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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기에너지솔루션즈는 배터리 회사인데 미국에선 엔진 부품을 판다 [기업해부사전 40화]

서학개미기자 0 23 0
삼기에너지솔루션즈 커버 — 배터리 회사인데 미국에선 엔진 부품

전기차 배터리를 열면 납작한 셀을 줄지어 세워 묶은 모듈이 나온다. 그 모듈 양 끝을 알루미늄 판 두 장이 막고 있다. 셀이 부풀며 밀어내는 힘을 버티는 판이고, 차 한 대에 20~30장이 들어간다. 이 판을 만드는 회사가 삼기에너지솔루션즈(419050)다.

10월 8일 이 회사 주식이 상한가로 올랐다. AI 데이터센터에 붙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부품이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한 해의 세 배 넘게 팔렸다는 분석이 계기였다.

이름만 보면 배터리·에너지 회사다. 공시를 따라가면 얼굴이 셋 더 나온다. 1978년 생긴 엔진 부품 주물 회사에서 떼어 낸 사업이고, 매출 4분의 1 가까이는 주물을 뜨고 남은 알루미늄에서 나오며, 미국 자회사는 현대차(005380) 공장에 엔진 부품을 판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는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알루미늄 주물 회사다. 그 몸에서 벗어난 것은 가장 빨리 크는 새 사업 하나뿐이다.

엔진 부품 주물 공장에서 떼어 낸 사업

모회사는 삼기(122350)다. 1978년 삼기기공으로 출발해 2008년 삼기오토모티브, 2020년 삼기로 이름을 바꿨다. 녹인 알루미늄을 금형에 높은 압력으로 밀어 넣어 굳히는 다이캐스팅으로 엔진과 변속기 부품을 뜬다. 2025년 1분기에도 매출의 약 60%가 현대차그룹에서 나왔다.

2020년 10월 삼기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사업을 떼어 100% 자회사로 세웠다. 그게 삼기이브이다. 2023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해 391억원을 모았고, 2025년 3월 말에도 삼기가 지분 51.34%를 쥔 자회사다.

배터리 판도 엔진 부품과 같은 방식으로 뜬다. 금형 안 공기를 빼고 쇳물을 붓는 고진공 다이캐스팅이다. 상장 직전인 2022년 3분기에는 매출의 76% 이상이 LG에너지솔루션(373220) 한 곳에서 나왔고, 그 배터리는 포드(Ford, F) 30%, 포르쉐(Porsche, P911) 24%, 폭스바겐(Volkswagen, VOW3) 20% 순으로 전기차에 들어갔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 — 엔진 부품 공장에서 떼어 낸 배터리 판 도판

이 회사 제품별 매출 표에는 엔드플레이트 옆에 '부산물(Gate)'이라는 줄이 따로 있고, 그 몫이 4분의 1 가까이 된다. 게이트는 쇳물이 금형 안으로 흘러드는 길목에서 같이 굳은 알루미늄 덩어리다. 제품을 꺼낸 뒤 잘라 낸다.

매출 4분의 1 가까이가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뜨고 잘라 낸 알루미늄에서 나온다. 알루미늄을 녹여 붓는 공장 출신이라는 사실이 장부에 그대로 찍혀 있다. 2025년 3월 회사 이름에서 '이브이(EV)'를 떼고 지금 이름을 달았지만, 이 줄은 이름을 따라 바뀌지 않는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 ESS 매출을 키운 계약 두 건

상한가를 부른 부품은 FF-PCB다. 배터리 셀마다 전압과 온도를 재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으로 보내는 신호선이다. 굵은 전선 다발 대신 얇고 납작한 필름에 회로를 찍어, 가볍고 부피가 작고 구리를 덜 쓴다. 두루마리처럼 감아 가며 찍어 길이를 마음대로 뽑고, 미국 특허도 받았다.

매출은 2024년 3,000만원, 2025년 54억원, 2026년 상반기 176억원이다. 이 회사 단독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이 0.04%에서 22.02%로 뛰었다. 회사는 올해 이 부품만으로 440억원 넘게 팔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문을 연 것은 계약 두 건이다. 2025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 BMS 케이블을 약 300억원어치 따냈고, 6월에는 같은 회사와 FFC 케이블을 6년간 해마다 50만 개, 모두 73억원어치 대기로 했다. 수원 사업장 생산능력은 184만 개에서 427만 개로 늘렸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 — 판 대신 회로를 판다 도판

이 사업은 알루미늄을 녹이지 않는다. 판 대신 회로를 판다. 물건은 북미 대형 ESS 단지로, 그중에서도 전기를 한꺼번에 많이 끌어 쓰는 AI 데이터센터 쪽으로 늘고 있다. 이 회사는 배터리 외부를 막는 엔드플레이트에 이어 내부 신호선도 기존 엔드플레이트 고객에게 공급한다.

미국에서는 다시 엔진 부품을 뜬다

상장으로 모은 돈은 미국으로 갔다. 2022년 삼기와 함께 돈을 대 세운 자회사가 삼기아메리카다.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 1억1,800만 달러를 들인 공장이 2024년 4월 다 지어져 물건을 내기 시작했다.

그 공장의 첫 품목은 배터리 부품이 아니었다. 현대차 미국 법인에 대는 세타 엔진 부품과 8단 변속기 부품이었다. 모회사 삼기가 한국에서 뜨는 것과 같은 종류다.

미국 법인 매출은 2024년 177억원, 2025년 604억원, 2026년 상반기 334억원이다. 2025년 연결 매출 1,442억원 가운데 40%를 넘는 크기다. 2025년 64억원이던 순손실은 올해 상반기 4억원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 — 미국 공장은 다시 엔진 부품 도판

다음 주문도 엔진 쪽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하이브리드차용 로어 크랭크케이스 등 2종을 2026년 10월부터 2033년까지 대는 계약이 2억1,155만7,000달러, 약 3,000억원이다. 한 해 최대 47만5,000대분이다. 하이브리드용 타이밍 체인 커버 등 2종도 따로 받아 4분기부터 매출이 잡힌다.

타이밍 체인 커버는 삼기가 한국에서 '엔진 부품'으로 분류해 파는 품목이다. 엔진 부품 회사에서 배터리 사업으로 떨어져 나온 회사가, 미국에서는 모회사가 만들던 엔진 부품을 뜬다. 이 회사 장부 속 미국 공장은 배터리 회사의 해외 공장이라기보다 삼기 집안의 미국 주물 공장이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 실적, 세 사업을 움직이는 두 고객

이 회사로 들어오는 돈은 생김새가 셋이다. 배터리 모듈을 막는 알루미늄 판, 배터리 신호를 나르는 회로 필름, 미국에서 뜨는 엔진·변속기 부품. 판은 올해 상반기 421억원어치 팔려 1년 전보다 55.7% 늘었고, 상반기 말 남은 주문이 1,468억원이다.

셋은 달라 보여도 주문서가 오는 곳은 둘로 모인다. 판과 회로 필름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은 현대차다. 이 회사는 소수 고객에 의존한다. 2025년 54억원 영업이익으로 흑자를 되찾고 올해 상반기에만 49억원을 낸 장부가, 두 회사의 공장 증설 계획을 따라 함께 움직인다.

새 사업이 고객을 바꾼 것도 아니다. 이 회사는 FF-PCB로 기존 배터리 고객의 ESS 부품 시장에 진출했다. 그래서 이 회사가 기댈 곳이 늘었다기보다, 같은 고객 안에서 기댈 자리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다시 배터리 모듈 양 끝의 알루미늄 판으로 돌아가 보자. 그 판을 뜬 쇳물은 1978년 엔진 부품 공장에서 이어져 왔고, 같은 쇳물이 지금 앨라배마에서 하이브리드 엔진 덮개가 되고 있다. 회사 이름에서 'EV'는 2025년에 빠졌다. 장부에서 빠지지 않은 것은 알루미늄 쇳물이다.

근거 자료: 10월 8일 상한가와 FF-PCB·북미 법인 실적, ESS 부품 매출과 수원 생산능력, 엔드플레이트 상반기 매출·수주잔액과 미국 법인 흑자 전환, 2026년 상반기 연결·단독 실적, FF-PCB의 역할과 ESS 공급, FFC 케이블 계약과 BMS 케이블 계약, 엔드플레이트 쓰임새와 2022년 고객 비중, 2023년 2월 코스닥 상장, 2020년 물적분할과 상장 공모, 제품별 매출 구성과 2025년 3월 상호 변경, 부산물 매출 비중, 삼기 2025년 1분기 보고서(제품·고객·자회사 지분), 삼기아메리카 공장 준공과 첫 품목, 앨라배마 공장 투자액과 완공,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하이브리드 부품 계약, 2025년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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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8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실적은 2026년 상반기, 모회사 지분율은 2025년 3월 말, 고객 비중은 2022년 3분기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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