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3천 원을 긁으면, 코나아이는 15원을 법니다 [기업해부사전 1화]
시장 골목에서 누군가 지역화폐 카드로 3천 원을 결제합니다. 붕어빵 두 개 값입니다.
이 순간, 이 판을 만든 회사에 들어가는 돈은 약 15원입니다.
투자 참고용 글이 아니라 기업 구조 해설입니다. 숫자는 2026년 3월 공시 사업보고서(2025 회계연도) 기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15원은 연간 결제액 대비 매출 비율(0.5%)로 환산한 평균값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회사의 판 위에서 지난해 12조 4천억원이 결제됐습니다. 경기지역화폐, 울산페이, 세종 여민전 — 이름은 달라도 64개 지자체의 지역화폐가 이 회사 것입니다. 쓰는 사람만 1,500만명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코나아이입니다.
12조원은 어디로 가는가
답부터 말하면, 코나아이 통장에는 안 갑니다.
상품권을 충전한 돈의 본체는 법이 지정한 자리에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법 제4조의2. 판매대금과 미사용 잔액은 원칙적으로 지자체 금고 계좌에 보관해야 합니다. 12조원은 댐에 갇힌 물입니다. 회사는 그 물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대신 물이 흐를 때마다 요금을 받습니다. 결제가 일어날 때 떼는 결제수수료가 지난해 552억원. 지자체가 판 운영을 맡긴 대가로 주는 운영대행료가 92억원. 합쳐서 644억원입니다.
12조 4천억원의 0.5%. 3천 원짜리 붕어빵 결제에서 15원. 이것이 이 회사가 지역화폐에서 버는 돈의 전부입니다.
만약 회사가 그 돈을 만질 수 있었다면
잠깐 상상해 보겠습니다. 1,500만명이 충전해 둔 돈이 회사 계좌에 앉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쓰이기 전까지 그 돈은 잠자는 뭉칫돈이고, 뭉칫돈은 이자를 낳습니다.
실제로 지역화폐 제도의 초창기에는 지역사랑상품권법이라는 게 아예 없었습니다. 당시 전자금융거래법의 틀 안에서는 운영사가 충전금을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구조였죠. 그런데 전국의 지역화폐 판이 수조원 단위로 커지자, 주민들 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것이냐가 제도 차원의 숙제가 됐습니다.
그 답이 2023년 이후의 지역사랑상품권법 제4조의2입니다. 판매대금과 미사용 잔액은 지자체 금고에, 운영사가 직접 받는 자체 선불충전금마저 은행 신탁에 — 코나아이도 300억원(2026년 6월 말)을 신탁에 예치해 두고 있습니다. 자물쇠는 이 제도 변화가 채운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코나아이는 보관료가 아니라 통행료로 먹고삽니다. 은행이 아니라 고속도로죠. 도로 위의 돈은 남의 것이고, 회사 것은 요금소뿐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 본체는 공장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코나아이는 영락없는 지역화폐 회사입니다. 그런데 장부를 열어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해 매출 3,092억원을 뜯어 보면, 지역화폐가 속한 플랫폼 수수료는 21.5%입니다. 가장 큰 덩어리는 따로 있습니다. IC칩이 박힌 카드를 만들어 파는 스마트카드 제조, 61.3%. 지금 지갑에 든 카드 중 하나도 이 회사 공장에서 나왔을지 모릅니다.
요즘 뉴스에 나온 미국 진출도 그 연장입니다. 8월 31일 이사회에서 2,200만 달러, 약 303억원을 들여 뉴저지의 카드 공장 PSC를 통째로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앱을 파는 확장이 아니라 공장을 사는 확장입니다.
그러니까 지역화폐 앱 회사가 아니라, 지역화폐 앱도 하는 카드 공장 — 이게 이 회사의 진짜 얼굴입니다.
644억이 전부가 아닙니다 — 판이 공장을 먹여 살립니다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가 보죠. 통행료 644억이면 큰 회사 유지비도 빠듯할 텐데, 왜 64개 지자체 판을 이 악물고 지킬까요.
답은 공시에 적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카드를 만드는 것부터 발급·승인·정산·가맹점 관리까지 한 줄로 잇는다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지역화폐 판이 굴러가려면 카드가 필요하죠. 그 카드는 누가 만들까요. 자기 공장입니다. 그러니까 지역화폐 판은 통행료 644억만 내는 게 아니라, 본체인 카드 공장에 일감을 대 줍니다. 1,500만장의 판이 곧 공장의 안정 수요처인 셈이죠. "지역화폐, 남는 것도 없는데 왜 하냐"는 질문의 답이 여기 있습니다.
대신 이 판의 바닥은 나라 곳간입니다. 정부 예산·보도 기준으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는 2021년 1조 2,522억원에서 2023년 3,52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2025년 9,996억원으로 되살아났습니다. 4년 사이에 4분의 1 토막이 났다가 세 배로 뛰는 널뛰기 — 이 회사 사업계획서로는 어쩔 수 없는 변수입니다.
숫자 하나만 기억한다면
지난해 이 회사 영업이익은 889억원. 한 해 전에는 334억원이었습니다. 한 해 만에 2.7배가 됐습니다.
다만 공시는 카드 공장과 지역화폐 중 어느 쪽이 이 이익을 끌었는지 나눠서 보여 주지 않습니다. 참고로 3년 흐름은 이렇습니다 — 매출 2,802억 → 2,363억 → 3,092억원, 순이익 289억 → 302억 → 745억원.
베낄 수 없는 것
카드 공장이야 돈 있으면 짓습니다. 결제 앱도 개발자 뽑으면 만들죠. 그런데 64개 지자체를 한 곳씩 찾아가 하나하나 따낸 운영 계약, 그리고 카드 찍는 공장부터 결제·정산까지 전부 자기 손으로 이어 붙인 판 — 이건 돈 주고 못 삽니다. 시간을 주고 사는 겁니다.
물론 약점도 그 자리에 같이 있습니다. 이 판이 깔린 땅은 나라 예산이거든요.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은 해마다 크게 출렁였고, 그건 이 회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변수입니다. 남이 깔아 준 판에서 제일 오래, 제일 촘촘하게 장사해 온 회사 — 그 힘과 그 불안이 한 몸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시장에서 지역화폐로 붕어빵을 사시거든, 한번 떠올려 보세요. 방금 그 3천 원에서 딱 15원이 어느 카드 공장의 요금소를 지나갔다는 걸요. 15원짜리 장사 같지만 — 그 요금소가 지금 전국 예순네 곳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은 공시·법령·공식 발표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업 구조를 해설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코나아이 사업보고서(2026년 3월)·주요사항보고서(2026년 8월)·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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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본사의 손님은 소비자가 아니라 18,711개 점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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