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1000조 돌파, 역머니무브 두달 51조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고 예금금리가 연 3%대로 오르면서 두 달 동안 51조원 넘는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왔다.
뉴스 핵심
-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8월 27일 기준 1000조9647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었다.
- 투자자예탁금은 96조7090억원으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고, 요구불예금은 한 달 새 3조9053억원 줄었다.
-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882조4730억원으로 한 달 새 4조7645억원 늘어 가계대출 증가분(2조4586억원)의 두 배 가까이 됐다.
-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올렸다.
정기예금 잔액, 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었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7일 기준 1000조9647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 984조9399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6조248억원이 불어난 규모이고, 정기예금이 1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금 유입은 8월만의 일이 아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에만 35조5401억원 늘었는데, 8월 증가분까지 더하면 두 달 동안 은행으로 옮겨간 돈이 51조5649억원에 달한다.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조 단위로 자금이 몰린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짧은 기간에 큰 규모의 대기자금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내 계좌에 있는 대기자금, 지금 어디에 둬야 하나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2%대까지 올랐다.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의 매력이 커지면서 개인 자금 일부가 정기예금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증시로 들어갈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7일 기준 96조7090억원으로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저가 매수를 노리며 증권 계좌에 대기시켜 두던 자금 자체가 얇아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도 661조9826억원으로 지난달 말 665조8879억원보다 3조9053억원 줄었다. 수시로 뺄 수 있는 단기 유동자금까지 확정금리 상품으로 옮겨간 정황이라 할 수 있다.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왜 돈은 은행으로 돌아오나
업계에서는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이나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기자금이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으로 옮겨갔다고 본다. 이런 흐름을 '역(逆) 머니무브'라 부른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추가 인상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수신금리를 한 단계 더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증시가 강세를 보일 때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 주식으로 향하는 '머니무브'가 흔했다. 지금은 그 반대 방향의 자금 이동이 두 달 연속 확인된 셈이다.
핵심 수치로 보는 두 달간의 자금 이동
정기예금 증가와 함께 움직인 다른 자금 지표를 한 번에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정기예금 잔액(8/27): 1000조9647억원
- 7월 말 대비 증가액: 16조248억원
- 7월 한 달 증가액: 35조5401억원
- 두 달 합산 증가액: 51조5649억원
- 투자자예탁금(8/27): 96조7090억원
- 요구불예금(8/27): 661조9826억원 (3조9053억원 감소)
- 기업대출 잔액: 882조4730억원 (4조7645억원 증가)
- 가계대출 증가액: 2조4586억원
유입된 1000조원, 은행은 어디에 쓰나
관건은 은행권이 대규모로 유입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기조 아래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대출이 주요 운용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877조7085억원에서 882조4730억원으로 4조764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2조4586억원으로 기업대출 증가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입된 예금을 신용도가 높고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흐름이 다시 뒤집힐 수 있는 지점
지금의 역머니무브는 증시 변동성과 금리 상승이라는 두 조건이 함께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두 조건 중 하나만 바뀌어도 자금 흐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코스피가 안정을 찾고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나면, 정기예금에 머물던 대기자금이 재차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르거나 증시 불안이 길어지면 지금의 자금 쏠림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다음 수신 통계와 코스피 흐름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9월 초 발표될 8월 말 수신 통계, 그때 확인할 것
5대 은행의 정기예금·요구불예금·기업대출 통계는 매달 초 전월 실적으로 발표된다. 9월 초 나올 8월 말 수치에서 1000조원을 넘어선 정기예금 잔액이 계속 늘어나는지, 증가 속도가 7~8월 수준을 유지하는지가 1차 관전 포인트다.
같은 시점에 투자자예탁금과 요구불예금이 추가로 줄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두 지표가 계속 감소한다면 증시 대기자금이 더 얇아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증가 폭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격차가 유지되거나 커진다면 은행권이 유입 자금을 기업대출 위주로 계속 운용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정기예금은 예금자보호 한도 내에서 원금이 보장되지만, 이 기사의 금리·자금이동 흐름은 향후 통화정책과 증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치·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독자 본인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