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수수료 무료화로 늘어난 거래는 어디서 왔나
코빗이 수수료를 무료로 풀자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지만, 늘어난 돈의 대부분은 투자 목적이 아닌 스테이블코인 환전·차익거래였다. 코빗의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무료화 첫날부터 90%를 훌쩍 넘겼고,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원래 점유율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뉴스 핵심
- 코빗은 수수료 무료화 뒤 11일간 거래대금이 9천924만달러로 188.6% 늘었지만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무료화 후 평균 71.2%까지 올랐다.
- 코빗의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무료화 첫날부터 닷새 연속 90%를 넘겼고, 전날 비중은 38.7%에 불과했다.
- 업비트(10.7%)·빗썸(14.0%)과 달리 코빗(86.0%)·코인원(54.4%)은 최근 3주간 거래대금의 절반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이었다.
거래대금은 늘었는데 속을 뜯어보니 스테이블코인뿐이었다
코빗은 지난달 24일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해 이달 3일까지 11일간 총거래대금 9천924만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11일(8월13일~23일) 3천438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88.6% 늘어난 수치다.
코인원도 지난달 26일 수수료를 무료로 바꾼 뒤 이달 3일까지 9일간 총거래대금이 4억2천363만달러로, 직전 9일(8월17일~25일) 2억2천791만달러보다 85.8% 늘었다.
두 거래소 모두 거래대금 증가 폭만 보면 이벤트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웹3 리서치업체 타이거리서치가 뜯어본 결과 늘어난 거래대금 대부분은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했다.
내 계좌엔 뭐가 달라지나 — 신규 고객 늘었다는 신호는 아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라면 수수료 무료 이벤트 뉴스만 보고 해당 거래소로 자금이 몰린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거래대금 증가가 곧 신규 이용자 확대를 뜻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국내는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원화 마켓 모델이 일반적이어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다른 자산을 매매하는 수요 자체가 극히 적다. 늘어난 거래 대부분은 해외 송금이나 차익거래를 위한 단순 환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즉 특정 거래소의 수수료 이벤트를 보고 그 거래소에 사용자가 몰렸다고 판단해 투자 심리를 앞세우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거래대금 지표만으로 거래소의 경쟁력 변화를 읽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코빗은 왜 96%까지 치솟았나
코빗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 비중은 수수료 무료화 이전 11일간 평균 46.9%였지만, 이후 11일간 평균 71.2%로 뛰었다. 무료화를 시작한 첫날부터 닷새 연속 90%대를 유지했다.
날짜별로 보면 24일 95.8%, 25일 91.1%, 26일 93.9%, 27일 96.7%, 28일 93.1%로 집계됐다. 수수료를 무료로 하기 전날 비중이 38.7%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코인원도 흐름은 비슷했다. 무료화 전날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51.8%였는데 무료화 직후 63.3%, 다음날은 68.0%까지 올랐다. 이후 9일간 평균 비중은 53.4%로 집계됐다.
업비트·빗썸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8월12일부터 9월3일까지 3주간 국내 원화 거래소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거래대금 과반을 차지한 곳은 코빗과 코인원뿐이었다. 코빗은 이 기간 총거래대금 1조5천200억원 중 스테이블코인이 1조3천100억원으로 86.0%를 차지했다.
코인원은 같은 기간 총거래대금 2조3천200억원 중 스테이블코인이 1조2천600억원으로 54.4%였다. 반면 업비트는 37조1천억원 중 3조9천700억원(10.7%), 빗썸은 20조2천억원 중 2조8천400억원(14.0%), 고팍스는 140억원 중 33억원(23.8%)에 그쳤다.
업비트와 빗썸은 거래대금 상위 종목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으로 나타나 코빗·코인원과 거래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 코빗: 최근 3주 스테이블코인 비중 86.0%(1조3천100억원/1조5천200억원)
- 코인원: 같은 기간 54.4%(1조2천600억원/2조3천200억원)
- 업비트: 10.7%(3조9천700억원/37조1천억원), 빗썸: 14.0%(2조8천400억원/20조2천억원)
왜 스테이블코인만 몰리나 — 봇 차익거래라는 설명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시세와 격차가 0.1% 미만으로 극히 촘촘해 평소에는 차익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수수료가 0%가 되는 순간 0.01% 수준의 미세한 가격 차이만으로도 수익 확보가 가능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이어 "수수료 부담이 사라진 알고리즘 봇들이 24시간 집중적으로 대량의 왕복 차익거래에 나서면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스테이블코인은 유동성에 상관없이 거래소별 가격 차이가 작아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은행 계좌를 만들기 쉬운 곳이나 유동성이 많은 곳이 높은 점유율을 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이벤트도 결과는 같았다 — 빗썸·코빗의 반복된 패턴
거래 수수료는 거래소 매출의 99% 안팎을 차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익 모델이다. 그런데도 거래소들이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반복하는 건 업비트가 거래대금 과반을 점유하는 시장 구도를 흔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빗썸은 2023년부터 매년 일정 기간 수수료를 무료로 풀어 한때 점유율을 30~40%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2월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로 일주일간 수수료를 면제했을 때도 점유율이 30%대로 올랐다가 다시 20%대로 복귀했다.
코빗도 지난 2월 서클(USDC) 거래 이용자 대상 이벤트로 이례적으로 10%대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이후 다시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윤승식 센터장은 "수수료 면제로 유입된 자금은 혜택을 찾아 움직이는 단기 유동성"이라며 "이벤트가 종료되면 기존 시장 구조로 회귀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에 확인할 것 — 이벤트 종료 뒤 점유율이 원래대로 돌아가는지
윤승식 센터장은 거래소의 장기 점유율이 수수료 여부보다 호가창 두께, 낮은 슬리피지, 계좌 연동 편의성 같은 사용자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코빗과 코인원의 이번 무료 이벤트가 끝난 뒤 스테이블코인 비중과 전체 점유율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지가 이 분석을 검증할 다음 관찰 포인트다.
과거 빗썸·코빗 사례처럼 일시적 점유율 상승이 재현되는지, 아니면 이번엔 다른 흐름이 나타나는지는 이벤트 종료 후 거래대금과 스테이블코인 비중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코인게코와 타이거리서치가 매일 집계하는 거래소별 스테이블코인 비중 데이터가 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
시황개미 기자 · 글로벌 통합 시황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가상자산 거래대금·점유율 지표는 이벤트 종료 후 급격히 되돌아갈 수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비중 확대가 실제 투자 수요 증가를 뜻하지 않을 수 있으니 거래소 선택과 투자 판단은 독자 본인의 책임으로 신중히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