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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3천 원을 긁으면, 코나아이는 15원을 법니다 [기업해부사전 1화]

서학개미기자 0 438 0
코나아이 커버 — 붕어빵 3,000원에서 회사 몫 약 15원

시장 골목에서 누군가 지역화폐 카드로 3천 원을 결제합니다. 붕어빵 두 개 값입니다.

이 순간, 이 판을 만든 회사에 들어가는 돈은 약 15원입니다.

투자 참고용 글이 아니라 기업 구조 해설입니다. 숫자는 2026년 3월 공시 사업보고서(2025 회계연도) 기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15원은 연간 결제액 대비 매출 비율(0.5%)로 환산한 평균값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회사의 판 위에서 지난해 12조 4천억원이 결제됐습니다. 경기지역화폐, 울산페이, 세종 여민전 — 이름은 달라도 64개 지자체의 지역화폐가 이 회사 것입니다. 쓰는 사람만 1,500만명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코나아이입니다.

3,000원 결제부터 지자체 금고·644억원까지 돈의 본체가 흐르는 길 전체 디오라마 도판

12조원은 어디로 가는가

답부터 말하면, 코나아이 통장에는 안 갑니다.

상품권을 충전한 돈의 본체는 법이 지정한 자리에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법 제4조의2. 판매대금과 미사용 잔액은 원칙적으로 지자체 금고 계좌에 보관해야 합니다. 12조원은 댐에 갇힌 물입니다. 회사는 그 물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12조 4천억원 충전금 유리 수조 — 회사는 소유하지 않는다는 주석이 붙은 도판

대신 물이 흐를 때마다 요금을 받습니다. 결제가 일어날 때 떼는 결제수수료가 지난해 552억원. 지자체가 판 운영을 맡긴 대가로 주는 운영대행료가 92억원. 합쳐서 644억원입니다.

회사는 흐를 때만 번다 — 결제수수료 552억원과 운영대행료 92억원이 644억원으로 모이는 물레방아 도판

12조 4천억원의 0.5%. 3천 원짜리 붕어빵 결제에서 15원. 이것이 이 회사가 지역화폐에서 버는 돈의 전부입니다.

만약 회사가 그 돈을 만질 수 있었다면

잠깐 상상해 보겠습니다. 1,500만명이 충전해 둔 돈이 회사 계좌에 앉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쓰이기 전까지 그 돈은 잠자는 뭉칫돈이고, 뭉칫돈은 이자를 낳습니다.

실제로 지역화폐 제도의 초창기에는 지역사랑상품권법이라는 게 아예 없었습니다. 당시 전자금융거래법의 틀 안에서는 운영사가 충전금을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구조였죠. 그런데 전국의 지역화폐 판이 수조원 단위로 커지자, 주민들 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것이냐가 제도 차원의 숙제가 됐습니다.

그 답이 2023년 이후의 지역사랑상품권법 제4조의2입니다. 판매대금과 미사용 잔액은 지자체 금고에, 운영사가 직접 받는 자체 선불충전금마저 은행 신탁에 — 코나아이도 300억원(2026년 6월 말)을 신탁에 예치해 두고 있습니다. 자물쇠는 이 제도 변화가 채운 겁니다.

운영사가 충전금을 관리하던 초창기 제도에서 지자체 금고·은행 신탁 원칙으로 바뀐 제도 변화 연대기 도판

그래서 오늘의 코나아이는 보관료가 아니라 통행료로 먹고삽니다. 은행이 아니라 고속도로죠. 도로 위의 돈은 남의 것이고, 회사 것은 요금소뿐입니다.

은행이 아니라 고속도로 — 64개 지자체 도로와 수수료율 0.5% 요금소 도판

하나 더 있습니다 — 본체는 공장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코나아이는 영락없는 지역화폐 회사입니다. 그런데 장부를 열어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난해 매출 3,092억원을 뜯어 보면, 지역화폐가 속한 플랫폼 수수료는 21.5%입니다. 가장 큰 덩어리는 따로 있습니다. IC칩이 박힌 카드를 만들어 파는 스마트카드 제조, 61.3%. 지금 지갑에 든 카드 중 하나도 이 회사 공장에서 나왔을지 모릅니다.

요즘 뉴스에 나온 미국 진출도 그 연장입니다. 8월 31일 이사회에서 2,200만 달러, 약 303억원을 들여 뉴저지의 카드 공장 PSC를 통째로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앱을 파는 확장이 아니라 공장을 사는 확장입니다.

그러니까 지역화폐 앱 회사가 아니라, 지역화폐 앱도 하는 카드 공장 — 이게 이 회사의 진짜 얼굴입니다.

본체는 카드 공장 — 매출 3,092억원과 스마트카드 제조 61.3%가 라벨된 공장 절개 도판

644억이 전부가 아닙니다 — 판이 공장을 먹여 살립니다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가 보죠. 통행료 644억이면 큰 회사 유지비도 빠듯할 텐데, 왜 64개 지자체 판을 이 악물고 지킬까요.

답은 공시에 적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카드를 만드는 것부터 발급·승인·정산·가맹점 관리까지 한 줄로 잇는다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지역화폐 판이 굴러가려면 카드가 필요하죠. 그 카드는 누가 만들까요. 자기 공장입니다. 그러니까 지역화폐 판은 통행료 644억만 내는 게 아니라, 본체인 카드 공장에 일감을 대 줍니다. 1,500만장의 판이 곧 공장의 안정 수요처인 셈이죠. "지역화폐, 남는 것도 없는데 왜 하냐"는 질문의 답이 여기 있습니다.

대신 이 판의 바닥은 나라 곳간입니다. 정부 예산·보도 기준으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는 2021년 1조 2,522억원에서 2023년 3,52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2025년 9,996억원으로 되살아났습니다. 4년 사이에 4분의 1 토막이 났다가 세 배로 뛰는 널뛰기 — 이 회사 사업계획서로는 어쩔 수 없는 변수입니다.

지역화폐 판이 카드 공장에 일감을 대는 순환 구조와 해마다 출렁이는 국비 예산 도판

숫자 하나만 기억한다면

지난해 이 회사 영업이익은 889억원. 한 해 전에는 334억원이었습니다. 한 해 만에 2.7배가 됐습니다.

다만 공시는 카드 공장과 지역화폐 중 어느 쪽이 이 이익을 끌었는지 나눠서 보여 주지 않습니다. 참고로 3년 흐름은 이렇습니다 — 매출 2,802억 → 2,363억 → 3,092억원, 순이익 289억 → 302억 → 745억원.

베낄 수 없는 것은 이어 붙인 판 — 발급·결제·정산과 64개 지자체 계약 도판

베낄 수 없는 것

카드 공장이야 돈 있으면 짓습니다. 결제 앱도 개발자 뽑으면 만들죠. 그런데 64개 지자체를 한 곳씩 찾아가 하나하나 따낸 운영 계약, 그리고 카드 찍는 공장부터 결제·정산까지 전부 자기 손으로 이어 붙인 판 — 이건 돈 주고 못 삽니다. 시간을 주고 사는 겁니다.

물론 약점도 그 자리에 같이 있습니다. 이 판이 깔린 땅은 나라 예산이거든요.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은 해마다 크게 출렁였고, 그건 이 회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변수입니다. 남이 깔아 준 판에서 제일 오래, 제일 촘촘하게 장사해 온 회사 — 그 힘과 그 불안이 한 몸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시장에서 지역화폐로 붕어빵을 사시거든, 한번 떠올려 보세요. 방금 그 3천 원에서 딱 15원이 어느 카드 공장의 요금소를 지나갔다는 걸요. 15원짜리 장사 같지만 — 그 요금소가 지금 전국 예순네 곳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은 공시·법령·공식 발표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업 구조를 해설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코나아이 사업보고서(2026년 3월)·주요사항보고서(2026년 8월)·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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