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8기 대미투자… 한국 몫은 시공·기자재, 위험은 공사비
미국이 한국 돈으로 짓겠다는 원전 8기 가운데 6기는 AP1000이다. 조지아주 보글 원전 공사비를 368억달러까지 키워 웨스팅하우스를 2017년 파산보호로 몬 바로 그 설계다. 한국이 받을 몫은 시공과 기자재이고, 위험은 공기와 공사비에 걸려 있다.
뉴스 핵심
- 한국 정부가 확정한 대미투자는 텍사스 가스발전 223억 달러뿐이고 원전은 4분기 검증 후 결정한다.
- 8기 중 6기인 AP1000은 보글 원전 공사비를 368억 달러로 키우고 웨스팅하우스 파산보호로 이어진 설계다.
- 원전 1기 수출마다 50년간 약 1조1,400억 원이 웨스팅하우스로 간다.
미국 원전 8기, 한국이 실제로 확정한 것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가 돈을 넣기로 못 박은 사업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하나다. 규모는 223억 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30일 백악관에서 여기에 원전 8기와 알래스카 LNG까지 묶어 세 건을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원전에 1,200억 달러, 알래스카 LNG에 500억 달러 이상을 붙였다.
한국 쪽 시계는 다르다. 원전은 올해 4분기 사업성을 검증한 뒤 건별로 정하고, 알래스카 LNG는 이제 검토를 시작했다.
발표장의 확정과 서울의 확정이 다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이번 트럼프 발표에는 합의되지 않은 원전과 알래스카 LNG 투자가 포함돼 협상과 논의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AP1000은 왜 웨스팅하우스를 파산보호로 몰았나
한경이 기사 첫머리에 건 사진은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다. 그 두 기가 AP1000의 역사다.
보글 3·4호기는 2009년 승인 당시 약 140억 달러로 잡혔고 2016~17년 가동이 목표였다. 배선 결함과 공장에서 만든 부품의 하자가 이어지며 공사비는 368억 달러까지 불었다.
완공은 2024년, 계획보다 7년 늦었다. 그사이 2017년 웨스팅하우스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발전 프로젝트로 남은 이유다.
이번 프레임워크에서 AP1000은 6기다. 미국이 혼자 감당하지 못한 설계를 한국의 시공 인력과 자본으로 다시 짓겠다는 구조로 볼 수 있다.
한국 시공사가 왜 필요해졌나, 웨스팅하우스 소송에서 합의까지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수원·한전을 상대로 APR1400 수출을 막는 소송을 냈다. 자사 라이선스 기술이 들어 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2023년 9월 이 소를 기각했다. 그래도 분쟁은 상소로 이어졌고, 체코 원전 계약을 앞둔 2025년 1월 16일에야 양측이 전면 합의했다.
그 합의 이후에도 APR1400은 미국에 지을 수 없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 노형과 경쟁할까 봐 합의 개정에 반대했다.
돌파구는 미국 정부가 열었다. 원전을 늘리려면 한국의 시공 역량이 꼭 있어야 한다고 보고 개정을 요구했다. 보글의 7년 지연을 겪은 나라가 내린 판단으로 읽힌다.
원전 1기마다 1조1400억원, 로열티는 1997년과 얼마나 달라졌나
2025년 1월 합의로 한국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기술사용료 1억7,500만 달러와 물품·용역 구매 6억5,000만 달러를 웨스팅하우스에 쓴다. 합치면 약 1조1,400억 원이고 계약 기간은 50년이다.
1997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로열티 계약은 10년간 약 3,000만 달러였다.
조건은 하나 더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독자 노형을 만들어도 웨스팅하우스가 기술 자립을 확인해 주지 않으면 제3국 수출 제안이 막힌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서명해 놓고 개정하지 않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문구가 나오기 전까지 이 숫자는 그대로다.
바라카 원전은 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나
한국의 첫 원전 수출인 UAE 바라카는 2020년 완공이 목표였다. 4호기는 2024년에야 끝났다.
누적손익은 2023년 말 435억 원 흑자였다. 2025년 상반기에는 34.9억 원 적자가 됐다.
한수원은 추가 공사비가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시공을 잘하는 나라도 공기가 밀리면 이익이 사라진다는 것을 한국이 이미 겪었다.
원화와 원전 관련주에는 무엇이 닿나
대미투자의 연간 한도는 200억 달러다. 한 달 경상수지 흑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크기여서, 대신증권은 환율과 금리에 주는 직접 충격이 작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에는 "중립적인 이벤트"라면서 원전 주기기·기자재, 가스터빈, 원전 시공, LNG 밸류체인을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돈이 먼저 닿는 곳은 기자재와 시공 계약이다. 그 계약의 이익은 공기와 공사비가 지켜질 때만 남는다. 보글과 바라카가 둘 다 그 지점에서 무너졌다.
갈림길도 이 연구원이 꼽았다. 한국 기업의 실제 수주, 연내 최대 100억 달러 선급금의 집행처,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다.
고리 1호기 이후 50년, 한국이 미국에 들고 가는 것은 시공력이다
1978년 고리 1호기는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지어졌다. 약 50년 만에 한국 기업이 그 회사의 파트너로 미국에 원전을 짓는다.
미국이 사려는 것은 한국 노형보다 한국의 공정 관리다. 그래서 8기 중 APR1400은 2기 가능성만 거론된다.
원전을 반도체 파운드리에 빗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설계는 남의 것이고 우리는 제때 싸게 짓는 능력을 판다. 그 장사의 이익은 계약서의 공사비 조항과 공기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서 갈린다.
서학개미 기자 · 글로벌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이 글은 원전 대미투자의 구조를 설명할 뿐 원전 관련주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확정 범위·공사비·공기는 협상과 사업성 검증에 따라 바뀔 수 있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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