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지위경쟁 없었다면 자녀 28% 더 낳았다, 세금 답 나왔다
한국은행이 연 콘퍼런스에서 부모의 사교육 지위경쟁이 없었다면 한국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28% 더 많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지위경쟁을 누르는 방안으로 사교육 지출에 세금을 매겨 그 재원으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뉴스 핵심
- 1970~1975년생 여성의 실제 출산율 1.92명이 지위경쟁 없이는 2.45명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산됐다.
- 학원 심야 교습 규제로 상위 15% 가구 사교육비가 10% 줄자 하위 50% 가구 지출 비중도 0.4~0.9%포인트 낮아졌다.
- 출산 12개월 후 여성 소득 감소 폭은 1976~1980년생 40%에서 1981~1985년생 46%로 커졌다.
- 2024년 수준 노년부양비를 유지하려면 후발 고령국은 정년을 20~25년가량 올려야 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지위경쟁이 뭐길래 자녀 수를 28%나 낮추나
염민철 버지니아 코먼웰스대 교수는 2일 한국은행·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부모의 지위경쟁을 지목했다. 자녀 교육 성취를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해 평가하는 심리가 1인당 교육투자를 사회적으로 과도한 수준까지 밀어 올리고, 그 부담이 출산을 억누른다는 설명이다.
염 교수 분석에 따르면 1970~1975년생 여성의 실제 출산율은 1.92명이었지만, 지위경쟁이 없었다면 2.45명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나타났다. 28% 늘어나는 셈이다.
그는 지위경쟁이 강할수록 사교육 지출이 늘고 출산율이 낮아지며, 이 경쟁이 이웃한 가구로도 번진다고 짚었다. 교육 경쟁 우려가 큰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하락 속도도 빠르다며 한국과 싱가포르, 칠레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소득 낮을수록 사교육비 부담은 왜 더 큰가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중을 보면 저소득 가구가 오히려 더 큰 짐을 진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지출 비중은 8.4%로, 5분위 가구의 5.1%보다 높게 집계됐다.
버는 돈은 적어도 자녀 교육에 쓰는 돈의 비중은 더 크다는 뜻이다. 지위경쟁이 소득과 무관하게 전 계층으로 번지면서 저소득 가구의 상대적 부담을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염 교수는 이런 격차 때문에 비교 기준이 되는 고소득층의 지출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고소득층 지출이 줄면 저소득층이 따라가야 할 비교 기준 자체가 낮아진다는 논리다.
사교육 과세는 실제로 어떤 효과를 냈나
염 교수가 제시한 근거는 학원 심야 교습 규제 사례다.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줄어들자,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평균 6%)도 0.4~0.9%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 지출을 억누르면 저소득층 지출까지 함께 줄어드는 파급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염 교수는 이를 근거로 최적 정책이 사교육 지출 과세로 재원을 마련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조합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 제안은 콘퍼런스에서 나온 학술 발표이며, 정부가 사교육 과세를 정책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내용은 아니다.
출산이 여성 소득을 얼마나 깎아놓나
황지수 서울대 학부대학 교수는 1976~1985년생 여성 중 2005~2015년 첫 출산을 겪은 표본을 분석해 출산 5년 후 어머니 소득이 무자녀 여성보다 43% 낮았다고 밝혔다.
소득 감소는 출산 시점이 아니라 임신 시점부터 시작됐고, 같은 기간 아버지의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출산 12개월 후 소득 감소 폭은 1976~1980년생 40%에서 1981~1985년생 46%로 오히려 더 커졌다.
황 교수는 취업·고소득·공공부문·대기업에 다니는 여성일수록 출산 확률이 높고 이런 경향이 최근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사용 증가도 대기업과 공공부문, 고소득층에 몰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 논의가 내 가계에 무엇을 바꾸나
당장 세금이나 지원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사교육 과세와 출산장려금 지급을 학술 차원에서 제안한 자리이며, 법제화 일정이나 세율 같은 구체안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사교육비 지출 비중이 저소득 가구에서 더 크다는 통계는 자녀를 둔 가계의 실질 부담 구조를 보여준다. 소득이 낮을수록 교육비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크다는 뜻이다.
1980년생 여성의 26%가 40세까지 자녀를 두지 않았다는 수치도 함께 나왔다. 출산 이후 소득 감소가 큰 현실이 출산 결정 자체를 늦추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 소득 1분위 가구 사교육비 지출 비중 8.4%
- 소득 5분위 가구 사교육비 지출 비중 5.1%
- 출산 5년 후 여성 소득 감소율 43%
- 1980년생 여성 중 40세까지 무자녀 비율 26%
정년 연장과 AI 연구도 함께 다뤄졌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2024년 수준의 노년부양비를 유지하려면 후발 고령국이 65세 기준 정년을 20~25년가량 상향해야 한다는 연구도 소개됐다.
지난 70년간 세계 각국 자료를 보면 출산율이 더 낮아진 나라일수록 오히려 생산연령인구 1인당 성장률은 더 높았다는 발표도 있었다. 젊은 노동력이 희소해질수록 자동화 등 노동절약적 기술 개발이 촉진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노출은 젊은 층에 집중돼 있어 AI 확산만으로는 인구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불균형을 풀기 어렵다는 연구도 함께 발표됐다.
9월 3일 콘퍼런스 둘째 날, 그때 확인할 것
이번 콘퍼런스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다. 첫날인 2일 지위경쟁·사교육 과세·여성 소득 감소 연구가 발표됐고, 둘째 날인 3일에도 추가 세션이 이어진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개회사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장기 균형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둘째 날 발표에서 이런 거시 변수와 관련한 추가 분석이 나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사교육 과세나 출산장려금 지급이 실제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는지는 이번 콘퍼런스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 법안이나 세제개편 논의가 나오는지 추가로 지켜봐야 한다.
동학개미 기자 · 생활 밀착형 시장 기자서학개미 캐릭터 기자 · AI 보조 및 편집진 검토 투자 유의사항이 기사는 학술 콘퍼런스에서 나온 연구 발표를 정리한 것으로 특정 세제나 지원금 도입을 확정하지 않는다. 사교육 과세나 출산장려금은 법제화 여부가 불투명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가계 지출 계획이나 재테크 판단은 신중해야 하며, 관련 세법 변경 소식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