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가상자산 팔았다, 3040세대가 90%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가상자산을 팔아 집을 산 사람이 1688건, 조달 금액은 148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89.8%가 30·40대였고, 대출 상한이 낮은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자금의 64.1%가 몰렸다.
뉴스 핵심
- 올해 2월 10일부터 7월 말까지 가상자산 매각 대금으로 집을 산 건수는 1688건, 조달 금액은 1485억원이다.
-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 매수에 전체 조달 금액의 64.1%(952억원)가 쓰였다.
- 서울 자치구 중 코인 자금 유입 1위는 용산구(285억원), 이어 서초구·강남구·송파구 순이다.
-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던 4~5월 월별 조달 건수는 400건을 돌파했지만 조정장이던 7월엔 221건으로 줄었다.
집 살 때 코인부터 파는 사람이 왜 늘었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 현황'에 따르면, 자금조달 항목에 '가상화폐(자산) 매각대금'이 신설된 올해 2월 10일부터 7월 말까지 가상자산을 팔아 집을 산 건수는 1688건, 조달 금액은 1485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종양 의원실은 이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한 대출 규제로 부족해진 한도를 코인 매도 차익으로 메운 '영끌 보조 수단'으로 진단했다.
항목이 신설된 지 반년 만에 이 정도 규모가 잡혔다는 것은 이전에도 비슷한 자금 흐름이 있었지만 통계로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달액을 뜯어보면 3040세대에 얼마나 쏠렸나
가상자산 매각 대금은 대부분 아파트로 향했다. 전체 조달액의 89.6%인 1331억원이 아파트 매수에 쓰였고, 다세대·연립주택은 6.6%, 단독·다가구주택은 3.6%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139건(67.5%)에서 811억원을, 40대가 377건에서 509억원을 조달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건수 기준 89.8%, 금액 기준 88.9%(1320억원)에 이른다.
1건당 평균 조달액은 871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3040세대가 목돈이 필요한 순간 코인 계좌부터 정리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 조달 건수: 1688건
- 조달 금액: 1485억원
- 3040세대 비중(건수): 89.8%
- 15억원 초과 주택 비중: 64.1%(952억원)
고가 주택일수록 코인 비중이 커진 이유는
가상자산 매도 자금은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 매수에 집중됐다. 전체 조달 금액의 64.1%(952억원)가 15억원 이상 주택 매수에 쓰인 반면, 6억원 미만 주택 매수 비율은 4.7%(약 68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15억원 초과 주택에는 대출 상한이 4억원으로 묶여 있다. 현금 동원력이 필수인 고가 시장에서 부족한 자금을 코인 매각 차익으로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6억원 미만 주택은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남아 있어 코인을 굳이 팔 유인이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인 자금은 서울 어느 지역으로 몰렸나
지역별 쏠림도 뚜렷했다. 전국 가상자산 조달 금액의 75.7%(1123억원)가 서울 주택 매수에 집중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코인 자금 유입 1위는 용산구(285억원)였다. 이어 서초구 225억원, 강남구 124억원, 송파구 8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순서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기대가 몰리는 지역과 겹친다. 대출 규제가 강할수록 현금 동원력이 있는 지역에 매수세가 쏠리는 흐름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코인 시세가 오르내릴 때 집값 자금도 같이 움직였나
코인 영끌 흐름은 비트코인 시세와 뚜렷한 동조화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섰던 4~5월에는 월별 조달 건수가 400건을 돌파했지만, 조정장에 진입한 7월에는 221건으로 줄었다.
시세가 오를 때 매도 차익이 커지면서 집을 살 여력도 함께 커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조정 국면에서는 굳이 손실을 감수하며 팔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4일 비트코인은 5.5% 오르며 8만1000(한화 약 1억900만원) 선을 다시 넘어섰다. 시세가 재차 오르면서 코인 자금의 부동산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금조달계획서에 가상화폐 항목이 왜 새로 생겼나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자금조달계획서에 가상화폐 항목을 신설해 자금 검증 시스템을 강화했다. 코인의 익명성을 악용한 편법 증여나 자금출처조사 우회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항목이 생긴 뒤로는 코인을 팔아 집을 산 사람도 자금 출처를 신고해야 한다. 세무당국이 매도 차익과 취득 자금의 연결고리를 이전보다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김종양 의원실은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내놓을수록 고가 주택 시장은 자산가들만 들어가는 리그가 되고 있다"며 "성실하게 일해 모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만 주거 사다리에서 밀려날 수 있는 만큼 정책 보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자금조달계획서 통계, 무엇을 봐야 하나
이번 집계는 올해 7월 말까지의 자료다. 8월 이후 발표될 다음 통계에서 코인 매각 건수와 금액이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대출 규제 강도와 비트코인 시세 흐름을 함께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 비중과 서울 쏠림 정도가 이번 수준을 유지하는지, 아니면 더 벌어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책 보완이 실제로 나오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자금출처조사가 강화될 경우 코인 매각 자금을 활용한 주택 매수 방식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커서 매각 시점에 따라 실현 차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이를 주택 자금으로 쓰면 세무 신고·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 투자·매수 판단과 그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