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스는 텐트 팔던 회사인데 매트리스를 4분의 1로 말아 미국에 판다 [기업해부사전 45화]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매트리스를 주문하면 이틀쯤 뒤 현관 앞에 길쭉한 상자 하나가 놓인다. 상자를 뜯고 비닐을 자르면 돌돌 말려 있던 매트리스가 숨을 쉬듯 부풀어 침대 크기로 펴진다. 매트리스를 4분의 1 부피로 줄여 상자에 넣는 이 방식을 처음 상용화한 회사가 한국의 지누스(013890)다.
최근 지누스 주식이 신저가를 쓰면서 이름이 다시 올라왔다. 한국 사람에게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이 2022년 8,790억원을 들여 산 매트리스 회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정작 이 회사의 매출은 대부분 바다 건너에서 나온다. 2024년 매출의 79%가 미국에서 나왔다.
지누스는 매트리스 회사이기 전에 미국 대형 유통에 물건을 대는 납품 회사다. 진웅이라는 이름이던 시절에는 텐트를 월마트에 댔고, 지금은 상자에 만 매트리스를 아마존과 월마트에 댄다. 압축 기술은 그 납품을 택배 상자 크기로 바꾼 장치였다. 그래서 이 회사의 장부는 기술보다 미국 유통의 발주서를 따라 움직인다.
세계 텐트 셋 중 하나를 만들던 회사
시작은 1979년 이윤재 회장이 세운 진웅기업이다. 텐트와 캠핑용품을 만들어 해외에 팔았고, 1990년대에는 세계 텐트 시장의 35%, 미국 시장의 65%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미스터 텐트」로 불렸다. 1988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단독 현지 법인을 세웠고, 이듬해 코스피에 올랐다.
이 텐트를 가장 많이 사 간 곳이 월마트였다. 진웅은 월마트에서 최우수 공급자상을 받았다. 진웅이 판 것은 텐트였지만, 쌓은 것은 미국 최대 유통 매장의 선반에 물건을 올리는 줄이었다. 이 줄은 회사가 무너진 뒤에도 끊기지 않았다.
회사는 1998년 외환위기에 크게 흔들렸다.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에 지분 85%를 넘기고 5,000만달러를 받았고, 2000년 이름을 지누스로 바꿨다. 2004년 화의 절차에 들어갔고 2005년 코스피에서 상장폐지됐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값싼 중국산 텐트가 겹친 결과였다. 세계 1위 텐트 회사의 간판은 거기서 내려갔다.
텐트 상자에 같이 들어 있던 에어 매트리스
다음 사업의 실마리는 텐트 상자 안에 있었다. 텐트를 납품하던 시절 지누스는 압축된 에어 매트리스를 공급받았다. 공기를 빼면 작게 접히는 그 매트리스를 보며 보통 매트리스도 눌러서 상자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왔다. 회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사업을 매트리스와 침대 같은 가구로 돌렸다.
그렇게 만든 것이 매트리스를 눌러 돌돌 만 뒤 상자에 넣는 포장이다. 부피가 4분의 1로 줄고, 집에 도착해 비닐을 뜯으면 저절로 부풀어 오른다. 매트리스는 원래 트럭과 배달 기사와 넓은 매장이 있어야 팔리는 물건이었다. 상자에 들어가는 순간 페덱스 같은 택배로 이틀 만에 문 앞까지 가는 물건이 됐다.
택배 상자가 되자 온라인 매장의 선반에 올라갈 수 있었다. 20만~30만원대 매트리스가 아마존에서 팔리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아마존 매트리스 판매 상위 5개 가운데 4개가 지누스 제품이었다. 2020년 무렵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의 27~32%를 쥐었다. 지누스가 발명한 것은 더 좋은 매트리스가 아니라 매트리스를 택배로 바꾸는 방법이었다.
회사는 다시 일어섰다. 2014년 화의를 마쳤고, 2018년 11월 한국 시장에 매트리스를 내놨고, 2019년 10월 상장폐지 14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에 돌아왔다. 2019년 매출은 8,171억원, 2021년에는 1조1,238억원에 영업이익 743억원이었다. 2022년 현대백화점이 지분 35.82%와 경영권을 8,790억원에 샀다. 그룹 역사상 가장 큰 인수였다.
아마존이 덜 사면 인도네시아 공장이 쉰다
돈이 지나가는 길은 단순하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가장 큰 공장이 미국으로 가는 물량 대부분을 만들고, 캄보디아 공장이 거든다. 만든 상자는 미국 창고를 거쳐 유통사로 간다. 가장 큰 손님은 아마존, 두 번째가 월마트다. 진웅 시절 텐트를 받아 가던 바로 그 월마트다.
손님이 둘이면 장부도 그 둘의 주문을 따라간다. 미국 매출 비중은 2022년 83.2%, 2023년 82.2%, 2024년 79%였다. 2025년 관세 부담이 커지자 지누스는 매트리스 값을 올렸고, 소비자가 머뭇거리자 유통사들이 발주를 줄였다. 2025년 4분기 미국 매출은 1년 전보다 40.8% 줄었고, 가장 크게 흔들린 손님이 아마존이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2,872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1% 줄었다. 1년 전 56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568억원 영업손실로 뒤집혔다. 2분기만 보면 미국 매출 969억원은 43.5%, 매트리스 매출 816억원은 52.2% 빠졌다. 주문이 줄면 먼저 비는 곳은 공장이다.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률은 2024년 85.8%에서 2025년 상반기 55.2%로 내려앉았다.
납품 회사는 값을 올릴 수는 있어도 얼마나 팔릴지는 정하지 못한다. 2025년이 그랬다. 값을 올리자 선반 주인이 주문을 줄였다. 텐트 시절 월마트의 발주가 진웅을 키웠듯, 지금 지누스의 공장 불을 켜고 끄는 스위치는 아마존과 월마트의 구매 담당 쪽에 있다. 상자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남의 이름으로라도 공장을 채운다
지누스가 꺼낸 답도 같은 줄기에 있다. 2025년 11월 미국 조지아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매각을 추진한다. 대신 다른 회사 브랜드를 달고 나갈 제품을 설계부터 만들어 주는 ODM 주문을 넓히고 있다. 자기 이름을 단 상자가 덜 팔리는 동안 남의 이름을 단 물건으로 공장을 채우는 길이다.
매트리스만 상자에 넣는 것도 아니다. 침대 프레임 같은 다른 가구가 2026년 2분기에 659억원어치 팔려, 매트리스 816억원을 바짝 따라왔다. 한국에서는 오늘의집 같은 온라인 가구 플랫폼과 손을 잡았다. 미국 유통 두 곳에 기대던 무게를 다른 손님과 다른 물건으로 나눠 싣는 중이다. 손님은 늘어도 하는 일은 그대로다. 만들어서, 접어서, 남의 선반에 올린다.
현관 앞 상자에서 부풀어 오르는 매트리스는 진웅 시절 월마트 매장에 쌓이던 텐트와 같은 길로 왔다. 텐트도 매트리스도 작게 접혀 태평양을 건넜다. 지누스가 한 번도 접지 못한 것은 미국 유통에 기댄 그 자리 하나다.
근거 자료: 진웅기업 설립, 세계·미국 텐트 점유율, 월마트 최우수 공급자상, 중국 법인, 외환위기·화의·상장폐지, 1979년 설립, 「미스터 텐트」, 2000년대 중반 가구 전환, 2019년 재상장, 2000년 사명 변경, 2005년 상장폐지와 그 원인, 텐트 납품과 압축 에어 매트리스에서 얻은 착안, 4분의 1 부피, 택배 이틀 배송, 20만~30만원대 가격, 2018년 아마존 상위 5개 중 4개, 미국 온라인 점유율, 2019년 매출, 2018년 11월 국내 진출, 2021년 실적과 현대백화점 인수, 연도별 미국 매출 비중과 인도네시아 공장, 2025년 4분기 고객사별·지역별 매출과 공장 가동률, 2026년 상반기 영업손실과 원인, 2026년 2분기 지역·제품별 매출, 인수 지분, ODM·오늘의집·조지아 공장, 2026년 상반기 매출, 조지아 공장 가동 중단,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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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9일까지 확인한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업 구조 해설입니다. 미국 매출 비중은 2022~2024년 연간, 고객사·공장 가동률은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지역·제품별 매출은 2026년 2분기, 매출과 영업손익은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이며, 구조에 대한 평가는 필자의 해석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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