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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가 그린스펀 이야기에서 뺀 마지막 장면

서학개미기자 0 13 0
베선트 재무장관이 9월27일 폭스뉴스에서 연준에 '열린 마음'을 요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금리를 올린 연준에 그린스펀처럼 경기를 달리게 두라고 요구했다. 그가 성공 사례로 든 1990년대 판단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로 끝났고,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쪽은 재무부 자신이다. 이 발언은 거시경제 조언이 아니라 이자 청구서를 받는 쪽의 요구로 읽어야 한다.

뉴스 핵심

  • 베선트는 그린스펀 사례를 들어 연준에 추가 인상 자제를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 그린스펀이 거품을 방치한 결과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였다.
  • 미 연방정부 이자비용은 2026회계연도 11개월간 1조2700억달러로 재무부가 금리 인상의 직접 비용을 진다.

베선트는 왜 하필 그린스펀을 꺼냈나

요구는 한 줄로 줄어든다. 더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연준이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2023년 이후 첫 인상에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자 재무장관이 방송에 나왔다.

베선트는 2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서 "연준 이사회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와 AI 발전으로 생산성이 오르니 고성장 속에서도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 논리의 보증인으로 세운 사람이 앨런 그린스펀이다. "그는 사무기기와 인터넷, 생산성에 기반한 개선을 봤기 때문에 경기를 그냥 달리게 놔뒀다." 1990년대 인터넷 붐을 지금의 AI 붐에 겹쳐 놓은 셈이다.

연준이 9월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2023년 이후 첫 인상이었다
연준이 9월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2023년 이후 첫 인상이었다

그린스펀의 '그냥 둔 경기'는 어떻게 끝났나

1990년대 후반 실업률이 5% 아래로 내려갔는데도 그린스펀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든 생산성 향상이 물가 통계에 아직 잡히지 않을 뿐이라고 봤다.

1996년 12월 그는 주식시장에 '이성을 잃은 열광(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경고를 던졌다. 경고는 했지만 금리로 거품을 꺾지는 않았다. 그 거품은 2000년에 터졌다.

베선트의 인용에는 이 마지막 장면이 없다.

변론할 거리도 있다. 거품이 꺼진 뒤 경제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그린스펀이 옳았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그러니 이 선례가 말하는 것은 '생산성 혁명은 진짜였고, 주가는 그보다 먼저 달려 나갔다'에 가깝다. 경기는 버텼고 주식 계좌는 버티지 못했다. 그 그린스펀은 이번 발언 3개월 전인 2026년 6월 23일, 100세로 세상을 떠났다.

1996년 12월 그린스펀은 '이성을 잃은 열광'을 경고했지만 금리로 거품을 꺾지 않았다
1996년 12월 그린스펀은 '이성을 잃은 열광'을 경고했지만 금리로 거품을 꺾지 않았다

'열린 마음' 의장 워시는 왜 금리를 올렸나

베선트는 새 연준 의장을 고를 때 트럼프 대통령과 찾은 조건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방송에서는 "케빈 워시 의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워시의 이력은 반대편에 있다. 트럼프는 2026년 1월 31일 그를 지명했고 워시는 5월 22일 취임선서를 했다. 2006~2011년 역대 최연소인 35세에 연준 이사를 지냈고,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쪽에 오래 서 온 정통 매파로 꼽혀 왔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연준이 내놓은 결정이 2023년 이후 첫 인상이었다. 재무장관이 방송에서 그리는 완화의 이야기와, 의장이 회의실에서 실제로 누른 버튼이 이미 어긋나 있다. 공개 발언은 이 간극을 좁히려는 압박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2026회계연도 첫 11개월 미 연방정부 이자비용이 1조27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3% 늘어 사상 최대치다
2026회계연도 첫 11개월 미 연방정부 이자비용이 1조27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13% 늘어 사상 최대치다

금리가 오르면 청구서는 누구에게 가나

답은 재무부다. 미 연방정부는 2026회계연도 첫 11개월 동안 이자로만 1조2700억달러를 썼다. 1년 전보다 13%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8월에는 연간 이자비용이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 국방예산 전체를 앞질렀다. 나라가 군대보다 빚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새로 찍는 국채와 만기를 돌려막는 국채 모두 비싸진다. 그 차이를 메우는 곳이 베선트의 부처다. 이자 청구서를 받는 사람이 청구서 발행자에게 마음을 열라고 말한 장면, 이것이 이번 발언의 본모습이다.

연준이 이미 시사한 연내 추가 인상이 실제로 단행되는지가 이번 압박의 효과를 가른다
연준이 이미 시사한 연내 추가 인상이 실제로 단행되는지가 이번 압박의 효과를 가른다

블라인더가 본 '불길한 유사성'은 무엇인가

베선트는 "지금 우리는 아마 그와 같거나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생산성 혁명이 다시 왔다는 확신이다.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은 같은 겹침을 정반대로 봤다. 그는 AI 붐 속 워시의 상황을 두고 "지금 진행 중인 순간에 매우 불길한 유사성이 있다. 바라건대 같은 방식으로 끝나지 않기를"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같은 1990년대를 보고 있다. 한 사람은 경기가 버틴 결말을, 다른 사람은 주가가 무너진 결말을 본다. 그린스펀 선례에는 둘 다 들어 있다.

미 국채·AI 기술주 투자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나

미 국채나 AI 관련 기술주를 가진 개인에게 연준의 다음 결정은 지표만으로 계산되는 변수가 아니다. 재무장관의 공개 압박, 재무부의 이자 부담, 매파 의장의 실제 인상이 한데 엉켜 있다.

연준 독립성 논란이 커질수록 금리 경로는 흐려진다. 압박이 먹혀 인상이 멈추면 AI 주가는 1990년대 후반처럼 더 달릴 여지가 생기지만, 그때 쌓이는 것이 그린스펀이 경고만 하고 꺾지 않은 그 열광이다.

베선트가 꺼낸 것은 그린스펀의 절반이다.

경기를 믿은 절반은 말했고, 거품이 터진 절반은 말하지 않았다. 계좌를 가진 사람이 기억해야 하는 쪽은 말하지 않은 절반이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연준 정책을 둘러싼 구조를 설명한 것이며 미 국채·기술주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금리 경로는 정치적 압박과 지표에 따라 예상과 달리 움직일 수 있고, 환율 변동도 원화 수익을 바꿉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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