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2조원에 산 미국 냉동 물류망에 김밥을 올렸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밥의 미국 1~7월 매출이 59% 늘었고 판매 점포는 4,734개로 늘었다. 미국 냉동김밥 열풍을 처음 터뜨린 건 작은 회사 올갓이었다. CJ는 2019년 2조원에 산 슈완스의 물류망으로 그 수요를 대형 체인에 깔아 자기 매출로 바꿨고, 이는 만두에서 이미 통한 공식이다.
뉴스 핵심
- 비비고 김밥 미국 판매 점포는 1,924개에서 4,734개로 늘었고, 매출은 1~7월 59% 증가했다.
- 미국 냉동김밥 열풍의 첫 주인공은 2023년 8월 트레이더조에서 품절된 올갓 제품이었다.
- CJ의 빠른 확장은 2019년 2조원에 인수한 슈완스의 생산거점 22곳 물류망 위에서 이뤄졌다.
비비고 김밥 미국 매출 59%, 숫자보다 점포 수가 먼저 말한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매출 59%가 아니라 점포 수다. 비비고 김밥이 깔린 미국 매장은 작년 1,924개에서 올해 4,734개로 145% 늘었다.
매장이 두 배 넘게 늘었는데 매출은 59% 늘었다. 새로 들어간 매장들이 아직 기존 매장만큼 팔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지금의 성장은 진열대를 넓힌 힘이 크다.
출발점은 2024년 12월 크로거 입점이었다. 이후 앨버트슨스, 마이어로 넓혀 지금은 미국 주요 유통채널 10곳에서 팔린다. 제품은 불고기맛과 매운 불고기맛 2종뿐이다.
미국 냉동김밥 열풍은 누가 처음 터뜨렸나
비비고가 미국 김밥 붐을 이끌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첫 불꽃은 다른 곳에서 튀었다. 2023년 8월 트레이더조 냉동고에 들어간 냉동김밥이 틱톡에서 일주일 만에 850만 뷰를 모았고 매장마다 동났다.
그 김밥을 만든 곳은 2020년 세워진 한국의 소규모 업체 올갓(Allgot)이었다. CJ의 크로거 입점은 그로부터 1년여 뒤의 일이다.
CJ는 수요를 만든 쪽이 아니라 이미 생긴 수요를 가장 빨리, 가장 넓게 담아낸 쪽이다. 남이 연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주인이 되는 장면이다.
후발주자가 어떻게 4,734개 매장을 먼저 차지했나
답은 2019년의 인수에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미국 냉동식품회사 슈완스 지분 70%를 2조원(18억4천만달러)에 샀다.
인수 전 CJ의 미국 생산기지는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오하이오 등 5곳뿐이었다. 슈완스의 공장 17개와 물류센터 10개가 붙으면서 생산거점은 22곳이 됐다.
CJ는 2021년에도 슈완스 지분 19%를 4,896억원에 더 사들였다. 한 번 산 것으로 끝내지 않고 미국 냉동 유통망에 판돈을 더 얹은 것이다.
냉동식품은 공장에서 매장 냉동고까지 끊기지 않는 저온 물류가 있어야 팔린다. 작은 회사가 바이럴 한 번으로 트레이더조를 뚫을 수는 있어도, 전국 체인 10곳을 동시에 채우려면 이런 길이 먼저 깔려 있어야 한다.
만두에서 이미 한 번 통한 각본
같은 각본은 처음이 아니다. 비비고 만두는 2010년 미국에 진출해 B2C 냉동만두 시장에서 6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지켰다.
2024년 점유율은 41%로 2위 브랜드와 격차를 3배 이상 벌렸다. 코스트코에서 약 25년간 만두 판매 1위였던 중국 브랜드 링링(Ling Ling)을 끌어내린 것도 비비고였다.
김밥 확장은 이 공식의 재방송에 가깝다. 슈완스 물류망으로 진열대를 넓히고 현지 마케팅으로 수요를 붙잡는다.
LA에서 연 '오리지널 한국 김밥' 캠페인, 팔로워 약 900만명을 거느린 K-푸드 크리에이터 대니 킴과의 협업이 그 두 번째 바퀴다.
CJ제일제당 주주의 돈에는 어떻게 닿나
김밥 한 품목의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59%라는 비율만 있고 금액이 없으니, 이 소식이 주당이익을 얼마 움직이는지는 계산할 수 없다.
대신 큰 그림은 숫자로 확인된다. 슈완스를 품은 뒤 CJ의 미국 식품 매출은 2019년 2조6,756억원에서 2022년 4조356억원으로 50.8% 늘었다.
2조원을 넘게 들인 물류망이 매출로 돌아오고 있고, 김밥은 그 망 위에 새로 올라탄 품목이다.
돈의 흐름도 나뉜다. 크로거·앨버트슨스·마이어는 진열 공간과 재고 부담을 지는 대신 잘 팔리는 품목을 얻는다. CJ는 마케팅 비용을 떠안는다. 대니 킴 협업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밥이 만두처럼 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만두가 1위를 굳힌 건 진열대만이 아니라 코스트코 같은 매장에서 실제로 링링보다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김밥은 아직 그 단계에 닿지 않았다.
점포가 145% 늘 때 매출은 59% 늘었다. 다음 발표에서 이 둘의 간격이 좁혀지는지가 핵심이다.
제품 수도 변수다. 지금 2종뿐인 라인업에 한국 식재료를 쓴 신제품을 더하겠다는 계획을 CJ가 밝혔다.
CJ 관계자는 "미국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간편하게 즐기는 식문화가 발달해 있어 김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올갓이 불을 붙였고 CJ는 그 불을 전국에 옮겼다. 이 싸움은 원조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냉동고를 가장 많이 가진 쪽이 이기는 게임이고, 만두 때도 그랬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이 글은 CJ제일제당 비비고 김밥의 미국 판매 구조를 설명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품목별 매출 금액이 공개되지 않아 실적 기여도는 예상과 다를 수 있고, 해외 사업은 환율과 현지 유통 조건 변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