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북미대화를 꺼낸 주, 러시아는 김정은을 또 불렀다
러시아의 김정은 방러 초청은 2024년 6월 이후 푸틴, 크렘린 대변인, 이번 외무차관까지 반복돼 온 말이다. 새로운 것은 초청이 아니라 트럼프의 북미대화 추진과 겹친 타이밍이다. 김정은은 러시아에 두 번 갔지만 모두 극동이었고, 수도 모스크바는 아직 밟지 않았다.
뉴스 핵심
- 김정은 방러 초청은 2024년 6월 이후 푸틴·페스코프·루덴코가 거의 같은 문장으로 반복해 왔다.
- 김정은은 러시아를 두 번 방문했지만 모두 극동이었고, 김정일은 2001년 크렘린에서 푸틴과 회담했다.
- 2026년 9월 8일 준공된 두만강 자동차다리는 하루 최대 300대 규모로 북러 교역 통로를 넓혔다.
김정은 방러 초청은 몇 번째인가
적어도 네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 뒤에 처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고, 작년 9월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서 다시 만났을 때 같은 제안을 되풀이했다.
올해 3월 김정은 재추대 소식이 나오자 크렘린궁 페스코프 대변인이 "러시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도자를 언제나 환영할 것"이라며 초청이 유효하다고 했다. 그리고 9월 24일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이 타스에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도록 초청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달라진 낱말은 하나다. 방문 일정을 외교 채널로 조율하겠다는 말이 붙었다.
그런데 이 한 줄이 무게를 받쳐 주지 못한다. 발언이 실제 날짜를 잡는 단계인지, 언제든 오라는 원론의 재확인인지는 불분명하고, 이날까지 방러 준비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같은 문장이 네 번 나왔다면 그 문장 자체는 뉴스가 아니다.
아버지 김정일은 24일 열차로 크렘린에 갔다
김정은은 두 번 러시아에 갔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2023년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둘 다 극동이고, 푸틴이 먼 길을 와서 맞았다.
아버지는 달랐다. 김정일은 2001년 열차로 약 24일 동안 러시아 대륙을 가로질렀고, 8월 4일 크렘린에서 푸틴과 마주 앉아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했다. 손님이 주인의 안방까지 들어간 셈이다.
외교에서 장소는 문장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극동 회동은 국경 근처에서 만나는 실무형 만남이고, 수도 방문은 국가 대 국가로 격을 맞추는 의전이다. 김정은이 재위 중 한 번도 모스크바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초청에 '모스크바 정상회담' 이야기가 붙는 이유다.
조약과 다리, 관계는 이미 문서와 도로로 굳었다
말은 반복됐지만 그 사이 관계의 바닥은 두꺼워졌다. 2024년 6월 19일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체결됐고,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군사원조를 한다는 4조가 들어갔다. 김정은은 같은 해 11월 11일 정령으로 이를 비준했다.
북한은 이 조약을 근거로 우크라이나전에 병력을 보냈다. 북한군이 투입된 쿠르스크 탈환 작전이 끝난 지 1년이 되는 올해 모스크바 방문설이 돈 것도 그래서다.
9월 8일에는 라선과 연해주 하산을 잇는 두만강 자동차다리가 준공됐다. 길이 약 1km, 왕복 2차로에 하루 최대 300대가 지나간다. 그 전까지 두 나라를 잇는 육로는 1959년에 놓인 철도교 하나뿐이었다.
다리 이름은 1946년 김일성을 경호했던 소련군 장교 야코프 노비첸코에게서 왔다. 새 도로에 옛 인연의 이름을 단 것이다.
북러 사이에 돈은 어떻게 오가나
두 나라의 거래는 물물교환에 가깝다. 북한이 포탄과 병력을 보내고, 러시아가 에너지와 식량으로 갚는 구조다.
두만강 다리는 이 구조에 새 통로를 연다. 초기에는 화물만 다니고 여객은 올해 말 개통이 목표다. 철도 하나에 기대던 교역이 트럭으로 넓어진다는 뜻이고, 대북 제재를 비켜 가는 길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루덴코 차관도 무역·경제·과학기술 협력 정부간위원회를 통한 실무 작업이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초청 발언보다 이쪽이 오히려 구체적이다.
여기서 읽어야 할 긴장이 있다. 전쟁이 소강 국면으로 가면 러시아가 북한 포탄을 사들일 이유가 줄어든다. 군사물자를 주고 받던 반대급부가 줄어들 수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정상 간 격을 올려 관계를 다른 형태로 붙들어 둘 동기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하필 트럼프 북미대화 앞에서 나왔나
이 초청에서 진짜 새 것은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북미대화 추진 의사를 밝히고 소셜미디어에 김정은과 찍은 사진을 올린 직후에 나왔다.
백악관 당국자는 9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전례가 있다. 트럼프 1기 때 김정은은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시진핑을 여러 차례 만났다. 큰 협상장에 들어가기 전에 뒷배부터 확인하는 순서다. 이번에는 그 자리를 러시아가 먼저 차지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푸틴이 트럼프보다 먼저 만날까'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변수가 하나 더 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이 "한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로 이뤄졌고 러시아는 관심이 없었다고 공개했다. 2025년 1월 쿠르스크에서 붙잡힌 이들이다.
초청이 실제 방문으로 바뀌는 신호는 무엇인가
판별 기준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움직임이다. 초청 문구는 2년 동안 거의 같은 문장으로 되풀이됐으니, 문구를 세어서는 답이 안 나온다.
먼저 볼 것은 고위급 사전 방문이다. 올해 7월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 외무부 초청으로 모스크바에 가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고 김정은의 안부를 푸틴에게 전했다. 이런 방문이 다시 이어지면 준비 단계로 읽을 수 있다.
둘째는 북미 일정과의 순서다.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구체화되면 그 앞에 북러 회동이 잡히는지가 트럼프 1기의 시진핑 패턴과 맞아떨어지는지 보여 준다.
결국 이번 발언이 알려 준 것은 방러 날짜가 아니다. 러시아가 북미 대화 판에서 자기 자리를 먼저 표시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24일 기차를 타고 간 길을 아들이 언제 밟느냐는, 모스크바가 아니라 워싱턴의 달력이 정할 가능성이 크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글은 북러 외교 동향을 해설한 것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한반도 지정학 이슈는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순서에 따라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고, 관련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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