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미디어는 지브리 영화를 들여온 회사인데 매출 45%가 닌텐도다 [기업해부사전 44화]
2002년 극장에서 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용산이나 잠실에서 들른 지브리 캐릭터 매장, 그리고 지난해 나온 닌텐도 스위치2. 셋은 아무 상관 없어 보인다. 셋 다 같은 회사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대원미디어(048910)다.
최근 이 회사 주식에 거래가 몰리면서 이름이 다시 오르내렸다. 대원미디어를 아는 사람은 대개 만화 잡지나 애니메이션 채널, 캐릭터 상품을 떠올린다. 장부를 펴면 가장 큰 줄은 만화가 아니라 게임기다.
2026년 1분기 매출 1,025억원 가운데 닌텐도 사업이 462억6,000만원이었다. 매출의 45.1%가 닌텐도 게임기와 게임에서 나왔다. 매장·일반 유통 225억원을 더하면 67.1%다. 애니메이션 회사로 출발한 곳이 지금은 물건을 받아 매장에 넘기는 일로 매출 대부분을 번다.
대원미디어는 일본의 이야기와 놀이가 한국으로 건너오는 다리다. 처음에는 일본 그림을 대신 그려 보냈고, 다음에는 일본 영화와 캐릭터를 들여왔고, 지금은 일본 게임기를 들여온다. 다리 위의 짐은 50년 동안 세 번 바뀌었다. 이 회사가 가장 크게 버는 자리는 늘 만드는 쪽이 아니라 나르는 쪽이었다.
은하철도 999를 대신 그리던 회사
시작은 1973년 정욱 창업주가 세운 개인 회사 원프로덕션이다. 이듬해 대원프로덕션으로 이름을 바꿨고, 1977년 대원동화 주식회사로 법인을 세우면서 일본 도에이 동화와 수출 계약과 기술 제휴를 맺었다. 일본 방송사가 틀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서울에서 그려 보내는 일이었다.
「은하철도 999」와 「캔디 캔디」가 이 방식으로 대원의 손을 거쳤다. 이 회사가 참여한 일본 TV 애니메이션은 80편 가까이 된다. 작품의 이름과 권리는 일본 회사의 것이었고, 대원은 그리는 일의 대가를 받았다. 이야기의 주인은 일본에 있었고, 대원이 판 것은 손이었다.
손만 판 것은 아니다. 1982년 독고탁 시리즈 같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10여 편 직접 만들었고, 1987년부터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1991년에는 만화 잡지 소년챔프를 창간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몸집을 키운 것은 직접 만든 작품보다 일본에서 이미 검증된 작품을 한국 독자 앞에 내놓는 일이었다.
그리던 손이 들여오는 손으로
2001년 위성방송 애니메이션 채널 애니원을 띄웠고, 같은 해 코스닥에 올랐다.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수입해 극장에 걸었다. 이후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 2023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지브리 영화가 이 회사를 통해 한국 극장에 왔다.
영화가 끝나도 장사는 이어졌다. 2014년 지브리 입체조형전을 열었고, 2015년 용산과 잠실에 지브리 공식 캐릭터 매장 도토리숲을 냈다. 2024년에는 제주에도 매장을 열었다. 짱구·원피스·도라에몽 같은 일본 캐릭터 상품화도 이 회사의 일이다. 남의 이야기에 대한 한국 땅의 권리를 사서, 극장과 채널과 매장으로 한 번씩 더 판다.
이 장사의 밑천은 일본에서 흥행한 작품을 고르는 눈과, 그 작품을 쥔 쪽과 쌓아 온 시간이라고 봐야 한다. 대원과 일본 콘텐츠 회사들의 거래는 1977년 도에이 동화와의 계약부터 반세기를 이어 왔다. 대원이 그 관계로 들여온 것 가운데 가장 큰 물건은 영화가 아니라 게임기였다.
닌텐도가 오면 장부가 바뀐다
2007년 대원게임을 세워 닌텐도DS 유통을 시작했고, 2009년 Wii로 넓혔다. 2015년 닌텐도를 포함한 상품 유통 매출은 25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7.6%였다. 2016년 대원게임을 청산하고 회사 안에 닌텐도 사업부를 뒀다. 2017년 12월 닌텐도 스위치가 국내에 정식으로 나왔고, 대원이 그 유통을 맡았다. 2020년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이 경로로 들어왔다.
게임기 유통은 닌텐도의 신제품 주기를 그대로 탄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58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4% 줄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차세대 게임기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였다. 사람들이 새 기계를 기다리느라 지갑을 닫자 대원의 장부가 먼저 얼었다.
스위치2가 나오자 반대가 됐다. 2025년 매출은 3,428억원으로 33.7% 늘어 역대 최대였고, 2025년 4분기는 1,03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6% 많았다.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 닌텐도 전문 매장도 열었다. 2026년 1분기 늘어난 매출의 97.7%가 닌텐도와 매장·유통 두 사업에서 나왔다. 대원의 한 해는 교토에 있는 닌텐도 본사의 출시 달력이 정한다.
1,000원어치 나르면 48원이 남는다
나르는 장사는 크게 팔리지만 얇게 남는다. 2026년 상반기 유통 부문 매출은 1,699억원으로 전체 2,270억원의 약 75%였고, 영업이익은 82억원이었다. 1,000원어치를 팔아 48원이 남는 장사인데, 회사 전체 영업이익 89억원 가운데 82억원이 여기서 나왔다. 2026년 1분기 매출총이익률은 17.2%로 2025년 한 해 20.0%보다 낮았다.
이 회사도 다리 위에만 머물려 하지는 않았다. 자체 캐릭터 「아머드사우루스」를 만들어 디즈니플러스로 내보내고 북미판도 준비했다. 장부에는 그 비용이 먼저 찍혔다. 회사는 2025년 이익이 늘어난 이유로 장기 재고 비용과 아머드사우루스 감가상각비 부담이 끝난 것을 꼽았다. 2026년 1분기 라이선스 매출은 88억원으로 1년 전 93억7,000만원보다 줄었다.
숫자가 보여 주는 이 회사의 급소는 분명하다. 직접 만든 이야기는 아직 비용을 갚는 단계이고, 남이 만든 것을 들여와 나를 때 이익이 난다. 대원의 실력은 무엇을 만드느냐보다 무엇을 들여올 권리를 쥐고 있느냐에 있다. 이치방쿠지 같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뽑기 상품을 대형마트와 쇼핑몰로 넓힌 것도 같은 줄기이고, 2026년 2분기 랜덤 피규어와 캡슐토이 매출은 직전 분기의 두 배쯤으로 늘었다.
이번에는 한국 카드가 일본으로 간다
2024년 10월 대원이 내놓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 「니벨아레나」는 방향이 다르다. 국내 개발사 젬블로컴퍼니가 만들었고, 대원이 독점 총판을 맡았다. 해외판은 카드 게임 수요가 두터운 일본을 겨냥해 일본어판부터 냈고, 2025년 7월에는 대만·홍콩·마카오에 이어 중국 본토까지 수출 길을 텄다. 2026년 1분기 카드 매출은 50억5,000만원이다.
1977년 이 회사는 도에이 동화의 그림을 그려 일본으로 보냈다. 반세기가 지나 한국에서 만든 카드를 일본 매장에 보낸다. 다리 위로 짐이 처음 반대 방향으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대원의 자리는 같다. 이번에도 만든 쪽은 남이고, 대원은 실어 나르는 쪽이다.
2002년 극장의 치히로도, 도토리숲의 토토로도, 지난해의 스위치2도 대원이 그린 것은 하나도 없다. 대원미디어가 50년 동안 판 것은 그림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사이의 길이었다.
근거 자료: 대원미디어 연혁(1973년 원프로덕션, 1977년 도에이 동화 수출 계약, 1982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2001년 대원방송·코스닥, 지브리 수입배급·도토리숲, 닌텐도DS·Wii·스위치·스위치2 유통, 니벨아레나 중화권 수출), 창업주와 일본 TV 애니메이션 하청 제작, 회사 연혁(1987년 TV 애니메이션, 1991년 소년챔프), 캐릭터 라이선스·상품화 사업, 2015년 상품 유통 매출과 대원게임 청산, 2025년 1분기 실적과 대기 수요, 2025년 실적, 이치방쿠지 채널 확대, 아머드사우루스 감가상각비, 아머드사우루스 북미 전개와 지브리 전시, 2025년 4분기·2026년 1분기 실적, 2026년 1분기 사업별 매출과 매출총이익률, 2026년 상반기 부문별 매출·영업이익과 캡슐토이 성장, 니벨아레나 개발사·독점 총판·수출, 니벨아레나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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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9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사업별 매출과 매출총이익률은 2026년 1분기, 부문별 매출·영업이익은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상품 유통 비중은 2015년, 연간 실적은 2025년 연결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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