ미디어는 한 달에 250곡 넘는 신곡 반주를 만들고, 업소용 기계는 거의 모두 다달이 업데이트를 받는다. 업주는 스마트카드를 충전하거나 정기 묶음을 사는 식으로 돈을 낸다. 기계 값은 한 번 받고 끝나지만, 신곡 값은 그 기계가 켜져 있는 동안 계속 들어온다.
회사는 이 콘텐츠 사업을 원가에 비해 남는 것이 많고 매출이 꾸준하다고 적는다. 2025년 반주기 음악콘텐츠 매출은 214억원이었다. 2011년의 한 분석은 이 구조를 복사기 회사가 토너를 계속 파는 것에 견줬다. 그때 TJ미디어는 국내 시장의 40%를 쥔 2등이었고, 금영이 60%였다. 지금은 TJ미디어가 70%를 넘는다. 15년 사이 순위가 뒤집혔고, 그만큼 다달이 신곡을 사는 가게가 이 회사 쪽으로 넘어왔다.
요즘 이 돈을 받쳐 주는 곳은 코인노래방이다. 회사가 주요 거래처로 꼽는 이름도 세븐스타, 슈퍼스타, 악쓰는 하마, 락휴 같은 코인노래방 프랜차이즈다. 물건은 99%가 대리점과 딜러를 거쳐 업소로 가고, 대금은 99% 넘게 현금으로 받는다.
땅은 줄고 있다. 전국 노래방은 2006년 3만8천 곳쯤에서 정점을 찍고 2025년 2월 2만5천 곳쯤으로 줄었다. 가게가 줄어도 남은 가게는 매달 신곡을 사야 하니 바닥은 단단하다. 위로 커질 자리는 좁다. 경영진도 2026년 7월 「점유율이 70%를 넘지만 노래방이 무한대로 생겨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장사는 1등을 지키는 일이지, 더 키우는 일이 아니다.
일본 칸은 손님의 교체 시계를 따라 움직인다
일본 칸의 숫자를 해마다 늘어놓으면 모양이 보인다. 전자목차본 매출은 2021년 140억원에서 2022년 242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 1분기에는 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 늘었고, 회사는 일본에서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다고 했다. 그해 연결 매출은 96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였다. 2025년에도 351억원으로 회사에서 가장 큰 칸을 지켰다.
2026년 1분기에 이 칸이 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1년 전 같은 분기에는 79억원이었다. 회사 전체 매출은 174억원으로 18.6% 줄었고 영업손실 7억원을 냈다. 2분기 매출도 1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6% 적었다. 한국 노래방 1위 자리는 그대로인데, 일본 칸이 비자 회사 전체가 적자로 돌아선 분기가 나왔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2014년 이 회사의 일본 매출은 1년 전 370억원에서 218억원으로 41% 줄었고, 태국 매출이 정치 불안으로 45억원에서 7억원으로 꺾인 것까지 겹쳐 그해 영업손실 8억6천만원을 냈다. 새 전자목차본은 이듬해 2월에 나왔다.
이 칸은 김포 공장이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일본의 손님 회사가 언제 새 세대 기계를 들이느냐를 따라 움직인다. 주문이 몰리는 해에는 창사 최대 실적이 되고, 비는 분기에는 1위 회사도 적자를 본다. 교체 수요가 꾸준하다는 회사의 설명과 해마다 출렁이는 숫자는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언젠가 바꿀 것은 확실하지만 언제 바꿀지는 손님이 정한다.
노래방 밖으로 나가 보는 돈: 칩, 아이돌, 알루미늄
TJ미디어도 노래방 바깥을 더듬고 있다. 프랑스에 있는 100% 자회사 드림(Dream S.A.S)은 기기에서 소리를 내는 음원칩을 만든다. 회사는 이곳을 세계 3대 음원칩 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한다. 2025년 음원 IC 매출은 75억원이었고, 2026년 1분기에는 칩 매출의 79%가 해외로 나갔다. 국내 자회사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에는 에이핑크와 더윈드가 소속돼 있다.
2026년 7월에는 130억원을 빌려 알루미늄 원자재 거래에 넣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사들여 국내에서 가공하고 해외에 파는 일은 계약 상대방이 맡고, TJ미디어는 돈을 대고 톤당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 회사는 시험 성격의 사업이라고 했다. 경영진이 「노래방 시장 자체가 최대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 바로 그 자리에서 나온 결정이다.
2025년 장부에서 음원칩과 엔터테인먼트를 합치면 92억원이다. 일본 리모컨 한 칸의 4분의 1 남짓이다. 노래방 회사가 노래방 밖에서 찾는 길은 아직 하나도 그 한 칸을 대신할 크기가 아니다.
다음에 노래방 리모컨을 집으면, 화면을 눌러 노래를 찾는 그 손동작을 한번 떠올려 보자. 한국에서 그 손이 고른 신곡은 TJ미디어에 다달이 조금씩 돈을 보낸다. 바다 건너 일본 노래방에서 같은 동작을 하는 손님들은 이 회사의 가장 큰 칸을 쥐고 있다. TJ미디어의 한 해는 서울에서 부르는 노래보다 일본 노래방이 리모컨을 언제 바꾸느냐에 더 크게 걸려 있다.
근거 자료: 2025년 사업보고서(부문별 매출·전자목차본 일본 수출·신곡 제작·대리점 판매·주요 거래처·자회사), 2026년 1분기 보고서(전자목차본 6억원·30만 곡·교체 수요·수출 비중), 2025년 1분기 보고서(전자목차본 79억원), 2023년 3분기 보고서(2021·2022년 전자목차본 매출), 회사 연혁(1981년 태진음향·1993년 영업용 반주기·2001년 제일흥상 계약·160만 대 누적 출하), 알루미늄 거래 130억원·점유율 70% 발언·2026년 1분기 실적, 전국 노래방 수와 다이이치코쇼 의존, 2011년 국내 점유율과 토너 비유, 2023년 1분기 전자목차본 96억원, 2014년 일본 매출 41% 감소와 신제품 출시, 2023년 창사 최대 매출, 2026년 2분기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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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4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부문별 매출은 회사 연결 기준이고, 국내 점유율 70%는 2026년 7월 경영진 발언, 전국 노래방 수는 2025년 보도 기준입니다.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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