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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글로벌은 석탄·모래 캐던 회사였고 지금은 마사지기를 판다 [기업해부사전 42화]

서학개미기자 0 18 0
HLB글로벌 커버 — 석탄 캐던 회사가 이제 마사지기를 판다

HLB글로벌(003580)이 처음 판 물건은 석탄이었다. 지금은 휴대폰을 넘기다 보이는 종아리 마사지기, 목에 걸고 쓰는 목·어깨 마사지기, 손바닥만 한 손 마사지기 브랜드 '스파알'을 판다. 10월 8일 상한가를 친 HLB글로벌 주가에 눈길이 쏠렸지만, 이 회사의 매출을 채우는 것은 약이 아니라 마사지기와 차량 관리용품, 콤부차다. 탄광 회사가 어떻게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채우는 회사가 됐는지 장부를 펴 봤다.

10월 8일 HLB글로벌은 HLB바이오스텝(278650)과 함께 상한가를 쳤다. 9월 28일 HLB(028300)의 미국 자회사가 담관암 표적항암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뒤, HLB 이름이 붙은 종목들에 다시 눈이 몰린 때다. 이름 때문에 이 회사를 신약 회사로 아는 사람이 많다.

장부를 펴면 다른 회사가 나온다. 1962년 탄광 회사로 태어나 석탄을 캤고, 2003년부터는 바다에서 모래를 퍼 올렸다. 그 모래 사업을 2025년 6월에 멈췄다. 지금 매출은 마사지기와 차량 관리용품, 콤부차에서 나온다.

HLB글로벌은 60년 넘게 캐는 대상만 바꿔 온 회사다. HLB글로벌은 석탄과 바다모래를 캐다가 지금은 휴대폰 광고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다. 회사 이름은 네 번 바뀌었지만 하는 일의 모양은 같다. 광맥이 마르면 접고, 다음 광맥을 찾아 파 들어간다.

사북의 석탄에서 바다 밑 모래로

출발은 1962년 세운 원동탄좌개발이다. 이듬해 이름을 동원탄좌개발로 바꾸고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광업소를 열었다. 사북광업소는 한때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이었다. 집집마다 연탄으로 방을 데우던 시절, 그 연탄의 원료를 캐던 회사다.

석탄의 시대는 길지 않았다. 정부가 1989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을 줄여 나갔고, 사북광업소는 2004년 문을 닫았다. 그 자리는 지금 채탄 장비와 갱도를 드나들던 갱차를 전시하는 석탄유물보존관이 됐다.

회사는 탄광이 문을 닫기 전부터 다른 사업을 찾았다. 199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1992년 이름을 동원으로 줄이며 아르헨티나·볼리비아 유전에, 2002년에는 볼리비아 금광에 손을 댔다. 오래 남은 것은 2003년 금단공업을 사들이며 시작한 바다모래였다. 연안에서 모래를 퍼 올려 씻은 뒤 건설회사에 골재로 파는 일이다.

HLB글로벌 — 석탄에서 바다모래로 도판

석탄과 모래는 성격이 같은 장사다. 허가받은 자리에서 캐고, 건설 경기와 난방 수요가 사 주는 만큼 판다. 무엇을 얼마나 팔지 정하는 쪽이 회사가 아니라 땅과 경기다. 이 회사는 처음 반세기를 그렇게 보냈다.

새 주인이 오고 음료 회사가 됐다

2018년 8월 HLB 진양곤 회장이 투자조합을 통해 이 회사를 인수했다. 직접 지분 3.59%, 특수관계인을 합쳐 7.95%였다. 회사 이름은 넥스트사이언스가 됐고 화장품과 바이오 사업이 붙었다. 2019년에는 콤부차를 만드는 프레시코를 샀다. 홍차를 발효해 톡 쏘는 맛을 낸 음료, '아임얼라이브 콤부차'가 이 회사 제품이다.

매출의 무게가 옮겨 갔다. 모래를 캐는 자원환경 사업은 2020년 매출의 41%였는데 2021년 33%, 2022년 27%로 줄었다. 그사이 식품·음료가 2021년 56%, 2022년 60%로 회사의 중심이 됐다. 2022년 회사 이름이 HLB글로벌로 바뀌었을 때, 이 회사 매출을 채운 것은 약이 아니라 음료였다.

HLB글로벌 — 새 주인이 오고 음료 회사가 됐다 도판

콤부차는 모래와 전혀 다른 장사다. 광구도 채취 허가도 필요 없고, 매장 냉장고 한 칸을 얻으면 된다. 그 칸을 지키려면 사람들이 계속 집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이 회사가 땅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기 시작한 자리가 여기다.

마사지기 한 브랜드가 매출의 41%를 냈다

방향을 굳힌 거래는 2022년 12월이다. 자기 쇼핑몰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회사 티아이코퍼레이션을 250억원에 샀다. 110억원은 현금으로, 140억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치렀다. 남성 향수 '조마드', EMS 마사지기 '셀프리쉬', 차량용품 '카밈'을 가진 회사였고, 2023년 7월 흡수합병해 미디어커머스 사업부로 만들었다.

미디어커머스는 광고 영상 자체를 매장으로 쓰는 장사다. 짧은 영상을 만들어 SNS에 돌리고, 그 영상을 본 사람이 회사 쇼핑몰에서 바로 산다. 대리점도 마트 진열대도 거치지 않는다. 광고에 가수 권은비를 세운 목·어깨 마사지기가 이 방식으로 팔렸다.

효과는 장부에 바로 찍혔다. 2024년 1분기 매출 293억원 가운데 120억4,500만원, 41.2%가 휴대용 마사지기 브랜드 스파알 하나에서 나왔다. 종아리·목과 어깨·손에 쓰는 마사지기 몇 가지가 회사 매출 열 가운데 넷을 낸 것이다. 석탄과 모래를 캐던 회사의 장부 맨 윗줄에 마사지기가 올라섰다.

HLB글로벌 — 마사지기 한 브랜드가 41.2% 도판

2024년 5월 회사는 업종을 '비금속광물 광업'에서 종합도소매업으로 바꿨다. 서류에서도 광업 회사가 아니게 된 것이다. 2025년 6월 기준으로 스파알과 차량 관리 브랜드 카밈은 각각 한 해 150억원 넘게 팔리는 브랜드가 됐고, 연결 매출은 2022년 446억원에서 2025년 1,00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컸다.

HLB글로벌 합병은 이어지고 영업손실은 남았다

2025년 6월 30일 회사는 자원개발 사업부의 영업을 멈췄다. 골재 수요가 줄고 관련 규제가 강해져 수익성이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남은 재고를 처분하고 사업부는 팔기로 했다. 1962년 석탄으로 시작한 '캐는 회사'의 이력이 63년 만에 끝났다.

그런데 새 광맥을 찾는 방식이 탄광을 닮았다. 회사가 밝힌 순서는 이렇다. SNS에 올라오는 글과 반응을 AI로 모아 무엇이 뜰지 가늠하고, 아주 적은 양만 먼저 만들어 팔아 본 뒤, 팔리는 것만 크게 만든다. 시추공을 여러 개 뚫어 보고 맥이 잡히는 곳만 파 들어가는 탐광과 같은 순서다.

HLB글로벌 — 광맥은 이제 화면 속에 있다 도판

두 광맥의 차이는 수명이다. 석탄 광맥은 한 번 잡으면 수십 년을 팠다. 화면 속 광맥은 다음 유행이 오면 다시 찾아야 한다. 장부도 아직 이익을 내지 못했다. 연결 영업손실은 2022년 147억원, 2024년 37억원, 2025년 99억원이었고, 2026년 상반기는 매출 578억원에 영업손실 34억원이다. 매출은 두 배로 키웠지만 남는 돈은 아직 없다.

그래서 이 회사의 실력은 마사지기 하나가 아니라 다음 마사지기를 찾아내는 속도로 재야 한다. 브랜드를 한 지붕 아래로 모으는 일도 이어진다. 색조화장품 자회사 퍼플리쉬를 흡수합병하기로 했고, 합병기일은 2026년 10월 12일이다.

다시 그 종아리 마사지기 광고로 돌아가 보자. 화면에서 그것을 처음 본 사람은 HLB라는 이름도, 사북이라는 지명도 떠올리지 않는다. 그 광고를 내보낸 회사는 60여 년 전 정선의 갱도에서 석탄을 캐던 회사다. 갱도는 닫혔고, 이 회사는 지금 손가락이 넘기는 화면 아래를 판다.

근거 자료: 9월 28일 HLB 자회사 FDA 허가와 그룹주 상한가, 10월 8일 HLB글로벌·HLB바이오스텝 상한가, 10월 8일 HLB글로벌 상한가와 2026년 상반기 실적, HLB글로벌 연혁(원동탄좌개발 설립부터 사명 변경·바다모래·콤부차·업종 변경까지), 사북광업소 개광·폐광과 석탄유물보존관, 사북석탄유물보존관, 2018년 진양곤 회장의 인수와 지분, 업종 변경과 사업부별 매출 비중 변화, 티아이코퍼레이션 250억원 인수와 브랜드, 티아이코퍼레이션 흡수합병, 2024년 1분기 스파알 매출과 비중, 스파알·카밈 연매출과 골재 사업 정리, 자원개발 사업부 영업 중단 사유, 2022~2025년 연결 실적, 소셜 데이터 기반 시범생산 방식, 퍼플리쉬 흡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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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8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연결 실적은 2025년 연간과 2026년 상반기,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2020~2022년, 브랜드 매출 비중은 2024년 1분기, 브랜드별 연매출은 2025년 6월 보도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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