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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은 급등 전에 이미 매도 주문이 나와 있었다

양반개미기자 0 15 0
매수자가 몰리기 전 이미 높은 가격에 매도 주문이 걸려 있었다

가상자산 거래량은 매도할 상대를 끌어들이고 상장 문턱을 넘는 데도 악용됐다. 금융당국이 조치한 불공정거래 4건 중 운영사 사건에서는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이 조작됐다.

뉴스 핵심

  • C씨는 높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먼저 내고 시세를 올리면서 보유 물량을 순차적으로 처분한 혐의를 받는다.
  • 타인 명의 계정은 거래소의 API 주문 횟수 제한을 우회하는 데 동원됐다.
  • 운영사 사건의 해외 발행재단과 실제 국내 운영 법인은 달랐고, 백서 주요 인물의 실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가상자산 매도 주문은 왜 급등 전에 나왔나

매수자가 상승세를 보고 들어오기 전에, 팔 사람은 이미 높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걸어 뒀다. 시세조종 혐의로 고발된 C씨 사건에서 눈여겨볼 장면이다. 가격이 오르는 도중 그의 기존 매도 주문은 차례로 체결됐다.

C씨는 직전 변동성이 컸던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이후 본인 명의 계정으로 높은 가격의 매수 주문을 내 시세를 올리고, 타인 명의 계정에서는 소액 거래를 빠르게 반복해 다른 사람의 매매를 유인한 혐의를 받는다.

이 순서를 매수자 쪽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활발한 거래와 상승 가격을 보고 진입했지만, 그 신호를 만든 쪽은 보유 물량을 처분하고 있었다. 같은 상승 화면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기회를 찾고, 누군가는 출구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C씨는 직전 변동성이 컸던 가상자산을 대량 매수한 뒤 본인 계좌의 고가 매수 주문으로 시세를 올렸다
C씨는 직전 변동성이 컸던 가상자산을 대량 매수한 뒤 본인 계좌의 고가 매수 주문으로 시세를 올렸다

친형제의 API 매매는 무엇을 만들어 냈나

친형제 A씨와 B씨가 각각 여러 가상자산에 쓴 수법에서는 거래의 활기와 가격 상승을 만드는 주문이 함께 움직였다. 먼저 물량을 빠르게 확보하고, API 자동매매로 같은 수량의 소액 시장가 매수·매도를 반복했다.

시장가는 그때 거래할 수 있는 가격에 주문을 내는 방식이고, 지정가는 원하는 가격을 적어 내는 방식이다. 이들은 소액 시장가 거래로 매수세를 끌어들이면서 높은 가격의 지정가 매수 주문으로 시세를 밀어 올렸다.

가게에 빗대면 드나드는 발길을 분주하게 만드는 일과 상품 가격표를 올리는 일이 맞물린 모습이다. 바깥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인기가 붙어 값이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이 적발한 흐름의 끝에는 목표 가격에 도달한 뒤 보유 물량을 전부 파는 행위가 있었다.

반복 거래의 목적을 이해하려면 거래 횟수보다 그 뒤의 매도를 봐야 한다.

형제는 API 자동매매로 같은 수량의 소액 시장가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동시에 고가 지정가 매수로 시세를 밀어 올렸다
형제는 API 자동매매로 같은 수량의 소액 시장가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동시에 고가 지정가 매수로 시세를 밀어 올렸다

API 주문 제한은 왜 차명 계정에 막혔나

C씨가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한 데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거래소가 정한 API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려던 것이다. 해당 계정에서는 소액 시장가 거래를 높은 빈도로 반복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계정의 수와 실제로 판단하는 사람의 수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본인 계정에서 가격을 올리고 다른 명의의 계정에서 거래를 일으키면, 서로 다른 주문도 하나의 물량 처분 계획에 쓰일 수 있다.

이 사례로 거래소 감시 전체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문 횟수에 제한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은 가능하다. 제한을 지킨 계정이 얼마나 많은지보다, 여러 계정의 주문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연결됐는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운영사 임직원은 임직원 명의 차명 계좌 사이에서 거래량을 부풀리는 가장매매를 했다
운영사 임직원은 임직원 명의 차명 계좌 사이에서 거래량을 부풀리는 가장매매를 했다

거래량 90% 이상을 상장 실적으로 바꾸려 했다

운영사 임직원 사건에서는 부풀린 거래량의 쓰임새가 더 넓었다. 이들은 거래량 부족 등의 이유로 국내 대형 거래소 상장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 이후 상대적으로 상장이 쉬운 중형 거래소에 먼저 들어갔다.

그곳에서 전문 매매업자를 고용하고 임직원 명의 차명 계정 사이로 물량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만든 거래량은 전체의 90% 이상이었다. 외부 투자자가 활발하게 사고파는 것처럼 보이게 한 가장매매였다.

조작된 숫자는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쓰였고, 상장유지 요건을 허위로 충족시키는 데도 쓰였다. 대형 거래소 상장 자격요건으로도 활용됐다. 다만 실제로 대형 거래소 상장에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대목에서 거래량은 인기의 표시를 넘어 사업을 이어 갈 자격처럼 취급됐다. 거래 실적을 보고 입점을 허용하는 시장에서 가짜 실적을 만든 모습에 가깝다. 숫자가 심사의 문턱이 되면, 그 숫자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조작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9월 23일 초단기 시세조종 3건과 운영사 관련 1건을 고발·수사기관 통보 의결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9월 23일 초단기 시세조종 3건과 운영사 관련 1건을 고발·수사기관 통보 의결했다

거래량 뒤의 발행재단도 실체가 달랐다

거래 화면 밖에서도 겉모습과 실제 운영이 어긋났다.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재단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고, 발행과 운영은 혐의자들이 세운 국내 법인이 담당했다.

백서에 적힌 재단 주요 인물 역시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가공의 인물로 확인됐다. 백서는 사업을 설명하는 문서지만, 여기에 이름이 실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존재와 역할까지 입증되지는 않는다.

거래량을 보면 참여자가 많아 보이고, 백서를 보면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이 있는 듯 보인다. 이 사건에서는 그 신뢰의 근거가 함께 흔들렸다. 그래서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가와 누가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가는 별도로 답해야 할 질문이다. 거래량이 운영 주체의 실체까지 대신 증명해 주지는 못한다.

가상자산 거래량 끝에서 누가 돈을 받는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9월 23일 초단기 시세조종 3건과 운영사 임직원 관련 1건에 대해 고발·수사기관 통보를 의결했다. 혐의를 수사기관에 넘긴 단계이므로 형사처벌이 확정됐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당국이 경고한 신호는 거래가 뜸하던 자산의 이유 없는 거래량·가격 급증, 특정 거래소로의 거래량 집중이다. 이런 모습만으로 조작을 확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거래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독립적인 매수자가 늘었다고 믿기 어려운 근거는 충분하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거래량의 크기보다 그 거래량으로 누가 무엇을 얻었느냐다. 초단기 시세조종에서는 보유자가 팔 상대를 유인했고, 운영사 사건에서는 상장을 유지하고 더 큰 거래소로 갈 자격을 만들려 했다. 활발해 보이는 시장이 각자의 목적에 동원됐다.

그 흐름에 들어간 매수자는 상대가 내놓은 물량을 받아 가격 변동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거래량은 돈이 오간 흔적이지만, 서로 다른 투자자의 믿음이 모인 증거인지는 따로 따져야 한다. 북적이는 화면 너머에서 누가 물량을 넘기고 있는지 묻는 순간, 급등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양반개미 기자 · 정책·위험 분석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혐의와 그 구조를 설명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거래량 급증이나 API 사용만으로 시세조종을 단정할 수 없고, 고발·통보는 유죄 확정과 다릅니다. 인위적인 거래와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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