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은 버스로 적자 내며 고속터미널 회사 6분의 1을 쥐고 있다 [기업해부사전 39화]
천일고속(000650)은 버스로 6년 내리 영업적자를 내면서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식 16.67%를 쥐고 있다. 서울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표를 끊으면 만나는 이 회사는 부산에 본사를 둔 1949년생으로, 10월 7일 동양고속(084670)과 나란히 상한가에 올랐다. 천일고속 주가 상승 이유를 따라가면, 버스 회사들이 함께 세운 터미널의 지분과 재개발을 이끄는 대주주가 보인다.
10월 7일 이 회사 주식이 동양고속(084670)과 나란히 상한가로 올랐다. 그 터미널 자리를 60층 넘는 건물로 다시 짓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또 불붙었다.
회사 장부를 열면 두 숫자가 어울리지 않게 나란히 있다. 2025년 매출 456억원에 영업손실 59억원, 2020년부터 6년 내리 적자다.
같은 장부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식 16.67%가 3,064억원으로 적혀 있다. 2025년 9월 말 자산 약 5,38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다. 한 해 매출의 6배가 넘는 값이 버스가 아니라 주식 한 줄에 들어 있다.
천일고속은 버스를 잘 굴려서 남다른 회사가 아니다. 버스 회사들이 함께 세운 정거장 회사의 6분의 1을, 다른 버스 회사들이 지분을 하나둘 판 뒤에도 쥐고 있는 회사다. 그 6분의 1은 땅이 아니라 주식이고, 재개발은 다른 쪽이 주도한다.
드럼통을 펴 붙인 버스에서 시작했다
시작은 1949년 부산이다. 조양상선을 세운 박남규가 미군이 쓰다 버린 차를 불하받았다. 드럼통을 펴서 차체에 붙여 시외버스로 고쳤다. 회사 이름은 천일여객이었고, 동생 박남수·박남도가 일을 거들었다.
고속버스는 그 뒤다. 1968년 11월 고속버스 운송 면허를 땄고, 1970년 5월 23일 고속버스를 처음 굴렸다. 경부고속도로 전 구간이 열린 것이 그해 7월 7일이다.
1977년 6월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2009년 천일여객 등 옛 계열사와 법적으로 갈라섰다. 지금은 박도현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85.74%를 가진 가족 회사다.
2025년 기준 35개 노선에 고속버스 178대를 굴린다. 경부선을 중심으로 호남과 인천을 잇는다. 부산 버스 회사가 서울로 올라가려면 서울에 설 자리가 있어야 했다. 그 자리가 이 회사의 두 번째 이야기다.
버스 회사들이 함께 세운 정거장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1976년 9월 1일 임시 건물로 문을 열었다. 이름은 강남종합버스정류장이었다. 지금 경부선이 들어 있는 거대한 삼각형 콘크리트 건물은 1981년 10월에 다 지어졌다.
이 터미널을 운영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처음부터 버스 회사들의 것이었다. 1976년 설립 때 금호·한진 같은 고속버스 회사들이 지분 대부분을 나눠 가졌다. 버스를 굴리는 회사들이 자기 버스가 설 정거장을 함께 세운 구조다.
그 판이 30년 넘게 거의 그대로 갔다. 고속버스가 기울면서 지분이 하나둘 시장에 나왔고, 그때마다 사 모은 쪽이 신세계(004170) 계열 신세계센트럴이다.
2021년 2월에는 중앙고속이 코로나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5.54%를 내놨고, 신세계센트럴이 받았다. 그 몫이 70.49%가 됐다.
그때 주주 명부는 신세계센트럴 70.49%, 천일고속 16.67%, 동원로엑스 11.11%, 개인 주주 신선호 1.56%, 동양고속 0.17%다. 천일고속은 2대 주주다.
명부에서 이름에 '고속'이 붙은 회사는 천일고속과 동양고속 둘뿐이다. 같은 날 상한가를 친 동양고속의 몫은 0.17%다. 버스 회사들이 세운 정거장에 버스 회사 이름으로 큰 덩어리를 남긴 곳은 천일고속이다.
버스 매출은 21년째 제자리다
2004년 천일고속은 38개 노선에 버스 191대를 굴려 매출 448억원을 올렸다. 2025년에는 35개 노선, 178대, 매출 456억원이다. 21년 동안 버스는 13대 줄었고 매출은 8억원 늘었다.
매출의 거의 전부가 표 값이다. 2024년 매출 447억원 가운데 420억원이 운임이었다. 그 운임이 2019년에는 563억원이었다. 5년 사이 표 값으로 들어오던 돈 143억원이 빠졌다.
영업손실은 2020년 100억원, 2021년 98억원, 2022년 74억원, 2023년 51억원으로 줄다가 2024년 53억원, 2025년 59억원으로 다시 커졌다. 매출이 1.8% 늘어난 해에도 손실은 줄지 않았다.
버스 표만으로는 버스 회사가 돌아가지 않은 지 6년째다. 그 사이에도 이 회사 장부에서 가장 무거운 숫자는 차고가 아니라 반포에 있다. 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은 운임표가 아니라 주주 명부다.
재개발 운전대는 70.49% 쪽에 있다
재개발 계획은 크다. 부지는 14만6,260㎡로, 공시지가만 1조원 안팎이다. 경부·영동·호남선 터미널을 지하로 모아 새로 짓고, 지상에는 60층 넘는 건물에 사무실·상가·숙박·문화시설·주거를 넣는다.
버스가 땅 위 도로로 드나들며 만들던 정체는 지하 진입로로 푼다는 내용도 들었다. 2008년에도 개발이 추진됐다가 금융위기로 멈춘 자리다.
2025년 11월 지하 통합과 60층 계획이 알려졌고, 서울시는 그해 말 신세계센트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사전협상에 들어갔다. 70.49%를 가진 대주주가 재개발 계획을 세우고 주도한다. 어떤 모양으로, 언제, 얼마를 들여 지을지가 그쪽 판단으로 굴러간다.
장부에 3,064억원이 적혀 있어도 그 돈이 부산 버스 회사 통장으로 들어오는 길은 둘이다. 터미널 회사가 배당을 하거나, 천일고속이 지분을 파는 것이다.
터미널 회사의 값이 커지면 장부의 숫자도 커진다. 그 숫자를 현금으로 바꾸는 방법은 그 둘뿐이다. 천일고속이 쥔 것은 반포의 땅이 아니라 그 땅 위 터미널 회사의 주식이다.
부산행 버스는 오늘도 반포 경부선 승차장을 나선다. 재개발이 되면 그 버스는 지하로 내려가 손님을 태울 것이다. 그 위에 들어설 60층 건물이 이 회사 장부의 3,064억원을 얼마로 바꿀지는, 버스 운임이 아니라 지분 70.49%를 가진 대주주의 재개발 계획에 달려 있다.
근거 자료: 10월 7일 동양고속·천일고속 상한가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2025년 3분기 지분 평가액 3,064억원과 최대주주 지분, 2025년 3분기 자산·부채 규모, 2020~2025년 영업손실과 2025년 매출, 운임수입 2019년·2024년 비교, 2022~2024년 매출과 최대주주 일가 지분, 천일고속 연혁·노선·차량, 천일여객 창업과 미군 폐차 버스, 2004년 노선·차량·매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개장과 건물 준공, 터미널 설립 당시 주주 구성, 2021년 중앙고속 지분 매각과 주주 명부, 재개발 계획의 부지·층수·지하 통합, 공시지가와 서울시 사전협상, 2025년 매출 증가율.
함께 읽기: 티엠씨는 대한전선이 99억원에 들어와 460억원에 나간 배 전선 회사다 · 경동나비엔은 보일러보다 온수기를, 한국보다 북미에서 더 판다
2026년 10월 8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지분 평가액과 자산은 2025년 9월 말, 주주 명부는 2021년 2월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천일고속, 000650,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고속터미널, 고터재개발, 반포, 경부선, 신세계센트럴, 신세계, 004170, 동양고속, 084670, 고속버스, 천일여객, 기업해부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