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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기판 하나에 6조7800억을 건다

서학개미기자 0 14 0
FC-BGA는 칩을 뒤집어 기판에 바로 붙이는 패키지 기판이다

삼성전기가 세종 4조2700억원, 베트남 2조5100억원 등 총 6조7800억원을 AI 서버용 FC-BGA에 투자합니다. 이 업종은 코로나 때도 같은 논리로 증설했다가 양산이 밀리고 실적 전망이 줄줄이 깎였습니다. 이번 판이 다른 이유는 고객사가 투자금과 물량을 함께 떠안는 구조에 있습니다.

뉴스 핵심

  • 삼성전기는 세종 4조2700억원, 베트남 2조5100억원 등 총 6조7800억원을 FC-BGA에 투자한다.
  • 장덕현 사장은 2025년 5월 코로나 시절 FC-BGA 과투자를 인정했다.
  • 이번엔 고객사가 투자금을 지원하고 물량을 보장하는 구조라 지난 사이클과 위험 분담이 다르다.

삼성전기는 왜 지금 역대 최대 판돈을 걸었나

공장이 모자라서다.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지 생산시설은 가동률이 70%를 넘겼고, 들어오는 주문을 받아 내기 바쁘다.

장덕현 사장은 3월 주주총회 뒤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고 말했다. 이번 증설은 그 말의 청구서다.

FC-BGA는 칩을 뒤집어 기판에 바로 붙이는 부품이다. 신호가 가는 길을 줄이고, 바닥의 작은 납땜 볼로 큰 전력을 흘려보낸다. GPU와 AI 가속기는 이 기판 없이 메인보드에 올라가지 못한다.

세종사업장 패키지기판 증설에 4조2700억원,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43.6%
세종사업장 패키지기판 증설에 4조2700억원,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43.6%

세종 4조2700억원, 자기자본의 43.6%가 한 제품에 들어간다

삼성전기(009150)는 9월 28일 이사회에서 세종사업장 패키지기판 증설에 4조27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의 43.6%다. 단일 제품 투자로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크다.

투자는 2028년 5월 말까지 이어지고, 양산은 2028년 9월이다. 새 공장은 세종 명학일반산업단지 안 유휴 주차장 부지에 3~4층 규모로 올라간다.

이 공장의 FC-BGA는 엔비디아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고객을 겨냥한 라인을 본사 옆에 둔 셈이다.

장덕현 사장이 2025년 5월 28일 "코로나19 시절 과투자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덕현 사장이 2025년 5월 28일 "코로나19 시절 과투자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2조5100억원은 무엇을 뜻하나

베트남 생산법인에는 2조5100억원이 들어간다. 2013년 법인을 세울 때 넣은 돈과 맞먹는다. 공장 하나를 새로 지을 만큼의 돈을 기존 법인에 다시 붓는 것이다.

역할은 나뉜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최고 사양 신규 팹은 세종에서 짓고, 이미 굴려 본 베트남 라인은 물량을 늘리는 쪽이다.

경쟁사도 같은 지도를 그린다. LG이노텍은 구미 공장 증설과 베트남 하이퐁 공장 투자를 동시에 밀고 있다.

2023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보다 11.1% 줄었다
2023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보다 11.1% 줄었다

같은 사장이 지난 증설을 과투자라 했다

2025년 5월 28일, 장덕현 사장은 "2021~2022년 코로나19 시절 과투자된 면이 있고, 올해까지는 공급이 약간 많다"고 말했다.

지금 역대 최대 투자를 발표한 사람이 바로 그다. 그 발언에서 16개월이 지났다.

이번 발표를 읽는 열쇠는 여기에 있다. 공급이 곧 모자란다는 논리는 새것이 아니다. 이 회사가 한 번 틀려 본 논리다.

이번 투자는 고객사가 투자금을 지원하고 중장기 물량을 보장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번 투자는 고객사가 투자금을 지원하고 중장기 물량을 보장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지난번 붐은 어떻게 꺾였나

코로나 특수 때 삼성전기는 베트남에 FC-BGA 공장을 지었다. 2023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였다.

시장이 먼저 식었다. 2023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보다 11.1% 줄었고, 베트남 공장 양산은 2024년 2분기로 밀렸다.

혼자 맞은 매도 아니었다. 선두 이비덴은 2024년 11월 연간 매출 전망을 3900억엔에서 3700억엔으로, 영업이익 전망을 230억엔에서 115억엔으로 낮췄다. 신코덴키와 AT&S도 함께 전망을 깎았다.

이번엔 무엇이 달라졌나, 돈을 누가 같이 지나

달라진 점은 돈의 주인이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빅테크·반도체 고객사가 투자금을 지원하고 중장기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번엔 삼성전기가 증설 위험을 홀로 졌다. 수요가 꺾이자 양산을 미루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번엔 공장이 놀면 고객도 손해를 보는 구조다.

업계에서도 장기공급계약(LTA)을 앞세운 증설 경쟁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고객사가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으로 계약 규모가 나오는 순간이 이 구조의 두께를 재는 때다.

시장이 241억달러로 커지면 모두가 이기나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인텔렉트는 FC-BGA 시장이 2024년 109억달러에서 2031년 241억달러로 커진다고 본다.

문제는 모두가 그 숫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기, LG이노텍, 이비덴이 같은 시기에 공장을 늘리면 2028년 이후 공급은 한꺼번에 쏟아진다. 지난 사이클이 꺾인 방식도 그랬다.

그래서 이번 투자의 성패는 수요보다 계약에서 갈린다. 고객이 물량을 약속한 공장은 불황에도 돈다. 약속 없이 지은 공장은 2023년의 베트남처럼 기다린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삼성전기 설비 투자의 구조를 설명한 것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대규모 증설은 수요가 꺾이면 양산 지연과 실적 하향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고, 고객사 계약 조건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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