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엠씨는 대한전선이 99억원에 들어와 460억원에 나간 배 전선 회사다 [기업해부사전 29화]
큰 배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발전소다. 엔진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가 조타실 화면과 화물 펌프와 선실 조명까지 간다. 그 길을 잇는 것이 강철 벽과 천장 속을 지나는 전선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이 짓는 배에 깔리는 이 전선의 절반 넘게를 한 회사가 만든다.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본사를 둔 티엠씨(217590)다.
티엠씨는 10월 2일 상한가를 찍으며 그 주 코스피 상승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날 붙은 이름표는 광통신과 데이터센터였다. 기사는 대개 거기까지 쓴다. 이 회사의 지분 기록을 거꾸로 넘기면 다른 장면이 나온다. 2005년 대한전선이 99억원을 들여 티엠씨 지분 39.22%를 가졌다. 5년 뒤 대한전선은 그 지분을 460억원에 팔았고, 산 사람은 이 회사를 차린 창업자였다.
티엠씨는 배를 짓던 사람이 배 전선 하나를 붙들고 키운 회사다. 큰 전선회사에게 이 회사는 사고팔 수 있는 지분이었고, 창업자에게는 회사 전부였다. 그 차이가 20년 뒤 국내 배 전선 시장의 순위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1위에 오른 지금, 이 회사의 숙제는 순위가 아니라 남는 돈이다.
조선소에서 11년, 전선 공장에서 3년
창업자 송무현 회장은 1977년부터 1988년까지 대우중공업에서 일했다. 배를 짓는 쪽의 경력이다. 1989년에는 진로산업으로 옮겨 연구소장과 공장장을 지냈다. 진로산업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 배 전선 시장의 3강으로 꼽히던 전선회사다. 조선소에서 배를 배우고, 배 전선 공장에서 전선을 배운 사람이 1991년 서진공업을 차렸다. 처음부터 선박·해양용 특수 케이블 회사였다.
2000년부터는 광케이블도 만들었다. 2001년 광통신 케이블로 미국 UL 인증을 받았고, 이듬해 회사 이름을 서진옵토닉스로 바꿨다. 옵토닉스는 빛을 다루는 전자 기술을 가리킨다. 10월 2일 붙은 광통신 이름표는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2000년부터 키워 온 곁가지에 다시 불이 들어온 것이다. 회사의 몸통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 전선이었다.
대한전선이 들어왔다가 나간 5년
2005년 5월, 서진옵토닉스의 선박 전선 부문과 대한전선의 고무선 부문이 합쳐져 티엠씨가 출범했다. 대한전선은 99억원을 넣어 지분 39.22%를 가졌다. 그 무렵 국내 배 전선 시장은 극동전선·LS전선·진로산업이 셋으로 나눠 갖고 있었다. 티엠씨는 그 셋을 뒤쫓는 막내로 출발했다. 2006년에는 바다 위에서 원유를 뽑아 저장하는 설비(FPSO)인 아그바미 프로젝트에 케이블을 댔다.
2010년 7월 29일, 대한전선은 티엠씨 지분 39.22%를 460억원에 팔았다. 그해 6월 만든 구조조정추진본부가 재무구조를 고치고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놓은 자산 가운데 하나였다. 사는 쪽은 송무현 당시 티엠씨 대표였다. 99억원이 5년 2개월 만에 460억원, 4.6배가 됐다.
같은 39.22%가 두 회사에서 전혀 다른 물건이었다. 재무구조를 고쳐야 하는 대한전선에게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이었다. 창업자에게는 회사의 주인 자리를 되찾는 값이었다. 대기업 전선회사의 한 부문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회사가, 이 거래로 배 전선만 하는 회사로 남았다.
그 뒤의 주인 바뀜은 한 집안 안에서 일어났다. 2012년 송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티엠씨는 인적분할로 지금의 법인이 됐다. 2021년 7월에는 송 회장이 2008년에 인수한 볼트·너트 회사 케이피에프가 송현홀딩스로부터 티엠씨 지분 68.37%를 약 713억원에 사들였다. 2024년 케이피에프 연결 매출 7,820억원 가운데 47.8%가 티엠씨에서 나왔다. 볼트 회사의 매출 절반이 배 전선이다. 상장은 2013년부터 세 번 미뤄진 끝에 2025년 12월 15일 코스피에서 이뤄졌다.
불이 나도 버티고, 기름을 맞아도 멀쩡해야 하는 전선
배 전선이 집 전선과 다른 것은 깔리는 자리 때문이다. 바다 한가운데서는 불이 나도 대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해양 프로젝트용 케이블은 모든 자재 규격이 엄격하다. 불에 잘 붙지 않고, 불 속에서도 버티고, 기름을 맞아도 상하지 않고, 타더라도 독한 연기를 내지 않아야 한다. 업계는 이를 난연·내화·내유·무독성이라 부른다.
배는 선급이라 불리는 검사기관의 규칙에 맞춰 지어지고, 거기 들어가는 전선도 그 문턱을 넘어야 한다. 티엠씨는 미국 ABS, 노르웨이 DNV 같은 선급의 인증을 갖고 있다. 인증 하나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시험이 곧 새로 들어오려는 회사 앞의 벽이다. 이 시장은 전선을 잘 만드는 회사보다 배의 규칙을 오래 맞춰 온 회사에게 유리하다.
약 1조원 규모인 국내 선박·해양 케이블 시장에서 티엠씨의 몫은 45%다. 조선 3사로 좁히면 50%를 넘는다. 2006년 3강의 뒤를 쫓던 막내가 20년 만에 맨 앞에 섰다. 2025년 매출의 74.6%가 선박용, 8.2%가 해양용 케이블이었다. 손님 명단은 사실상 조선소 세 곳이고, 그 세 곳이 배를 덜 지으면 이 회사도 덜 판다. 2016~2017년 조선업이 가라앉았을 때 이 회사의 상장 준비도 같이 멈췄다.
1위가 100원어치를 팔면 2원이 채 안 남는다
2025년 티엠씨의 매출은 3,409억원, 영업이익은 64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 1.9%다. 매출에서 원가가 91.7%를 가져갔다. 조선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오가던 해에, 그 배에 들어가는 전선의 1위 공급자는 100원어치를 팔아 2원도 남기지 못했다. 2021년에는 영업손실 190억원을 냈다.
전선의 몸통은 구리다. 2026년 1분기 전기동 값은 1년 전보다 25% 올랐고, 그 분기 티엠씨는 매출 939억원에 영업이익 10억원을 남겼다. 증권가는 오른 구리값을 손님에게 다 넘기지 못한 것과 해양 프로젝트 계약이 밀린 것을 원인으로 꼽고, 일반 상선용 케이블의 이익률을 한 자릿수 초반, 해양 플랜트용을 한 자릿수 후반까지로 추정한다. 가장 많이 파는 물건이 가장 얇게 남고, 손님 셋과 구리값 사이에서 이 회사가 쥔 칼자루는 짧다.
해양 칸이 비면 그 차이가 바로 드러난다. 해양용 케이블은 2024년 매출의 16.4%였다가 신규 수주가 끊긴 2025년 8.2%로 줄었고, 그해 4분기 회사는 영업손실 21억원을 냈다. 1위가 된 회사에게 남은 질문은 더 많이 파는 법이 아니라, 덜 얇게 남는 손님을 어디서 찾느냐다.
천안의 배 전선 회사가 텍사스에 공장을 차렸다
티엠씨가 찾은 답은 바다 건너 땅 위에 있었다. 미국 텍사스주 캐럴턴, 댈러스 옆 도시에 광케이블 공장을 세워 2025년 말부터 돌렸다. 2026년 3월 광 커넥터 회사 암페놀에 가정용 인터넷망 광케이블 약 200만달러어치를 처음 보냈다. 5월에는 미국 데이터센터·AI 인프라 회사와 110억원어치 광케이블 계약을 맺었다. 회사가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따낸 단일 광케이블 계약 가운데 가장 크다.
8월에는 북미 중전압 전력 케이블 인증(UL 1072)을 받고 1,540만달러, 약 220억원어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7년 5월까지 납품하는 물량이다. 캐럴턴 공장은 24시간 돌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울 원전 3·4호기에 케이블 납품을 마쳤고, 신한울 3·4호기에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댄다. 배 전선의 엄격한 규격을 맞춰 온 솜씨가 원전과 미국 전력망이라는 또 다른 깐깐한 손님 앞으로 옮겨 가고 있다.
지영완 대표 체제의 티엠씨는 조선 불황을 겪으며 미국 광·전력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25년 광케이블은 아직 매출의 6.5%다. 몸통은 여전히 배 전선이고, 텍사스는 이제 막 돌기 시작한 두 번째 심장이다. 티엠씨가 지금 하는 일은 1위 자리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손님 명단을 조선소 세 곳 밖으로 넓히는 일이다.
다음에 조선소 도크에 선 거대한 배 사진을 보면, 그 강철 벽 속을 지나는 전선을 떠올려 보자. 절반 넘게를 조선소 출신 창업자가 차린 회사가 만들었다. 2025년 상장 때 티엠씨가 몸값을 견줄 비교 회사로 고른 이름 가운데 대한전선이 있었다. 15년 전 460억원을 받고 이 회사를 떠난 전선회사가, 이제 이 회사의 몸값을 재는 잣대로 돌아왔다.
근거 자료: 10월 2일 상한가·주간 코스피 상승률 1위, 10월 2일 상승과 미국 광·전력케이블 수주·대표의 사업 다변화, 2005년 대한전선 99억원·39.22% 취득과 2010년 460억원 매각·구조조정추진본부, 1991년 서진공업 창업·2005년 티엠씨 출범·상장 시도 이력·2021년 케이피에프 인수, 송무현 회장 경력(대우중공업·진로산업)과 2008년 케이피에프 인수, 2006년 티엠씨 탄생 경위·당시 3강·해양용 케이블 요구 특성, 송현그룹 티엠씨 소개(본사·2001년 UL 인증·선급 인증·아그바미 FPSO·2025년 매출), 2000년 광케이블 생산 시작·조선 3사 고객, 2012년 인적분할, 케이피에프 매출 중 티엠씨 47.8%, 미래에셋증권 2026년 6월 9일 보고서(시장 1조원·점유율·제품별 비중·연간 실적·1분기 실적·전기동·이익률 추정·원전·상장 비교군), 암페놀 초도 공급·텍사스 공장 가동, 미국 데이터센터용 광케이블 110억원 계약, 캐럴턴 공장·UL 1072·전력 케이블 1,540만달러 계약, 상장 당시 조선 슈퍼사이클 언급, ABS·DNV 등 선급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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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5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연간·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이고, 시장 규모·점유율·제품별 이익률은 2026년 6월 증권사 보고서의 추정입니다.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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