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스크, 939억 달러 규모 AI 저장 계약 체결로 데이터 저장 시장 재편
샌디스크(Sandisk·$SNDK)가 최근 발표한 939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은 인공지능(AI) 추론의 확산으로 변화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저장장치 수요의 미래를 보여준다. AI 인프라에 대한 논의가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대용량 저장장치와 고성능 낸드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샌디스크는 2028~2030 회계연도 동안 연평균 중하위 두 자릿수 비율로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복수의 장기 고객과 체결된 것으로, 시장의 단기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수요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시스템에서 훈련 중심의 모델 구축에서 추론 과정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질 때, 저장장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AI 추론 과정에서는 모델 파라미터, 임베딩, 캐시 데이터, 사용자 문맥, 이미지 및 영상과 같은 멀티모달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읽히게 되며, 모든 데이터를 HBM에 저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낸드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스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대역폭 플래시(HBF) 기술을 선보였다. HBF는 HBM을 대체할 기술이 아니라 AI 추론을 보완하는 낸드 기반 아키텍처로, HBM과 비슷한 대역폭을 목표로 하면서도 약 8배의 용량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2026년 2월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아래 HBF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는 보다 넓은 생태계에서의 채택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주요 공급업체이면서 HBF 표준화에도 참여하고 있어, 이 기술의 진화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BV-NAND와 zHBM 개념을 통해 AI 시스템의 메모리 및 저장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AI의 발전이 낸드 산업의 기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직 이르다. 낸드 산업은 설비 투자와 공급 조절에 민감하며,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 능력이 급속히 확대될 경우 시장 가격과 마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장기 계약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며, 이는 낸드 기술 발전과 더불어 업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샌디스크는 BiCS10 1Tb TLC 3D 낸드 샘플을 발표하며 비트 밀도에서 59%의 개선을 이뤘다고 밝혔으며, 이는 새로운 고대역폭 저장 기술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암시한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이번 계약의 가장 중요한 점은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이를 충족하기 위한 저장소 솔루션 개발에 대한 진행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요 기업의 실적 및 설비 투자 계획에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